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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차준환 부상 뚫고 4회전 점프, '남자 김연아' 더높이 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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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차준환 부상 뚫고 4회전 점프, '남자 김연아' 더높이 나르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10.16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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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이겨낸 집념의 우승, "준비한 것을 잘 보여줬다는 점 뿌듯하다"

[목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이상민 기자] “최대한 아픈 것을 잊고 준비한 것을 해내려고 노력했어요.”

'남자 김연아'로 주목받고 있는 차준환(15·휘문중)에게 부상은 ‘중헌 것’이 아니었다. ‘완벽한 4회전 점프’를 해내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차준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차준환은 16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6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남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서 166.62점을 기록, 쇼트프로그램 점수 75.82점과 합산 242.44점으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 차준환이 16일 2016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 남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서 애절한 표정 연기를 펼치고 있다.

형들을 제치고 시니어무대를 점령한 열다섯 차준환이다.

전날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3회전 점프 후 착지과정에서 중심을 잃어 빙판을 짚는 실수를 했다. 결국 77.95점을 기록한 김진서(20·한국체대)에 밀려 75.82점으로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티은 달랐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키며 연기를 시작한 차준환은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차준환은 이어진 점프도 흠잡을 데 없이 모두 마치는 ‘클린 연기’로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경기 후 차준환은 “주니어 선발전 때 4회전 점프에서 언더로테이션을 받았다. 그래서 회전에 더 신경을 써서 훈련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기뻐했다. 차준환이 펼친 4회전 점프는 기본점수 10.50점의 고난이도 기술. 실수가 나오지 않아 가산점 수행점수(GOE) 1.00점까지 챙겼다.

4회전 점프는 국내 선수들에게 ‘넘사벽’이라 불리는 기술이었다. 2004년 이동훈이 실전 경기서 쿼드러플 토룹을 성공한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차준환이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에서 쿼드러플 살코를 성공시켜 세계 피겨계를 놀라게 했다.

차준환이 쿼드러플 점프를 처음 성공시킨 것이 아니었음에도 기뻐한 이유는 국내대회에서 감점없이 처음으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부상까지 안겨준 고난이도 점프였기에 감격은 두 배였다.

▲ 차준환이 16일 회장배 랭킹대회 남자 싱글 1그룹 프리스케이팅에서 호쾌한 점프를 소화하고 있다.

지난 8일 독일 드레스덴 주니어 그랑프리를 앞두고 이 기술을 집중 훈련 하던 차준환은 오른쪽 발목과 고관절에 부상을 입었다. 이날도 완벽하게 연기를 마친 차준환은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고 발목을 감싸 쥐고 있었다. 잠시 후 일어선 후에도 오른발을 절뚝거리며 빙판 위를 빠져나왔다.

믹스트존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여전히 불편해보였다. 하지만 부상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활짝 웃어보였다. 그는 “부상이 있었지만 경기에 임할 때는 최대한 아픈 것을 잊고 준비한 것을 잘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남자 피겨의 쌍두마차 2위 김진서(216.88점)와 3위 이준형(20·한국체대, 203.04점)을 한참 따돌리고 이룬 성과였다. 이제는 명실공히 남자 최고의 피겨 선수로 거듭나 있었다. 

하지만 차준환은 애써 고개를 숙이며 겸손해했다. 차준환은 “아직 형들을 제치고 올라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실감도 나지 않는다”며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준비한 것을 잘 보여줬다는 게 더 뿌듯할 뿐”이라고 전했다.

차준환은 오는 12월 프랑스 마르세유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한다. 역시 경계 1순위는 부상이다. 그는 “치료도 받고 부상관리를 잘하면서 안 다치도록 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남은 기간 더 열심히 준비하려고 한다. 이번 대회서 부족했던 면을 보완할 것이다. 점프 기술이나 표현력 등에서 더 깔끔히 연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차준환(가운데)이 16일 김진서(왼쪽), 이준형과 함께 포디엄에 서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어 “국내 최고라는 평가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 해낸 것이 더 좋다”며 “앞으로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주니어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15세 소년이기에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에는 다소 무리다. 하지만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투지를 보여줬다. 

또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링크를 날아다닐 차준환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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