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4:14 (월)
[리우, 희망을 뛴다] (16) 격랑 헤친 하지민 '삼세번 세일링', 아시아-유럽 돌아 세계로
상태바
[리우, 희망을 뛴다] (16) 격랑 헤친 하지민 '삼세번 세일링', 아시아-유럽 돌아 세계로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7.30 22: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림픽 요트> 아시안 게임 2연패, 유럽선수권 은메달로 올림픽 최고 레이스 도전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림픽 최고 성적 13위.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는 레이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까지.

한국 요트의 위상을 한 번에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가 왔다. 2008, 2012년 올림픽에서 고개를 떨궜지만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펼치는 ‘삼세번 세일링’은 반드시 순풍의 돛을 올린다는 각오다. 남자 레이저에서 세 번째 올림피아드 레이스에 나서는 하지민(27‧해운대구청)이 있어 기대가 남다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형을 따라 처음 요트를 접한 하지민이 선수의 길로 들어서면서 딩기(엔진과 선실이 없는 작은 요트) 위에 올라탄 이유는 단지 배가 멋있어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요트는 하지민 인생의 목표이자 전부가 됐다.

▲ 요트 남자 레이저급 하지민이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요트 사상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사진=대한요트협회 제공]

하지민을 필두로 한 한국 요트대표팀은 지난 1일 브라질로 출국한 뒤 현지 물살과 바람에 적응하는데 땀을 쏟고 있다. 몇달 전부터 현지에 캠프를 차리고 적응에 공을 들이는 요트 강국들과 달리 한국은 3주 가량 적응 훈련을 하는 게 전부다.

그러나 열악한 조건이 오히려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을 만큼 긍정에너지를 뿜어내는 하지민이다. 어느 때보다 환경이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 3대 미항 리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준비를 하고 있다.

◆ 아시안게임 2연패 넘어 유럽선수권 은메달, 이젠 세계로

1인승 딩기로 경기를 치르는 레이저 아시아 최강자 하지민은 19세 때 첫 출전한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28위를 차지했다. 4년 뒤 런던 올림픽에서는 1,2차 레이스까지 6위를 유지했지만 6,7차 레이스에서 기권과 잇따른 실격으로 24위에 그쳤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달랐다. 2010, 2014 아시안게임 레이저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리우 올림픽은 최고의 기량을 펼칠 최적의 기회. 요트 위에서 파도, 조류, 바람에 맞서야 하는 요트는 강한 힘이 필요한 종목으로 대체로 20대 후반의 선수들이 전성기를 맞는다. 180㎝, 80㎏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하지민은 리우에서 대형사고를 칠 후보로 꼽힌다.

▲ 1인승 딩기로 항해하는 레이저급의 강자 하지민이 아시안게임 2연패를 넘어 올림피아드 레이스에서 한국요트의 대반등을 노린다. [사진=대한요트협회 제공]

지난 2월 유럽 전지훈련을 시작한 하지민은 3월 스페인 라스팔마스에서 열린 2016 레이저유럽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출전선수 125명 중 예선 6경기에서 10위로 결선에 올랐고 최종 2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세계랭킹 80위였지만 10위권 내 선수들이 4명이나 참가한 이 대회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5월 네덜란드 에뎀브릭에서 열린 델타로이드 리개터 대회서도 2위를 차지했다. 올림픽은 국가별로 1종목 1선수 출전이 원칙이기 때문에 연이은 은메달 수상은 리우의 선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값진 성과였다.

하지민은 지난 13일 끝난 코치리개터(모의레이스)에서 출전 선수 42명 중 13위를 기록했다. 경기 수역이 매우 까다로워 경기별 선수들의 성적 편차가 컸고 1위와 점수차도 크지 않았다. 언제 이변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주순안(46)이 여자 미스트랄에서 기록한 13위가 한국 요트의 최고 순위다. 하지민이 리우에서 한국 요트사를 새로 쓸 준비를 하며 리우의 물결을 가르고 있다.

▲ RS:X 이태훈(앞)이 풍부한 경험을 무기로 세 번째 올림픽에 출전한다. [사진=대한요트협회 제공]

◆ RS:X 이태훈-470 김창주-김지훈, '우리도 있다'

이태훈(30‧중부해양경기안전본부 체육단)은 RS:X로 출전한다. RS:X는 딩기와 다르게 판 위에 세일을 달아놓은 윈드서핑 경기정을 타는 종목이다. 49er와 함께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윈드서핑이다.

이태훈도 하지민과 마찬가지로 3회 연속 올림픽 물살을 가른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태훈은 2011년 세계 델타로이드에서 한국 선수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세일오클랜드서도 연달아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런던 올림픽에서는 예선 탈락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는 컨디션 난조로 4위에 머물렸지만 이듬해 델타로이드 리래터에서 5위를 차지한 이태훈은 풍부한 경험이 무기다.

