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08:42 (월)
[리뷰] 12년 시간의 힘 응축된 ‘보이후드’
상태바
[리뷰] 12년 시간의 힘 응축된 ‘보이후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0.14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보이후드’는 관객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한다. 무려 12년 동안 배우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성숙해지고, 늙어가는 모습을 특수 분장이나 배우 교체가 아닌 실제의 모습으로 감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와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싱글맘 올리비아(패트리샤 아퀘트)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1년6개월 만에 알래스카에서 돌아온 아빠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남매를 데리고 캠핑을 가거나 볼링장, 야구장에 데려가며 친구처럼 놀아주곤 한다. 엄마의 학업과 새 아빠들 때문에 계속해서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메이슨은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예술에 눈뜨며 열여덟 청춘으로 성장해 간다.

▲ 엄마(패트리샤 아퀘트), 아빠(에단 호크)와 함께한 소년 메이슨

‘비포 선라이즈’를 연출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메이슨과 그의 가족이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생과 일상,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 12년 동안 배우들은 매년 약 15분 분량씩 촬영에 임했고, 결국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성장영화가 탄생하게 됐다.

무수히 많은 성장영화들 속에서 ‘보이후드’는 어른의 시선이 아닌 성장 주체의 눈높이로 아이에서 청소년, 청년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아낸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천진난만하던 꼬마는 부모의 이혼 후 아버지의 부재, 폭력적인 계부, 낯선 환경 등으로 인해 예민한 감수성의 내성적인 소년으로 성장하고 우정과 연애, 사진을 통해 한걸음 한걸음 세상 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캐릭터들은 생생하며 사랑스럽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로 시작해 레이디가가를 좋아하게 되는 끼 많은 똑순이 누나 사만다라든가,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좇으며 억척스레 자식들을 키워내는 슈퍼맘 올리비아, 일정한 직업 없이 음악과 오바마를 좋아하는 자유주의자이지만 자식애 만큼은 각별해 어린 자식들에게 섹스와 피임을 교육시키기까지 하는 철없는 아빠 메이슨 시니어는 생동감 넘치는 현실의 캐릭터로 관객 품을 맹렬하게 파고든다.

▲ 열 여덟 청춘으로 성장한 메이슨

12년의 시간을 2시간45분으로 압축했기에 풍성한 에피소드, 철학과 위트 가득한 대사들은 버릴 게 하나 없다. 메이슨을 연기한 엘라 콜트레인의 ‘딱 그만큼’의 현실적인 연기와 에단 호크, 패트리샤 아퀘트의 원숙한 연기력을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영화의 고비마다 흐르는 패밀리 오브 더 이어의 ‘히어로’, 콜드플레이의 ‘옐로’, 밥 딜런의 ‘비욘드 더 호라이즌’을 비롯해 욜라텡고, 플래밍 립스 등 인디밴드들의 음악 성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수 많은 기억의 조각들로 이뤄진 특별한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잔잔한 파동에 몸을 싣는 순간 따뜻한 위로를 얻게 된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최근 10년 내 가장 위대한 영화’ ‘올해 최고의 영화’ 등의 극찬을 받았다. 선댄스 영화제, 부산 국제영화제 최고 화제작 중 하나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10월23일 개봉.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