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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실수도 결승골로 만드는 염기훈 '미친 왼발', 수원 FA컵은 흐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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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실수도 결승골로 만드는 염기훈 '미친 왼발', 수원 FA컵은 흐름 탔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1.27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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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탄에게 크로스 올려준다는게 잘못 맞았는데 결승골"

[수원=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자신감과 동기부여는 실수도 골로 만드는 힘이 있나보다. 모두가 '염긱스' 염기훈의 미친 왼발이 결승골을 뽑아낸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수'였단다. 염기훈이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1차전 골이 사실은 잘못 맞은 것이었다고 실토했다.

염기훈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12분 기습적인 왼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려 수원삼성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을 먼저 잡은 수원은 다음달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결승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2010년 이후 6년 만에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게 됐다.

▲ 수원 삼성 염기훈이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FA컵 결승 1차전에서 후반 12분 골을 터뜨린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염기훈은 수원의 2010년 FA컵 정상 등극 때도 우승 멤버였다. 당시 윤성효 감독이 이끈 수원은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렸던 결승전에서 부산을 꺾고 2연패를 달성했다. 당시 부산을 지휘했던 사령탑이 지금 FC서울을 이끌고 있는 황선홍 감독이었다.

이 때문에 염기훈은 황선홍 감독에 대한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염기훈은 지난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FA컵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황선홍 감독님께 준우승의 감정을 느끼게 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염기훈의 도발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수원의 2016 시즌은 어둠, 그 자체였다. 하마터면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될뻔 했다. 스플릿 라운드에서 그나마 승리를 챙겨 순위를 끌어올렸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를 팀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강등 위기에서 벗어난 수원은 FA컵 결승을 앞두고 더욱 마음을 잡았다. 이번 결승전만큼은 제대로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그 중심에 '캡틴' 염기훈이 있었다.

염기훈은 결승골로 선승을 이끈 뒤 "남해 전지훈련을 하면서 선수들 모두 몸상태가 좋았다. 훈련 스케줄 일부를 줄일만큼 선수들의 컨디션은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며 "올 시즌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FA컵을 앞두고 남해 전지훈련을 하면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FA컵 결승전을 치르면서 일대일 싸움에서 절대 지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피하지 않고 상대 선수와 강하게 맞부딪혔다"며 "한 사람이 그렇게 해주니까 다른 선수들에게도 투쟁심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 수원 삼성 염기훈이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FA컵 결승 1차전에서 후반 14분 포효하고 있다.

실제로 염기훈은 FA컵 결승 첫판 기세 싸움에서 FC서울 선수들과 맞부딪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볼다툼을 할 때도, 몸싸움을 벌일 때도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주장이 몸을 아끼지 않으니 동료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쳤다. 이는 경기 내내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올 시즌 수원의 '베스트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또 염기훈은 "전지훈련을 통해 컨디션 조절을 완벽하게 했기 때문에 자신있었다"며 "실점을 했지만 곧바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늘 갖고 있었다. 경기 전부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자신감은 실수를 골로 만들어냈다. 염기훈이 후반 12분 만들어낸 결승골이 사실은 '황금의 왼발'이 아니라 발에 잘못 맞은 결과였던 것이다. 모두가 염기훈의 '노림수'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염기훈은 "사실 슛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 조나탄에게 크로스를 올리려고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발에 잘못 맞는 바람에 크로스가 아니라 골문 쪽으로 향했다. 사실 처음에는 골이 된줄도 몰랐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이어 "운이 좋았다. 크로스를 올렸을 때 상대 선수를 맞고 자책골이 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들어간 골은 선수로 뛰면서 처음"이라고 전했다.

▲ 수원 삼성 염기훈(왼쪽)이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2016 FA컵 결승 1차전에서 후반 12분 골을 터뜨린 뒤 지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정원 감독은 "이번 남해 전훈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선수들 모두 하려는 의욕과 집중력이 뛰어났다"며 "선수들의 간절함과 흘러나오는 공에 대한 집중력이 승리 요인인 것 같다. 집중력을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끌고 가겠다"고 말했다.

수원은 아직 FA컵 결승 2차전이 남았다. 만약 0-1 또는 2골차로 지기라도 한다면 FC 서울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내줄 수 있기에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염기훈의 결승골로 1차전 승리를 거두며 자신감을 재확인했고 FA컵 우승에 가깝게 다가섰다는 동기부여도 생겼다. 수원의 2016 시즌은 내내 컴컴했지만 이제 서광이 밝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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