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30 17:08 (화)
[SQ포커스] 국민타자 이승엽의 '한일통산 600홈런', 평가절하해선 안되는 이유
상태바
[SQ포커스] 국민타자 이승엽의 '한일통산 600홈런', 평가절하해선 안되는 이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9.14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그 관계없이 600홈런 숫자 그대로 존중받을 필요 있어…기록 경신할 후배도 보이지 않아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KBO리그 공식 기록에는 집계되진 않지만 어마어마한 대기록이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40)의 한일 통산 600홈런은 그 자체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서 팀이 1-0으로 앞선 2회말 상대 선발투수 이재우로부터 한일 통산 600번째 홈런을 때렸다.

시즌 25호 아치를 그린 이승엽은 KBO 통산 441호이자 한일 통산 600호 홈런을 터뜨렸다.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긴 비거리 120m 아치로, 맞는 순간 넘어감을 직감할 수 있었다.

1995년 프로 데뷔 후 22시즌 만에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운 이승엽은 평소와 같이 묵묵히 그라운드를 돌았지만 그가 세운 이정표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 이승엽이 14일 한화전에서 솔로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승엽은 "600홈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한일 통산이기에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나보단 주변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이런 관심이 매우 오랜만이다. 주위 분들게서 격려해주셨기에 600홈런이 대기록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600홈런 중에 어느 딱 하나를 소중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웃어 보인 이승엽은 "이젠 홈런에 대한 욕심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600홈런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기록이기 때문이다"라며 "지금부터는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 경기, 매 타석을 뛰겠다"고 덧붙였다.

◆ 숫자 자체로 존중받아야할 '600홈런'

혹자들은 이승엽이 가장 수준이 높은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지 않았기에 600홈런이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가장 선진화된 프로야구를 하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 두 나라에서 도합 22년을 뛰며 대기록을 썼다는 점에서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말이 600홈런이지 웬만한 타자들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이다. 프로 데뷔 이후 올 시즌까지 매년 27.3개의 아치를 그려야만 달성할 수 있다.

시즌을 통째로 비우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서도 안 된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뛸 당시 무릎 부상과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 국내 복귀 후인 2013년 허리 부상을 당한 것 말고는 몸이 크게 아픈 적이 없었다. 평소 자기관리를 얼마나 철저하게 하는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승엽은 "건강하게 나아주시고 바르게 운동만 할 수 있게 길러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라며 "지금까지 부상 없이 달려 올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덕이 분명히 있다. 야구를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믿어주셨고 똑같은 마음으로 대해주셨기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상대 투수의 컨디션이나 구장에 부는 바람 등 홈런을 치면서 운도 따랐겠지만 별다른 구설 없이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600차례나 아치를 그린 건 이승엽 본인의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승엽의 600홈런은 그 자체로 존경받아 마땅하다.

▲ 14일 한화전에서 홈런을 친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는 이승엽.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최정? 박병호? 홈런왕 이승엽 넘을 타자 있나

더 대단한 점은 ‘홈런 좀 친다’고 명함을 내밀만한 선수 중에 이승엽의 기록의 근접할 후배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 시즌 구단 토종 최다인 37홈런을 기록 중인 최정(SK)은 프로 통산 222홈런을 쳤다. 29세인 최정이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40세까지 매년 34.4홈런을 날려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힘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 이승엽 역시 국내 복귀 후 5시즌 동안 단 한 차례만 시즌 3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MLB에 입성하기 전, KBO리그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미네소타)는 어떨까.

박병호는 한국을 떠나기 전에 총 210홈런을 날렸다. 빅리그에 입성한 뒤에도 초반에는 가공할 힘을 보여주며 홈런을 양산했지만 이내 강속구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당한 박병호는 빅리그 첫해 12홈런을 치는 데 그쳤다. 30세의 나이와 MLB 투수의 높은 수준을 고려했을 때, 박병호 역시 600홈런에 도달할 공산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선수들의 기록을 봐도 이승엽의 기록이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전날 프로 데뷔 첫 한 시즌 30홈런을 기록한 이범호(KIA)는 통산 280개의 아치를 날렸다. 프로 18년차인 홍성흔(두산)은 208홈런, 최근 한화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김태균은 270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이승엽보다 1년 선배인 이호준(NC) 역시 326홈런으로 이승엽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 이승엽이 14일 한화전에서 솔로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