UPDATED. 2024-04-29 14:14 (월)
[SQ현장] 레바논전 신승에도 슈틸리케 수비철학 자부심 '무실점 7연승'
상태바
[SQ현장] 레바논전 신승에도 슈틸리케 수비철학 자부심 '무실점 7연승'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3.24 2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기기 각오하고 나온 레바논 맞서 중원 장악…슈틸리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서 해낸 것"

[안산=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부임할 때부터 '수비 우선 철학'을 갖고 있었다. 취임 일성으로 "공격을 잘하는 팀은 이기지만 수비를 잘하는 팀은 우승을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수비를 철옹성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상대팀이 약했다고는 하지만 월드컵 2차 예선을 무실점 전승으로 마친 것은 분명 대단한 성과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7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이정협(울산 현대)의 극적인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대표팀은 이날 승리로 월드컵 2차 예선 7경기를 무실점 전승으로 끝냈다. 쿠웨이트와 경기가 남아있지만 FIFA 징계에서 풀려나지 않아 한국의 3-0 몰수승이 확실하기 때문에 예선 8경기 무실점 전승이라는 대기록을 사실상 확정했다.

무실점 7연승 기록은 1978년 함흥철 감독 시절과 1989년 이회택 감독 시절에 이어 통산 세번째다. 대표팀은 오는 27일 태국과 원정 평가전에서도 무실점 승리를 따낸다면 최초로 무실점 8연승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 누구를 세워도 안정감 있는 중앙 수비, 시스템화 성공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전날인 23일 무실점 승리에 대한 각오를 밝히기 시작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레바논전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난해 좋은 분위기를 잇기 위해 좋은 결실을 맺어야 한다"며 "실험은 친선경기에서나 하는 것이다. 레바논전은 엄연히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과정인만큼 무실점 승리를 거두겠다"고 말했다. 그 다짐은 현실이 됐다.

안정 수비의 시작은 '시스템'이다. 그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선수 가운데 일부가 빠져도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그 몫을 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지난해 라오스전 경고 누적으로 레바논전에 나서지 못해 슈틸리케 감독은 김기희(상하이 선화)를 대신 내세웠다. 김영권과 함께 호흡을 맞추던 곽태휘(알 힐랄)가 안정적인 리딩을 하면서 김기희와 호흡을 맞췄다.

사실 레바논이 공격을 거의 하지 않고 수비에 치중했다고는 하지만 분명 역습은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곽태휘, 김기희는 상대 공격수를 적극적으로 따라붙는 밀착마크를 선보여 안정적인 수비가 가능하도록 했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수 곽태휘가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는 또 다른 중앙 수비요원인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도 있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김영권과 함께 '자동문 수비'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지만 지금은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없어서는 안될 수비 요원이 됐다.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도 중앙 수비수 가운데 가장 기량이 발전한 선수로 홍정호를 들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중앙 수비 선수층이 두껍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현수(광저우 푸리)도 오른쪽 풀백에서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활발한 오버래핑을 보여줘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격 2선과 유기적인 움직임도 좋아 포백 수비진에 큰 문제는 없어보였다.

◆ 언제나 믿음직한 기성용, 안정적인 볼 컨트롤로 중원 장악

안정적인 수비 위에는 '중원 사령관'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있었다. 한마디로 한결 같았고 믿음직했다. 기성용이 있었기에 한국 축구대표팀은 중원을 쉽게 장악했다. 이날 한국이 일방적인 경기를 펼친 것도 기성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기성용은 레바논전으로 81번째 A매치를 치렀다. 지난 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후 8년 만에 80경기 넘게 A매치를 치렀다. 1년에 무려 10차례나 A매치를 치른 셈이니 거의 쉬지 않고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풍부한 A매치 경험에서 나오는 기성용의 존재감은 중원에서 더욱 커보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이자 '센트럴 키'로 활약하며 중원 장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중원이 탄탄했기에 포백 수비진과 시너지 효과는 더욱 빛났다. '베테랑의 품격'이었다.

기성용은 공격 본능에서도 빛을 발했다. 이정협의 극적인 골 과정에도 기성용이 관여했다. 기성용이 후반 추가시간 공격에 적극 가담하며 왼쪽 측면에서 페널티지역 쪽으로 침투한 뒤 땅볼 크로스를 건넨 것이 그대로 이정협의 골로 이어졌다. 기성용의 어시스트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중원 사령관 기성용(오른쪽)이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에서 공을 몰고 가고 있다.

◆ '기울어진 왼쪽 바퀴' 불안했던 김진수…박주호까지도?

무실점 전승을 기록하긴 했지만 왼쪽 풀백은 마음이 걸린다. 이날 김진수가 선발로 나서 왼쪽 측면 수비를 맡았지만 경기력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김진수는 상대와 몸싸움에서 종종 공을 뺏기는 모습을 보여줘 안정감이 떨어졌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김진수가 5~6주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다보니 체력이나 경기력이 부족한 것이 많았다. 안정감이 떨어져보였다"며 "공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고 패스미스 등 불안 요소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측면 수비는 공격과 연계 플레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중요하다. 실제로 이날 한국 축구대표팀은 왼쪽 측면 돌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팀이 후반 추가시간까지 골을 넣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정협에게 왼쪽에서 어시스트한 선수도 김진수가 아닌 기성용이었다. 왼쪽 바퀴가 기울어진 것이 확인된 이상 슈틸리케 감독 머리속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진수와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만약 박주호도 이전보다 경기력이 떨어져있다면 왼쪽 측면 수비에서 문제점이 야기될 가능성이 크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는 27일 태국전에서 김진수 대신 박주호를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슈틸리케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서 해낸 무실점 7연승"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 기록도 깨질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월드컵 최종 예선 체제로 들어갔을 때 지금 철옹성을 얼마나 더 탄탄하게 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안산=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왼쪽 풀백 김진수가 24일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에서 왼발 크로스를 시도하고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