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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종영한 '운널사'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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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종영한 '운널사'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나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9.05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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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가 초박빙 시청률 경쟁을 펼쳐온 '수목극 대전'을 모두 끝내고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측면은 차치하더라도 얻은 것과 잃은 것이 확실히 기록되는 작품이 될 전망이다.

4일 방송된 '운널사'는 남자 주인공 재벌남 이건(장혁)과 평범한 여성 김미영(장나라)이 우여곡절 끝에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이어 쌍둥이를 얻으며 해피엔딩을 맞는 장면이 그려졌다.

예상대로의 행복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드라마를 봐온 시청자들에게는 결코 행복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운널사'가 방송되면서 보여준 아쉬운 부분들 때문이다.

▲ [사진=스포츠Q DB]

◆ 장혁+장나라 캐릭터 너무 벗어났다

'운널사'는 톱배우인 장혁과 장나라 조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드라마 캐릭터 자체가 이들 두 배우의 매력을 100% 살려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선 이건을 살펴보면 극 초반에는 분명 까칠하고 도도한 재벌남 캐릭터로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건은 극이 진행될수록 (초반의 예상과는 다르게) 까칠함과 완벽함 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모자란 재벌 남의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자연스럽게 장혁의 캐릭터는 작품 속에서 겉도는 모습이 역력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의 불만이 온라인상에서 잇따랐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김미영을 연기한 장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은 장나라의 알콩달콩한 사랑연기와 코믹 연기를 예상했지만, 드라마가 진행될 수록 그는 비련의 여주인공 캐릭터가 돼 갔다. 이건에게 버림받고 세상에 학대당하는 여성이 된 것이다. 극의 주인공인 두 캐릭터는 시청자들이 초반에 기대했던 그들과는 달랐다. 대만의 원작과도 매우 다른 주인공들이었다.

이처럼 시청자의 생각과는 달랐던 장혁과 장나라의 캐릭터는 성공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두 배우의 순수한 연기적 측면은 다르게 봐야 한다.

▲ [사진=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제공]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에 억지설정까지

'운널사'는 초반부터 이어졌던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와 억지설정의 연속이라는 평가를 이겨내지 못했다.

주연배우 이건(장혁)과 김미영(장나라)의 러브라인이 현실성이 결여된 억지설정의 연속이었다. 한 예로 두 사람의 만남은 약에 취한 이건과 술에 취한 김미영이 부서진 방문 번호 덕택에 서로를 모르고 한날 밤을 같이 보내다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건과 김미영 모두 파트너가 따로 있는 상태였다.

▲ [사진=스포츠Q DB]

사랑을 연결하기 위해 시도한 현실감 없는 억지 설정이었다. 또한 이 드라마는 재벌 후계자 이건과 계약직 여직원 김미영의 힘겨운 러브스토리가 중심인 드라마로 역대 '로코' 드라마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했다.

참신한 로맨틱 코미디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억지로 묶어놓은 주연 캐릭터들의 갈등구조를 제대로 풀어내지도 못했던 느낌이다.

초반 황당하게 만난 두 사람은 헤어진 뒤 다시 황당한 사건으로 만남이 이뤄졌고 갑자기 사랑을 깨닫고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됐다. 이런 내용을 시청자들이 얼마나 좋게 받아들였는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체됐던 시청률을 보면 알 수 있을 듯하다.

▲ [사진=스포츠Q DB]

◆ 얻은 것이 있다면...'웃는 장혁과 성숙해진 장나라'

'운널사'가 그나마 얻은 것이 있다면 장혁과 장나라의 변신이었다. '운널사'를 통해 두 사람은 무려 12년 만에(SBS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호흡을 맞췄다. 장혁 장나라 커플은 이번 드라마에서 당시보다 더욱 농익은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예전에 어설프고 풋풋했던 둘만의 웃음코드는 노련하고 섬세한 웃음으로 발전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둘이 보여준 오랜만의 연기 변신은 눈에 띄었다.

장혁은 그동안 드라마 '추노' 이후 어둡고 진지한 배역을 주로 소화하며 액션 배우이자 터프가이 역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운널사'를 통해 완전히 망가진 재벌남을 연기했다. 시청자들의 연기 호평 속에서 오랜만에 코믹연기를 제대로 소화하는데 성공했다.

▲ [사진=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제공]

장나라 역시 장혁과는 반대로 웃음기를 쫙 빼버린 김미영 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슬픔과 순수함이 공존하는 김미영이라는 인물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다.

이런 부분들은 두 배우의 연기가 그나마 '운널사'의 '마지노선급' 인기를 지탱해주는 큰 힘이었다. 구조상 매우 아쉬운 드라마로 몰락할 뻔한 '운널사'를 사실상 두 배우가 살려놓은 모양새다.

이처럼 '운널사'는 아쉬움과 만족이 동시에 공존한 드라마였다. 딱히 성공도, 실패도 논하기 어려운 여운만을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났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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