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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건엽 3번째 서울대 출신 K리거, '피치의 공부벌레'는 더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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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건엽 3번째 서울대 출신 K리거, '피치의 공부벌레'는 더 많아져야 한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2.29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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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관-양익전 이어 27년만에 탄생…미국은 명문대 출신 프로선수 즐비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K리그에 역대 3번째 서울대 출신 선수가 데뷔한다. 이건엽이 성남FC가 실시한 프로 테스트에서 9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K리그 입문의 꿈을 이뤘다.

성남FC는 지난 28일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5일까지 진행한 공개테스트를 통해 서울대 출신 이건엽과 함께 각각 홍익대와 동아대를 나온 이승현과 황원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건엽의 선발은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K리그에서 활동한 서울대 출신 선수는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기술교육실장과 양익전 제주 오현고 감독, 단 둘뿐이었다. 1년 선후배 사이인 황보관 실장과 양익전 감독은 나란히 1988년과 1989년 유공(현 제주)을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 이건엽(가운데)이 서울대 출신으로 역대 3번째로 K리거로 데뷔한다. 이건엽은 성남FC의 선수 선발 테스트에서 이승현(왼쪽), 황원과 함께 합격, K리거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사진=성남FC 제공]

그러나 성공을 거둔 선수는 황보관 실장뿐이었다 황보 실장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캐넌포를 작렬하며 '캐넌슈터'로 명성을 날렸지만 됐지만 양익전 감독은 아쉽게도 1989년 단 2경기만 뛰고 은퇴했다. 이 때문에 이건엽이 서울대 출신 K리거로서 프로라는 밀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이건엽의 K리그 진출은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범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그렇지 않아도 최순실 씨 딸인 정유라가 학교 수업도 제대로 받지 않고 승마 성적까지 조작하면서 이화여대에 입학한 것으로 놓고 체육 특기자전형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건엽은 축구 명문인 보인고에서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며 2012년 체육특기자 전형을 통해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다. 대선배인 황보관 실장 역시 같은 과 출신이다.

이건엽은 대학 입학 후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와 축구를 병행했다. 이건엽의 학점은 우수한 편에 속하는 3.9점대로 알려져 있다.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기량도 함께 발전시킨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스포츠에서는 대학에 입학한 뒤 최소 기준 학점만 따내면서 자신이 하는 운동에 더욱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 특히 미국에서는 이건엽처럼 공부와 운동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선수들은 명문대학에 진학해 운동을 하면서 은퇴 이후 자신의 길을 미리 개척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 프로스포츠에는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는 아이비 출신이 즐비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풍미했던 루 게릭(콜롬비아대)도 아이비리그 출신이다. 또 골프와 MLB에 걸쳐 미국 서부의 명문대인 스탠포드대 출신이 적지 않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가운데 시라큐스대 등 동부지역 명문대 출신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건엽의 K리그 진출은 현역 선수로 뛴 뒤 은퇴 후에는 축구와 관련한 다양한 일에 종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건엽 역시 "은퇴 뒤에는 축구 행정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 스포츠가 더욱 풍성해지고 윤택해지려면 이건엽과 같은 선수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라운드의 공부벌레'가 더 많아져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스포츠 현장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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