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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 아시아드를 하얗게 불태운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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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안녕' 아시아드를 하얗게 불태운 베테랑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0.05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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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결산] 김주성·이미선·변연하 등 남녀농구 우승 이끌고 대표팀 은퇴…리듬체조 김윤희는 뜨거운 눈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신예의 발굴 못지 않게 베테랑들의 맹활약도 눈에 띄었다. 베테랑들의 활약 속에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로 일본에 이어 종합 2위를 지켰다.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5회 연속 종합 2위다.

스포츠 경기에서 베테랑의 역할과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체력적인 면에서는 후배들에 크게 미치지 못할지라도 산전수전 모두 겪은 이들의 경험은 큰 경기에서 경쟁력이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돌아온 것도 경험면에서 크게 뒤져 위기의 순간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녀 동반 금메달을 이끌어낸 농구 대표팀에도 베테랑이 있었다.

▲ 김주성이 남자 농구 결승전에서 이란을 꺾고 우승이 확정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귀화혼혈로 대표팀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한 문태종(39·LG)을 제외하고 최고참은 단연 김주성(35·동부)이다. 4년에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다섯 차례나 출전했다. 16년 동안 대표팀에서 뛰면서 한국 농구의 영광과 추락, 그리고 재도약을 모두 경험했다.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서장훈(40·은퇴)과 함께 트윈 타워를 형성하며 야오밍과 왕즈즈가 버틴 중국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땄던 김주성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맹활약했다. 이란과 결승전에서도 10분을 뛰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했다. 한차례 대표팀에서 은퇴했다가 돌아온 김주성은 자신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미선(35·삼성생명)과 변연하(34·KB국민은행)도 마찬가지. 이미선과 변연하는 띠동갑과 다름없는 박혜진(24·우리은행)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인천 아시안게임만 보고 달려왔고 결국 20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당시 이들은 모두 10대 중반이었기에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 우선희(가운데)가 여자 핸드볼 일본과 결승전에서 승리,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손을 들어보이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우생순'의 살아있는 신화 우선희(36·삼척시청)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특별하다. 우선희는 2002년 부산 대회와 2006년 도하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기에 더이상 대표팀에 미련이 없었다. 그러나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일본에 져 결승전에도 올라가지 못한 것은 충격이었다. 동생들에게 다시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 다시 공을 잡았고 마지막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임영철(54) 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우선희가 계속 대표팀에서 뛰어줄 것을 바라고 있지만 우선희도 2세 계획 등 여러가지 사정으로 난감해하고 있다.

야구에서는 임창용(38·삼성)과 봉중근(34·LG)이 있다. 대만과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워낙 압도적인 점수로 이겼기에 이들의 활약은 그다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선배로서 젊은 선수들을 이끌었다.

배드민턴에서는 역시 이현일(34·MG새마을금고)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남자단식의 에이스였던 이현일은 한차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지만 베테랑의 필요하다는 요청에 다시 라켓을 쥐었다. 이현일은 일본과 8강전을 비롯해 중국과 결승전 등 단체전에서 마지막 게임을 맡아 승리,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록 금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선수가 있다.

리듬체조의 김윤희(23·인천시청)는 리듬체조계에서 흔치 않은 실업선수다. 20대 초반은 일반적으로는 신예에 가깝지만 리듬체조 선수로는 '환갑'이나 다름없는 나이다. 손연재(20·연세대)의 활약 속에 김윤희가 자신의 몫을 해주면서 단체전 첫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냈다. 김윤희는 단체전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대신했다.

또 박태환(25·인천시청)도 이번 아시안게임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로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메달(20개)을 딴 한국 선수가 된 박태환은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수영이라는 종목 특성 때문에 선수 생활 지속 여부가 미지수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간다는 생각이지만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생각이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밖에 여자 펜싱 플뢰레의 '주부 검사' 남현희(33·성남시청)과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조호성(40·서울시청) 역시 팬들과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석양에 지는 해가 더 붉듯이 그들의 마지막은 열정으로 물들었고 마지막까지 타고 남은 재가 하얗듯이 그들 스스로 새햐얗게 불태운 아시안게임이었다.

▲ 리듬체조 김윤희(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자 손연재(왼쪽), 이다애(왼쪽부터 두번째), 이나경으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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