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0:49 (월)
[뷰포인트] 마침표 찍은 '피리부는 사나이', 묵직한 주제의식, 그러나 서스펜스 빈약한 플롯에 아쉬움 남겼다
상태바
[뷰포인트] 마침표 찍은 '피리부는 사나이', 묵직한 주제의식, 그러나 서스펜스 빈약한 플롯에 아쉬움 남겼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4.27 0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지난달부터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가 16회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종영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한국에서 낯선 '위기협상팀'이란 소재로 새로운 수사물의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낮은 시청률로 큰 반향을 얻지 못한 채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27일 11시 캐이블채널 tvN에서 방송된 '피리부는 사나이'(극본 류용재·연출 김홍선) 마지막 회에서는 하이재킹(불법 납치)당한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키기 위한 위기협상팀과 시민들이 분투하는 장면이 담겼다.

인터넷 투표로 비행기 추락 장소가 정해진다는 사실에 정부는 선택지 두 가지 중 인명피해가 그나마 적은 재개발 지역을 추락 장소로 삼았다. 그러나 밝혀지지 않은 세 번째 선택지가 있었다. 세번 째 선택지는 투표자 스스로의 위치였다.

▲ '피리부는 사나이' 윤희상(유준상 분)과 '위기협상가' 주성찬(신하균 분)은 마지막회까지 첨예한 심리전을 벌였다. [사진 =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피리남' 윤희상(유준상 분)은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마음만이 무고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라는 힌트를 주성찬(신하균 분)과 여명하(조윤희 분)에게 줬다. 이는 자신의 위치를 추락장소로 선택하는 세번 째 선택지에 답이 있다는 증거였다. 신하균은 이와 같은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렸고 다수의 시민들이 성지 비행장에서 세번 째 선택지를 선택하는 방법으로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 시켰다.

언론에서 신하균의 호소에 감동 받은 수많은 시민들은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을 지키기 위해 성지 비행장에서의 투표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비행기의 승객들은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

그동안 '피리부는 사나이'의 '피리남' 유준상과 그 추종자들은 사회가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에 무관심한 대중들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유준상은 이번 사건에 의한 희생으로 대중들이 약자의 폭력에 무관심하면 다음 타깃이 내가 될 수 있음을 깨닫길 원했다. 그런 '피리남'의 냉소를 깨부숴 준 것은 시민들이었다. 시민들은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 직접 비행장으로 모이며 희망을 나눴다.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우리 사회가 휘두르는 약자에 대한 폭력이 '피리남'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낸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한 계속해서 이어지는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건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희망이란 메시지를 남기며 드라마의 막을 내렸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고발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약자들의 폭력을 묵인하는 우리 모두가 가해자일 수 있다는 '피리남'의 외침과 경고는 최근 용산참사와 세월호 참사를 겪어온 우리 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 '피리부는 사나이'는 약자에 대한 언론과 정부, 대중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사진 = tvN 월화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피리부는 사나이'가 이토록 훌륭한 주제를 가졌음에도 아쉬운 이유는 주제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스토리 때문이다. '위기협상팀'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웠지만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누구인가라는 큰 스토리 줄기만을 따라가는 한계를 보여줬다.

게다가 '피리부는 사나이'의 정체가 유준상이라는 사실이 드라마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암시돼 '피리남'을 찾는 재미도 떨어뜨렸다. 수사물에서 범인을 시청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은 재미를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tvN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단순한 남편찾기로 매번 시청자들을 쥐었다 폈다 하는 모습에 비해 '피리부는 사나이'는 명색이 수사물임에도 불구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뻔히 보이는 실책을 저질렀다.

그뿐만 아니라 허술한 사건 전개 또한 스토리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시청자들이 증거를 하나씩 따라가도록 해 납득할 수 있는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신하균의 직감으로 이뤄지는 원맨쇼식 구성은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일관적인 해결방식으로 지루함을 더했다. 매번 사건 발생, 신하균의 판단, 사건 해결이라는 반복적인 해결 루트는 플롯의 짜임새를 떨어뜨리며 시청자들이 TV 앞을 떠나도록 만들었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우리 사회에 고민할 만한 주제의식을 던져 주었다. 하지만 주제를 담는 그릇인 스토리와 전개방식이 탄탄하지 못했다. 같은 방송사의 수사물인 '시그널'이 미제사건의 해결이란 소재로 시청자들을 단단히 사로잡은 것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다. 결국 마지막 회에서 '피리부는 사나이'는 시민들의 관심과 희망이 필요하다는 교과서적인 결론을 어정쩡하게 내놓은 채 종영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깊은 주제의식을 드라마에 반영하는 것은 분명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결국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서스펜스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없는 스토리라면 주제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전해지기 어렵다. 기대했던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