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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김필 vs 곽진언 '보완의 미학' 빛나는 '슈스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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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김필 vs 곽진언 '보완의 미학' 빛나는 '슈스케6'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1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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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6의 성공은 아이러니하게 지난 시즌, 밑바닥까지 추락한 경험 덕분이다.

시즌5는 매 시즌 뜨거운 반응에 안이해진 제작진의 작위적인 '인간승리 드라마' 연출과 악마의 편집, 참가자들의 어설픈 가창력, 심사위원의 핵심 없는 심사평이 만들어낸 재앙이었다. 우승자 박재정과 준우승자 박시환에게 쏟아진 비판은 유례없을 정도였다. 실망한 시청자 사이에서 ‘슈스케’ 폐지 청원 목소리까지 돌출할 정도였으니.

▲ 김필(사진 위)과 곽진언

심기일전한 제작진은 참가자들의 수준 향상부터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 주인공인 참가자들의 실력과 개성이다. 시청자들이 이들에게 기대하는 지점은 프로페셔널한 가창이 아니다. 기성 가수를 압도할 가창력의 아마추어를 원하기보다(간혹 그런 경우도 있지만) 제도권 보컬리스트들로부터 맛보기 힘든 독특한 컬러를 원할 뿐이다. 이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의 메리트다.

10일 첫 생방송 무대에서 여고생 그룹 여우별밴드와 걸그룹 출신 이해나가 탈락했다. 남은 9명 참가자들을 바라보며 흥미로운 점은 서로 대비되면서 보완하는 진용이다.

단연 두드러지는 20대 참가자 김필과 곽진언은 홍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약해온 뮤지션이다. 김필이 찌르는 듯한 철성의 고음으로 승부를 건다면, 곽진언은 울림이 큰 저음으로 청자의 가슴을 뒤흔든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김필은 음울한 서정의 브릿팝(영국 모던록) 분위기를 풍긴다. 곽진언은 가객 김광석, 정태춘을 연상케 하는 부드러우면서 삶을 관조하는 포크음악 정서를 품는다. 보컬리스트 김필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곽진언은 대비와 보완의 재미를 안겨준다.

▲ 송유빈(사진 위)과 이준희

10대 참가자 송유빈과 이준희도 마찬가지다. 남고생 송유빈은 감미로운 미성으로, 남중생 이준희는 진한 허스키 창법으로 발라드를 절절하게 열창한다. 둘은 현재 가요계를 지배하는 대형기획사 시스템에서는 남자 솔로가수로 기획되기 힘든 ‘상품’이다. 보이그룹의 멤버로나 가능할까. 하지만 시청자들은 어린 나이를 무색케 하는 이들의 사랑노래 해석에 귀 기울인다.

네 사람 외에 필리핀 자매그룹 미카,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윤기나는 보컬의 임도혁, 세련된 비브라토 창법의 브라이언 박 등 녹록치 않은 참가자들의 경연을 지켜보는 재미가 크다.

심사위원진의 대비와 보완도 두드러진다. 터줏대감 이승철은 시청자의 호불호가 뚜렷이 갈리는 심사위원이다. 뛰어난 보컬리스트지만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자주 하고, 자신만의 평가 프레임이 확고하다. 반면 심사위원 서열 2위 윤종신은 작곡, 프로듀싱, 제작을 해온 가수라 유연하다. 유려한 화술로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어내면서 발전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본다. 록밴드와 발라드 가수를 선호하는 이승철이 기본기와 자세를 중요시한다면, 윤종신은 희소성(독특한 음색과 퍼스낼러티)에 초점을 맞춘다.

▲ 심사위원 김범수 이승철 백지영 윤종신(왼쪽부터)[사진=Mnet 제공]

여기에 이번 시즌 새롭게 가세한 백지영, 김범수가 기대를 뛰어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백지영은 역대 ‘슈스케’ 여성 심사위원인 엄정화, 이효리, 윤미래를 압도한다. “느낌이 좋다” “열심히 했다” “에너지가 뛰어나다” 등 하나마나한 소리를 늘어놓는 대신 보컬의 강약과 호흡, 음정, 감정표현 방식 등 구체적인 지적을 한다. 옆자리 선배들의 평가나 점수를 의식하던 과거 심사위원들과 달리 당당하게 다른 의견을 내는 모습이 신선하다. 3명의 심사위원 분위기가 이러다보니 이승철도 조금씩 변화하는 분위기다. 좀 더 유연하고 다면적으로 참가자를 바라보려 한다.

우리 집 아이가 달라지듯, 참가자와 심사위원이 달라지니 ‘슈스케’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제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김필의 고음과 곽진언의 저음이 어우러져 인상적인 소리 향연을 만들어내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경쟁하며 보완하는 건 무한경쟁의 서바이벌 사회에서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나 발전의 지름길이자 흥미 유발 대목임이 분명해 보인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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