<자료 출처=대한요트협회>

김창주(31‧인천시체육회)와 김지훈(31‧인천시체육회)은 2인승 딩기인 470 종목에 나선다. 470은 딩기의 한 종류로 2명이 탑승하는 종목이다. 선체의 길이가 470㎝여서 470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2011년 한 팀으로서 전국체전 1위를 차지한 이후 급성장을 이뤘다. 2014년에는 아시안게임과 아시아선수권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오랜 호흡만큼이나 꾸준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르다 앤 트렌티노 올림픽위크에서 4위를 차지한 이들은 올해 유럽훈련을 통해 국제무대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요트 불모지 한국은 좋은 환경은커녕 충분치 않은 협회의 재정상황 탓에 해외 훈련과 외국인 코치 고용을 위해 선수들이 자비를 들이는 일도 많은 편이다.

요트는 영국의 강세 속에 미국, 노르웨이, 스페인, 프랑스 등이 강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백인들의 자존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동안 올림픽 메달은 그들의 전유물과 같았다. 환경은 천지차이지만 한국 요트 대표들은 리우에서 ‘반전 드라마’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 김창주-김지훈 팀은 2인승 딩기(470)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다. [사진=대한요트협회 제공]

■ [Q] 아시나요? 올림픽에서 한국 ‘요트 부부’가 물살을 갈랐다는 것을

리우 올림픽 역도에서 원정식(26)-윤진희(30) 부부가 동반 출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개인종목에서 한국선수 부부 올림픽 동반 출전은 요트에서 먼저 이뤄졌다.

2000 올림픽에서 요트부부가 시드니 해안을 동반으로 항해했다. 당시 25세 김호곤이 남자 1인승 딩기(레이저), 26세 주순안은 여자 윈드서핑에서 각각 돛을 올려 부부선수 동반 출전이라는 역사를 썼다. 결혼한 지 채 1년도 안된 신혼 커플이 세계 3대 미항 시드니에서 꿈의 항해를 펼친 것이다.

요트 입문기였던 1987년 대한요트협회 청소년캠프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온 이들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도 동반 출전했지만 연애 시절의 이야기다. 1999년 12월 백년가약을 맺은 뒤 처음 맞은 올림피아드에서 주순안은 한국 요트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1996년 윈드서핑에서 27명 중 16위를 기록, 1988년 혼성 멀티헐에서 박병기-심규해 팀이 세운 역대 최고 순위와 타이를 이뤘던 주순안. 2000년에는 순위를 3계단 끌어올렸다. 시드니에서 29명 중 13위를 차지, 당시 정성안-김대영 팀이 남자 2인승 딩기(470)에서 세운 15위(29명 출전)도 2계단 넘어섰다.

남편 김호곤은 1998, 2000년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를 이뤘으나 올림픽에서는 1996년부터 3회 연속 출전해 23위-26위-32위로 큰 도약을 이루지는 못했다.

▲ 한국 요트 선수단이 지난 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나기 전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진홍철 레이저 코치, 이동우 470 코치, 김지훈, 이태훈, 김창주, 하지민, 송명근 RS:X 코치. [사진=대한요트협회 제공]

한국 요트는 아시아게임에서 금 21, 은 10, 동메달 15개를 획득해 중국(금 27)에 이어 메달 순위 2위에 올라 있는 아시아 강호이지만 올림픽에서는 아직 10위권도 돌파하지 못했다. 중국은 여자 요트에서만 2008, 2012년 올림픽 1,2호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에 그친 홍콩은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을 1996년 여자 윈드서핑에서 리라이샨이 획득했다. 일본도 은, 동메달을 1개씩 따냈다.

정성안이 남자 2인승 딩기에서 1992년부터 4회 연속 출전한 게 한국의 올림픽 최다 출전기록이다. 리우에서는 하지민과 이태훈이 3회 연속 출전한다. 하지민은 2008년 19세 145일로 한국 요트 올림픽 최연속 출전기록을 세운 뒤 2010, 2014 아시안게임 2연패를 통해 남자 1인승 딩기 에이스로 올라섰다. 이태훈은 4년 전 런던에서 한국 윈드서핑 사상 최고 15위(38명 출전)를 기록했다.

■ 역대 올림픽 요트 한국 출전선수 최고 성적

- 1984 LA (남 1명/ 1종목) = 남 윈드서핑 34위(38명)

- 1988 서울 (남 7명 + 여 2명/ 6종목) = 혼성 멀티헐 16위(23팀)

- 1992 바르셀로나 (남 2명/ 2종목) = 남 2인승 딩기 22위(37팀)

- 1996 애틀랜타 (남 4명 + 여 1명/ 4종목) = 여 윈드서핑 주순안 16위(27명)

- 2000 시드니 (남 4명 + 여 1명/ 4종목) = 여 윈드서핑 주순안 13위(29명)

- 2004 아테네 (남 4명/ 3종목) = 남 2인승 딩기 23위(27팀)

- 2008 베이징 (남 4명/ 3종목) = 남 윈드서핑 이태훈 18위(35명)

- 2012 런던 (남 4명/ 3종목) = 남 윈드서핑 이태훈 15위(38명)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