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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 탐구](1) '마녀보감' 조달환, 얄미움·웃음 주는 미워할 수 없는 '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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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 탐구](1) '마녀보감' 조달환, 얄미움·웃음 주는 미워할 수 없는 '놀부'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7.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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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신스틸러(Scene stealer)는 말 그대로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주연 배우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열정적인 연기력으로 장면을 압도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극에 다채로운 매력을 더하는 그들은 이야기를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윤활제'다. 스포츠Q는 연재 '신스틸러 탐구'를 통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스틸러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 세계를 작품 속 장면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마녀보감'의 홈페이지 속 등장인물 소개 란에 허옥(조달환 분)의 역할 소개에는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넌 평생 내 아래다"는 대사가 쓰여 있다. 이는 극 중 조달환의 역할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대사다.

종합편성채널 JTBC '마녀보감'(극본 양혁문 노선재·연출 조현탁 심나연)에서 조달환은 '흥부' 허준(윤시윤)을 괴롭히는 '놀부'다. 적자로 태어난 것 밖에 내세울 게 없는 조달환은 서자인 윤시윤을 사사건건 방해하고 질투한다.

▲ '마녀보감'에서 가진 것은 양반이란 것 밖에 없는 허옥 역을 맡은 조달환. [사진 = JTBC '마녀보감' 방송화면 캡처]

조달환은 '놀부' 허옥의 밉상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조달환은 매일 기생집에서 기생을 끼고 놀고, 관직을 얻기 위해 뇌물을 바치는 등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소인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번 윤시윤을 괴롭히다가 되려 역공을 맞이해 어머니인 손씨(전미선 분)에게 징징대다가 "못난 놈"이라고 욕을 먹는 장면들에선 밉상을 넘어 웃음과 귀여움까지 자아낸다.

조달환이 맡은 허옥은 얼핏 보면 단순한 조연 악역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연기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배우의 힘이다. 조달환은 허옥이 계속해서 잘난 동생 허준에게 열등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알린다.

'마녀보감' 첫 회에서 조달환과 윤시윤이 말타기 대결을 벌이는 장면의 조달환의 연기는 조달환이 비뚤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표정연기로 완벽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윤시윤이 돈을 벌기 위해 일부러 자신과의 대결에서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달환은 가벼운 분노나 역정이 아닌 씁쓸하고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모처럼 오랜만에 윤시윤을 이겼다는 기쁨이 싹 가신 조달환의 표정 연기는 그의 입장에서 어째서 윤시윤을 괴롭힐 수 밖에 없었는가를 설명해 준다.

앞서 언급한 조달환의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넌 평생 내 아래다"라는 호기로운 대사는 서자로 태어난 윤시윤에게 향하는 대사처럼 보이지만 중의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재능도 인품도 윤시윤에 비해 부족한 자신이 윤시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아는 조달환은 비뚤어진 열등감을 윤시윤에 대한 해코지로 풀어낸다.

▲ '마녀보감'에서 배우 조달환은 다양한 표정연기를 선보이며 정극·코믹을 넘나들며 신스틸러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 = JTBC '마녀보감'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동생을 괴롭히는 조달환의 '놀부' 같은 행동에 욕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조달환의 열등감에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열등감에서 비롯된 악행과 그 악행이 매번 실패해 징징거리는 조달환의 행동 패턴은 점차 '나쁜 놈'에서 '웃긴 놈'으로 시청자들이 조달환을 이해하게끔 만든다.

이는 조달환이 저지르는 악행이 결국 윤시윤에게 징벌되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드라마 내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달환은 무해한 악역 캐릭터로 매력을 가지게 된다.

90년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는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악당 '로켓단'이 등장한다. 이들은 매번 포켓몬을 훔치기 위해 악행을 벌이지만 계획하는 악행마다 실패하며 '무해한 악당'으로서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사랑받게 된다.

조달환이 연기하는 허옥 역시 아둔한 모습과 연민을 자극하는 열등감으로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됐다. 조달환은 능글맞은 표정연기와 내공 깊은 코믹연기를 통해 허옥이란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극대화해 냈다.

'마녀보감'은 이제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회에 가까워진 만큼 드라마 내에는 심각한 분위기가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조달환이 등장하는 장면만큼은 긴장감을 내려놓는다. 드라마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신스틸러로서 조달환의 힘, 시청자들이 '놀부' 허옥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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