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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압구정 백야’ 임성한의 어마무시한 '막장마법'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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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웅의 드라마Q] ‘압구정 백야’ 임성한의 어마무시한 '막장마법' 시작됐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0.07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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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그동안 방송된 드라마마다 막장논란을 몰고 다니는 '스타작가' 임성한의 MBC 새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가 베일을 벗었다. 이 드라마는 단 첫회만 방송됐을 뿐이지만 전형적인 '임성한표 드라마'의 냄새를 강하게 풍겼다.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임성한표 드라마의 기운를 분석해 봤다.

▲ 백야 (박하나 분) [사진=MBC 제공]

임성한 특유의 '캐릭터 막장'의 포스가 느껴졌다
 
6일 방송된 '압구정 백야'에서 가장 첫 번째로 눈길을 끈 부분은 주인공 캐릭터 백야(박하나 분)였다. 극 중 백야는 막장 기운을 풍기는 임성한 특유의 캐릭터였다.

이날 방송만 봐도 백야는 스님 복장을 하고 클럽을 전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예의 없이 직설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등 앞으로 더 강력한 막장의 모습을 암시했다. 특히 백야에게 '막장' 냄새를 느끼게 하는 행동의 압권은 지독한 시누이 역할을 하는 부분이었다.

백야는 임신한 자신의 올케 금단비(김효경 분)에게 심부름을 시키거나 폭언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단비의 남편인 오빠에게는 "자신과 올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며 이해할 수 없는 응석까지 부려댔다.

백야는 마치 '오로라 공주'의 철부지 백수 오로라와 '고부간의 갈등을 다루는 기존 막장극'의 시누이 캐릭터를 뒤섞어 놓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비호감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 백야 (박하나 분) [사진=MBC '압구정 백야' 방송 캡처]

이처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억지스럽고 당혹스런 느낌마저 들게 한 백야 캐릭터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방향성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척도로 볼 수 있다.

임성한의 대다수 드라마 특징을 보면 방송 초반에 주인공은 대부분 철부지에다 몰상식한 캐릭터로 시작한다. 하지만 집안이 망하거나 병에 걸려 느닷없이 착한 캐릭터로 변신하는 감정의 기복이 크다.

이런 부분을 고려할 때 '압구정 백야'도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던 임성한표 드라마의 틀을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으로가 걱정되는 막장의 포스가 느껴지는 첫회였다.

▲ 선지 (백옥담 분) [사진=MBC 제공]

임성한표 드라마에서만 느끼는 말투와 대사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가 모두 막장으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특유의 말투와 대사 처리를 느낄 수 있다. 드라마를 보는 순간 "아 이 작가의 드라마구나!"라고 느껴지는 드라마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임성한은 이런 직감을 주는 드문 유형의 작가다.

'압구정 백야'도 이런 임성한의 대사 느낌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 예로 올케와 시누이의 말다툼 상황을 보면 임성한식 화법이 제대로 느껴진다.

"위험한 상황이 오면 올케랑 나 둘 중에 누구 먼저 구할 거야?"(백야), "여자끼리 너무 하잖아요. 아가씨가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거네요. 매일 뒷담화나 해대면서"(금단비), "반찬은 안 하고 매일 남편이나 볶고 있으면서"(백야)

이런 발언은 보통의 드라마에서는 극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지엽적인 내용이고, 감정이 너무 실려 있는 말투라는 이유로 순화하거나 돌려 말하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임성한의 드라마에서는 이런 상식이 무시되는 경향이 짙다. 극의 중심과는 별로 상관없이 보이는 사소하고 '쪼잔'하다 싶은 감정들까지 모두 대사로 쏟아내기 일쑤다. 분량도 만만치 않다.

▲ 백야 (박하나 분) [사진=MBC '압구정 백야' 방송 캡처]

전작들에서 배우들은 이런 임성한의 스타일 때문에 엄청난 대사를 외우기 위해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다.

이런 식의 임성한식 화법이 '압구정 백야' 첫회에서는 곳곳에 등장했다. 특히 이 드라마는 제목처럼 백야의 변신 혹은 백야에게 닥칠 여러 가지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전제를 깔아놓은 드라마다.

결국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백야의 '임성한식 대사'들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좋은 예로 전작 '오로라 공주'가 있다. 여기서도 오로라는 엄청난 양의 임성한식 대사를 쏟아내며 극을 이끌었다.

임성한의 이런 화법과 대사 처리는 막장과는 대비되는 또 다른 강점으로 '작가 특유의 색깔'이라는 부분에서는 평가 받을 만하다.

▲ [사진=MBC '압구정 백야' 포스터]

임성한 드라마하면 '시청률'...이번에도 역시 '대박 조짐'

임성한 작가를 말할 때 막장, 특유의 화법 등 극적 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임성한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중심 키워드는 '시청률'이다.

그동안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과 시청자들의 엄청난 항의에도 그의 명성을 이어준 것은 바로 시청률이었다.

이번에도 시청률은 임성한을 배신하지 않을 듯하다. '압구정 백야'의 첫회 시청률은 9.9%(닐슨 제공, 전국기준)였다. 불리한 시간대에 시작하는 일일드라마로서는 쾌조의 스타트다. 현재 드라마들의 주요 메인 시간대인 월화, 수목의 10시 타임 드라마들과 비교해도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높은 수치다.

이런 현상은 시청자들이 임성한의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욕하면서도 그만의 드라마 색깔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임성한은 뚜렷한 음과 양을 갖춘 드라마를 만드는 작가다. 이런 점 때문에 앞으로 '압구정 백야'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 나갈지 안방극장의 기대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작 ‘오로라 공주’에서는 방송사 드라마국이 주요 배경이었는데 이번엔 방송사 예능국이 배경인 가족이야기라고 한다. 이 드라마의 평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왠지 전작의 무서운 기운이 느껴진다. 나만의 우려일까?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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