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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유럽파 태극전사 시즌 성적표, '공격은 B-수비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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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유럽파 태극전사 시즌 성적표, '공격은 B-수비는 D'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5.17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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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비교적 토트넘서 적응, 구자철도 아우크스부르크 공격 이끌어…수비서는 김진수-박주호 주전경쟁 밀려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유럽축구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태극전서들도 속속 귀국하고 있다. 이미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휴가를 얻어 리그 최종전을 치르지 않고 돌아왔고 손흥민(토트넘 핫스퍼) 역시 17일 돌아왔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을 비롯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들도 곧 귀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곧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소집될 예정이다. 오른쪽 새끼발가락 실금 부상 때문에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하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제외한 대부분 선수들은 다음달 1일 스페인, 5일 체코로 이어지는 유럽 원정경기에 나서게 된다.

이를 위해 대표팀에 소집될 유럽파 선수들은 23일부터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카를로스 아르무아 수석코치의 체력훈련을 받으며 컨디션 관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는 태극전사들의 시즌 성적표는 어떨까. 개개인이 아닌 대표팀에서 얼마나 이들이 활약할 수 있을지 그 기대치를 가늠하는 성적표를 통해 선수들을 평가해본다.

◆ EPL 적응 마친 손흥민-아우크스부르크 먹여살린 구자철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 시즌을 비교적 잘 치러냈다. 함부르크 SV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보여줬던 '손세이셔널'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지만 전세계 스타급 선수들의 경연장이자 정글인 EPL에서 8골 5도움을 기록한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것도 주전으로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더구나 손흥민은 토트넘 팬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카라바흐와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멀티골을 터뜨렸고 곧바로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 EPL 데뷔골을 만들어냈다. 단독 드리블 돌파로 크리스탈 팰리스의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슈퍼골이었다.

이후 부상 때문에 에릭 라멜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에 밀려 EPL 경기에서는 교체로만 출전했지만 유로파리그에서는 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알리의 징계 이후에는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 2골을 추가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2200만 파운드(40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한 손흥민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분석한 2015~2016 EPL 이적료 톱10 결산에서 앙토니 마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케빈 데 브루잉(맨체스터 시티), 로베르토 피르미누(리버풀) 다음으로 높은 6.5점의 평점을 받았다. 데일리메일은 "다음 시즌에는 좀 더 입지를 다질 것"이라며 기대섞인 전망도 내놨다.

구자철 역시 아우크스부르크의 유로파리그 토너먼트 진출과 독일 분데스리가 잔류에 힘을 보탰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마인츠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한 구자철은 분데스리가에서 8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구자철이 넣은 8골을 분데스리가 팀내 최다골이다. 구자철의 뒤를 이어 알프레드 핀보가손(7골)과 파울 베르하흐(6골)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정통 스트라이커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구자철의 득점 기록은 더욱 빛난다.

최전방 공격수인 석현준(포르투)도 빼놓을 수 없다. 석현준은 시즌 전반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9골을 넣으며 승승장구했지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포르투로 이적하면서 '실종'됐다. 현지에서는 석현준이 포르투의 다음 시즌 구상에 들어있지 않다는 예상까지 내놓고 있다. 석현준으로서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 포르투 유니폼을 입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절망으로 변했다.

이청용은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시즌 막판에는 앨런 파듀 감독의 전술과 선수 기용에 불만을 품는 인터뷰를 했다가 팀내 징계를 받았다. 이청용 역시 크리스탈 팰리스와 작별이 확실시된다.

유럽리그에서 뛰고 있는 공격자원의 성적표를 보면 A를 주기에는 너무 미흡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완전한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했고 구자철의 소속팀인 아우크스부르크는 시즌 내내 강등권 탈출 경쟁을 벌이다가 가까스로 12위로 마감했다. 석현준과 이청용은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팀을 알아봐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평점은 B다.

◆ 홍정호 외에는 볼 것 없었던 수비, 간신히 낙제는 면했다

수비는 큰 타격을 입었다. 김진수(호펜하임)와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한채 시즌을 마감했다는 것이 너무나 뼈아프다. 김진수는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호펜하임의 주전 왼쪽 풀백이었지만 시즌 중반 설 자리를 잃었고 박주호는 옛 스승인 토마스 투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도르트문트로 이적했지만 시즌 초반에만 반짝하고 더이상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불과 지난해 여름만 하더라도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수와 박주호를 보면서 마음이 뿌듯했다. 각자 소속팀에서 최고의 왼쪽 풀백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맹활약했다. 김진수와 박주호를 어떻게 쓸까 즐거운 고민을 하기도 했다. 김진수를 왼쪽 풀백으로 기용하면 박주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박주호를 왼쪽 풀백으로 돌리는 등 슈틸리케 감독의 다양한 수를 가능하게 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슈틸리케 감독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진수와 박주호 모두 소속팀에서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체력은 물론 경기력까지 모두 떨어졌다. 지난 3월 대표팀 소집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직접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자신들이 뛸 수 있는 팀을 알아보라는 충고까지 하기도 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또 다른 왼쪽 풀백자원으로는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이 있지만 주전자리에서 밀려난 뒤 찰튼 어슬레틱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이미 윤석영은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방출 명단에 포함됐다. 경기력도 문제지만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해 A매치 충족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더이상 취업허가서를 받기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윤석영은 K리그로 돌아오던지 아니면 취업허가 절차가 필요없는 다른 유럽리그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그나마 수비에서 만족스러운 활약을 해준 선수가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다. 홍정호는 분데스리가 중앙 수비수 가운데 가장 기량이 급성장한 선수로 꼽히기도 했다. 유로파리그에서는 극적인 골을 넣으며 팀을 32강에 진출시키기도 했다. 홍정호는 잦은 부상 때문에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시즌을 다소 불만족스럽게 끝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악의 시즌까지는 아니었다.

또 기성용을 수비 카테고리에 넣는다면 역시 100% 만족할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성용은 자신을 중용했던 개리 몽크 감독이 경질되고 프란시스코 귀돌린 감독이 취임하면서 선발로 나서는 일이 뜸해졌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즐거운 혹사' 논란까지 나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극과 극이었다. 시즌 막판 기성용을 다시 기용하고 귀돌린 감독이 "기성용은 좋은 선수"라는 호평을 내놓긴 했지만 기성용의 스완지 생활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을 원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의 왼쪽 미드필더로 놓는 등의 귀돌린 감독의 전술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다. 물론 기성용이 왼쪽 미드필더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일 때 더욱 강력한 경기력을 발휘한다.

이 모두를 종합하면 홍정호와 기성용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C정도지만 박주호와 김진수의 '낙제'로 인해 점수가 크게 깎였다. 대표팀 유럽파 선수들의 수비 평가는 간신히 낙제를 면한 D로 평가할 수 있다. 대표팀 수비 고민을 풀어주려면 박주호, 김진수의 부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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