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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두 마리 토끼 잃은 '참 좋은 시절'의 아쉬운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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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두 마리 토끼 잃은 '참 좋은 시절'의 아쉬운 결말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8.1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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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가족 간에 일어나는 사랑과 갈등을 주 소재로 했던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하 '참좋은')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종영이었다. '참좋은'은 그동안 KBS가 수년간 불패 기록을 가지고 있던 주말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서 패배했고 허탈한 마무리로 '완성도'의 한계라는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이다.

10일 방송된 KBS 2TV '참 좋은 시절' 마지막회는 그동안 여러 갈등을 겪던 경주 강 씨 집안 가족들이 '화해'를 통해 진정한 가족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이 아쉬움을 남긴 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진=KBS 제공]

그동안 '참 좋은 시절'은 강 씨내 집안이 안고 있던 가족 갈등을 중심으로 내용을 이끌어 왔다. 특히 바람둥이 아버지였던 강태섭이 젊은 시절 실수를 저질러 태어난 강동희(옥택연)와 첩이자 생모 하영춘(최화정), 아버지 강태섭(김영철) 간의 갈등, 이런 아버지가 싫어 어린 시절 집을 나가 15년 만에 검사가 돼 다시 돌아온 강동석(이서진)과의 갈등이 극의 중심을 이뤘다.

무려 50부를 진행하는 동안 이 두 가지 극의 중심 갈등은 풀리지 않는 숙제같이 견고하게 이어졌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질질 끌기 방송 아니냐는 비판이 일어날 정도였다. 50부작 장편드라마에서 가족 간의 갈등만으로 드라마 호흡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작업임을 고려하더라도 '참좋은'은 "심하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동일한 갈등 구조를 고집했다.

그러던 드라마가 종영 4회분을 남기고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영원히 원수처럼 지낼 것 같던 삼부자 강태섭과 강동석, 강동희는 느닷없이 가족애를 느끼며 화해의 길로 나섰다. 강동석은 강태섭이 싫어 15년을 집 밖으로 떠돌던 아들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아버지에 대해 돌연 화해를 청했다. 강동희 역시 자신의 뒤틀린 출생을 만들어 죽일 듯 원망했던 아버지와 생모에 대해 단 2회 분량만에 웃는 사이로 바뀌었다.

▲ '참좋 은 시절'의 마지막은 급했던 해피엔딩이었다. 드라마 완성도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게는 실망을 안겼다. [사진=KBS '참 좋은 시절' 방송 캡처]

'급조'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마무리는 어설펐고 급했다. 드라마를 끌다 보니 마지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며 빈약한 결말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었다. 높은 완성도의 '가족중심 드라마'를 추구해온 KBS 주말드라마의 자존심에 충분히 손상을 입을 만한 모습이었다. KBS 주말드라마 제작진들로서는 매우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참좋은'은 또 하나의 큰 상처를 남겼다. 바로 불패신화를 이어오던 KBS 주말 가족드라마가 막장으로 비난받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이하 '장보리')에게 시청률에서 패배한 부분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KBS 2TV '참 좋은 시절' 마지막회는 27.7%(이하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방송분이 기록한 23%보다 4.7%P 상승한 수치지만 같은 시간대 1위 드라마 '장보리'(27.9%)를 넘지는 못했다.

KBS 주말 가족드라마가 걸어온 길과 추구해온 가치를 감안한다면 매우 충격적인 결과다. KBS 주말드라마는 '가족'이라는 타이틀을 본격적으로 내세운 2000년대 중반부터 안방극장 1위를 내준 적이 없었다. 새로운 장르의 경쟁사 드라마들의 도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최소 30%대의 시청률은 유지하는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참좋은'은 매우 좋은 상황에서 첫 출발을 했다. 전작 '왕가네 식구'들이 역대 기록에 해당하는 시청률(47.3%)을 기록하며 메가톤급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는 '참좋은'의 당연한 성공을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재미가 없다"는 평가와 동시에 예상했던 시청률은 나오지 않았다. 최근 5년간 KBS 주말드라마 중 가장 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 '참 좋은 시절'은 그동안 KBS가 부동의 자리를 이어오던 주말드라마 1위 자리를 MBC '왔다! 장보리'에게 내줬다. 막장 논란에 휩싸인 드라마에게 패해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KBS '참 좋은 시절' 방송 캡처]

더욱 가슴이 아픈 것은 막장 논란에 휩싸인 드라마 '장보리'에 패배했다는 점이다. 가족애를 다룬 착한 드라마'가 수년 만에 '막장드라마'에게 쓴맛을 본 것이다.

KBS로서는 '참좋은'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드라마 자체의 부족한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막장드라마에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날려 버렸다. 스스로 시청률 불패신화를 깨버리면서 주말드라마 구도를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이제 KBS 주말드라마는 '왕좌'를 내주고 도전자의 신분이 됐다. KBS는 오는 16일부터 '참좋은' 보다 더욱 강력한 '가족'이라는 주제를 담은 '가족끼리 왜 이래'를 방송할 예정이다. KBS가 새 드라마로 주말 저녁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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