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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우리들' 가슴 속 진한 생채기 남기는 아이들의 이야기, 놀라운 데뷔작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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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우리들' 가슴 속 진한 생채기 남기는 아이들의 이야기, 놀라운 데뷔작의 탄생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6.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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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흔히 이야기한다. 그저 부모님 말 잘 듣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인생을 살아간지 10년 남짓한 아이들에게도 그들 각자의 이야기와 고민은 있었다. 어른들의 눈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런 것들이 말이다.

16일 개봉한 윤가은 감독의 데뷔작 '우리들'은 그야말로 놀라운 영화다. 적은 제작비에 주인공들은 모두 11살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들이지만, '우리들'이 그려내는 이야기는 어른들의 복잡하고 머리 아픈 삶에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 영화 '우리들'

옛날에는 친한 사이였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잘 나가는 친구인 보라(이서연 분)와 그의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던 선(최수인 분)은 방학식날 전학온 지아(설혜인 분)를 만나게 된다. 친구가 없던 선은 지아와 친구가 되어 방학 내내 친하게 지내지만, 개학을 하자 지아는 영어학원을 다니며 만난 보라와 친구가 되어 선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우리들'에서 선과 지아, 그리고 보라까지 세 명의 초등학생이 보여주는 관계는 실로 복잡하고 가슴 아프다.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아이들의 소문에 어제 친구였던 관계는 오늘은 적이 되며 아직 여물지도 않은 어린 아이들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생채기를 마구 남겨댄다.

또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 부모님의 이혼과 가정형편 등 어른들의 속사정이 개입하기 시작하며 아이들의 세계에도 자연스럽게 '계급'이란 것이 성립된다. 아이들은 이런 상황을 작고 여린 몸으로 부딪혀가며 힘들어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은 그런 마음도 모른채 "너희들 어릴 적에 친했으니 친구 많아 좋겠네"라며 속도 모르는 소리만 태평하게 떠들어대며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한다.

아버지의 불륜상대를 찾아간 여고생의 이야기를 그린 '손님'과 인생 첫 심부름에 나선 꼬마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콩나물' 등 단편시절부터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온 윤가은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 '우리들'에서도 변함없이 아이들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 영화 '우리들'

윤가은 감독은 본인이 '우리들'에 등장하는 소녀들의 나이였던 시절, 본인이 겪었던 이야기 위에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초등학생 소녀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더해 '우리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들'을 통해 그냥 공부만 열심히 하면 다 잘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결코 발견할 수 없는 초등학생 소녀들의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그려낸다.

2014년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가 놀라운 충격을 선사한 주인공이었다면, 2016년 최고의 데뷔작은 단연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의 시선 위에서 어른들이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윤가은 감독의 뚝심과 놀라운 완성도는 '우리들'이 단순히 꼬마들이 나오는 '어린이 영화'가 아니냐고 생각한 관객들의 가슴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진한 생채기를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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