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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홀린 마법의 손연재, 퀸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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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홀린 마법의 손연재, 퀸이로소이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03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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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 후 한국 리듬체조 첫 금메달리스트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손연재(20·연세대)가 '체조 요정'에서 '아시아 체조 퀸'이 됐다. 꿈에 그리던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오르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다시 썼다.

손연재는 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에서 곤봉 18.100점, 리본 18.083점, 후프 18.216점, 볼 17.300점을 받아 총점 71.699점을 기록, 70.322점에 그친 덩쎈웨(중국)와 67.799점을 받은 라크마토바 자밀라(우즈베키스탄)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연재의 금메달은 리듬체조가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20년만에 나온 첫 쾌거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빛나는 손연재가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리듬체조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처음으로 채택됐다.

개인전에서는 한번도 메달을 딴 적이 없었다. 김유경과 권보경이 출전해 나란히 5, 6위에 올랐다. 1998년 방콕 대회에서는 김은혜와 김민정이 결선에 각각 9위와 14위에 그쳤다. 2002년 부산 대회에서는 최예림이 7위, 조은정이 8위에 머물렀다. 2006년 도하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그만큼 리듬체조는 한국과는 인연이 없는 종목이었다.

리듬체조에 걸린 메달을 처음 딴 것이 바로 손연재였다. 손연재는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개인종합 동메달을 따면서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바꿔놨다. 당시 겨우 16세 여고생이었다.

또 1998년과 2002년 2회 연속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했던 한국은 손연재와 김윤희(22·인천시청)와 이다애(20·세종대), 이나경(16·세종고)와 팀을 이뤄 은메달을 따냈다. 사상 최초 2위의 기록이었다. 손연재는 이와 함께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로 따내며 부담스러웠던 인천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금메달을 입에 깨무는 포즈를 취하며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첫 연기부터 금메달의 조짐이 느껴졌다.

전날 예선에서 총점 71.732점을 기록, 1위로 결선에 진출한 손연재는 16명의 선수 중 7번째로 등장해 곤봉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전날 개인종합 예선에서 4종목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18.016점)를 받은 종목이라 그런지 손연재의 동작에는 힘이 넘쳤다. 18.100점을 받으며 이틀 연속 18점대를 기록했다. 상큼한 출발이었다.

다음은 리본이었다. 손연재는 우아한 동작으로 어떠한 실수도 없이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스텝에는 박진감, 피봇에는 완숙미가 묻어났다. 발로 리본을 위로 던져 손으로 캐치하는 마지막 고비마저 손쉽게 넘겼다. 18.083점을 받은 손연재는 두 종목 연속 1위에 올랐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기계체조와 전날 단체전이 펼쳐질 때까지는 빈 자리가 많았던 남동체육관에는 스탠드 2층까지 관중이 들어차 손연재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세 번째 로테이션은 후프였다. 지난달 막을 내린 국제체조연맹(FIG) 2014 리듬체조 세계선수권대회 종목별 결선에서 동메달을 딴 종목이었다. 기세가 오른 손연재는 후프에서 더욱 완벽한 자태를 뽐냈다. 곤봉과 리본을 뛰어넘는 18.216점이 나왔다.

체육관을 메운 관중들은 ‘요정’의 후프 연기가 끝남과 동시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질렀다. 손연재 역시 본인의 연기가 만족스러운 듯 함박웃음을 지으며 관객의 환호에 화답했다.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도 관중석에 자리해 손연재의 연기에 미소를 보냈다.

녹색 옷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은 “기계체조부터 계속 이 곳에서 근무했는데 오늘 관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어제 예선전에 비해서도 훨씬 많이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 내내 체조가 열린 남동체육관은 2층 스탠드를 채우기 힘들었으나 이날은 손연재를 보기 위한 관중들로 가득 찼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날 경기장에는 박태환이 찾아 손연재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손연재가 연기를 마칠 때마다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은 볼이었다. 무난한 연기를 이어가던 그는 높이 던진 수구를 등과 팔로 거두는 동작에서 실수를 범했다. 전 종목 18점대의 ‘퍼펙트 연기’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금메달을 따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덩쎈웨의 연기가 남아있었지만 그가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19점대의 높은 점수가 필요했다. 사실상 손연재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니의 환상적인 연기를 본 체조 꿈나무들은 큰 꿈을 품었다.

리듬체조 선수 조예원(15·초원중)은 “연재 언니가 멋지다. 나도 열심히 해서 큰 무대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고 장슬기(16·인천체고)는 “다음 아시안게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당찬 각오를 다졌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2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 결승에서 마지막 로테이션 볼 연기를 하고 있다.

손연재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종합에서 전체 5위에 올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후 월드컵시리즈에서 11회 연속 메달을 획득하며 세계랭킹을 5위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아시안게임마저 제패하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퀸’이 됐다.

손연재는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응원해주고 지켜봐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연재는 "국내에서 혼자 준비를 하는 것과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은 다르다"며 "선수 본인이 어떻게 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지 알고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해외에서 혼자 훈련한 것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시니어에 올라가고 거의 한국에 머물지 않아서 힘들었다. 올해부터 엄마랑 같이 생활을 하기도 하는데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버텨왔다"며 "그러나 내 기사에 악플이 달리는 것을 볼 때마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망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 하지만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열리는 전국체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할 김윤희는 곤봉 15.516점, 리본 15.400점, 후프 16.300점, 볼 16.450점으로 합계 63.666점을 기록, 9위로 자신의 마지막 국제대회를 마쳤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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