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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래서 올림픽은 감동이다, 넘어진 두 꼴찌가 맞잡은 '뜨거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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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래서 올림픽은 감동이다, 넘어진 두 꼴찌가 맞잡은 '뜨거운 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8.17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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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여자 5000m 예선서 햄블린-디아소스티노 2000m 남기고 충돌, 일으켜세우며 완주 감동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래서 올림픽은 감동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최고의 순간이었다.

세계 기록이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육상 여자 5000m에서 애비 디아고스티노(24‧미국)와 뉴질랜드 니키 햄블린(28‧뉴질랜드)이 올림픽 정신을 일깨우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16일(한국시간) 2016 리우 올림픽 육상 여자 5000m 예선이 치러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올림픽 주경기장. 결승선을 2000m 가량 남겨둔 지점에서 두 주자가 서로에게 걸려 넘어졌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희망을 안고 달려온 햄블린은 멍하게 주저앉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손이 불쑥 건네졌다. “일어나. 끝까지 달려야지”라는 소리가 들렸다. 함께 넘어진 디아고스티노였다. 햄블린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미국 AP통신에 따르면 햄블린은 “내가 넘어졌을 때 디아고스티노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며 “정말 고마웠고 그에게서 올림픽 정신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행동은 정말 감명 깊었고 울림을 줬다”며 “나는 이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작 디아고스티노의 몸 상태가 문제였다. 트랙에 넘어지며 발목을 크게 다쳤기 때문. 이번엔 햄블린이 그를 도왔다. 햄블린은 디아고스티노가 일어날 수 있도록 돕고 제대로 뛸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줬다.

햄블린은 “디아고스티노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건넸기 때문에 나도 그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디아고스티노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며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그가 여전히 뛰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결승선을 돌아봤을 때 그가 뛰고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아직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디아고스티노를 발견한 햄블린은 피니시 라인에서 기다렸다. 결승선에서 만난 둘은 서로를 격려하는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디아고스티노는 눈물을 쏟았다. 기록은 햄블린이 16분43초61, 디아고스티노가 17분10초02로 나란히 가장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기록은 중요치 않았다.

걷는 게 불편할 정도였던 디아고스티노는 결국 휠체어에 올랐고 둘은 잠시 동안 서로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

AP통신은 “올림픽에서는 종종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난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집트 유도 선수는 상대로 만난 이스라엘 선수와 악수를 거부했고 브라질 관중은 프랑스 장대높이뛰기 선수를 야유하기도 했다”며 “햄블린과 디아고스티노는 올림픽 정신을 되새길 수 있는 순간을 남겼다”고 찬사를 보냈다.

햄블린은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누군가 20년 뒤 리우 올림픽 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꼭 이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감격을 제대로 나누기 못했다.

'손에 손잡은' 디아고스티노와 햄블린을 향해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SNS 등을 통해 감동을 공유하고 있다.

육상 전문기자 조나단 갈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디아고스티노는 내가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멋진 사람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도 그 행동에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극찬했다. 한 네티즌은 “디아고스티노와 햄블린이 놀라운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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