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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루니, 음주운전-불륜설에 12년 명성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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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루니, 음주운전-불륜설에 12년 명성 '와르르'
  • 박영진 기자
  • 승인 2017.09.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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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박영진 기자] 인생에 있어 오르막은 어렵지만 내리막을 걷는 것은 너무나도 쉽다. 한 때 잉글랜드 축구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웨인 루니(32·에버튼)는 한순간에 추락해 어느덧 친정팀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루니가 18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그레이터맨체스터주의 스톡포트 치안법원으로부터 음주운전에 관한 처분으로 면허취소 2년, 사회봉사 100시간 명령을 받았다. 올 시즌 12년 간 정들었던 맨유를 떠나 친정팀으로 복귀한 루니는 팀에 합류하자마자 대형 사고를 터뜨리며 옛 영광을 모두 잃어 버렸다. 그를 향했던 존중은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 화려했던 붉은 유니폼, 한 때는 영웅이었다

루니는 '맨유의 붉은 유니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이기도 했을 정도로 축구 인생의 꽃을 맨유에서 피웠다. 화려했던 붉은 유니폼. 한 때는 영웅이었다.

지난 2004~2005시즌 에버튼에서 맨체스터로 둥지를 옮긴 루니는 데뷔 직후부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당시 루니는 데뷔전이었던 UFEA 챔피언스리그 32강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맨유의 6-2 대승을 이끌었다.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이후에도 루니는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2006~2007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8강 두 경기에서 각각 한 골씩 기록해 팀의 준결승의 진출을 도왔고, 4강전에도 2골을 기록해 최우수 선수로 꼽히는 등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2009~2010시즌에는 시즌 총 득점수 34골로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비롯해 각종 상을 휩쓸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2011년부터는 꾸준히 소속팀과의 불화설에 시달리며 이적한다는 루머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루니는 2013년 맨유의 EPL 통산 20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아 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2015-2016 시즌에는 맨유의 전용구장인 올드 트래포트에서 100호골을 달성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루니는 맨유 통산 250골을 기록해 종전 최고기록이었던 보비 찰턴의 249골을 뛰어넘고 새로운 역사를 썼다.

◆ 흑역사는 이어져왔다

이렇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루니였지만 그의 흑역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05~2006시즌 경기 도중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며 조롱의 의미로 박수를 치다가 징계를 받았다. 또한 2012~2013시즌 박싱데이 마지막 경기였던 블랙번전을 하루 앞두고는 팀 동료들과 음주를 한 탓에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고 벌금을 물어야 했다. 그 외에도 아버지가 승부 조작 사건에 휘말리며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유독 올해 들어 여러 잡음에 시달렸다. 그 시작은 도박이었다. 지난 5월 루니가 2시간 동안 도박으로 50만 파운드(한화 약 7억2000만 원)을 순식간에 탕진했다는 사실이 전해져 충격을 줬다. 처음이 아니기에 실망은 더욱 컸다. 2006년과 2008년에도 도박으로 큰돈을 잃었다고 보도된 적이 있었다.

도박과 달리 이번 음주운전 사태는 그동안의 어떤 일들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3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 직후부터 일이 터졌기 때문에 그 후폭풍이 더욱 거세다. 많은 에버튼 팬들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를 반겼지만 개막 후 5경기 만에 기대에 부풀었던 팬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또한 개인사 문제까지 동시에 터진 것은 더욱 치명적이다. 루니는 이번 음주 운전이 적발될 당시 불륜녀와 함께 차에 동승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음주운전에 대한 비난은 물론 불륜설까지 휩싸이며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의 아내인 콜린 루니는 불륜녀인 로라 심슨에게 “싸구려 관심을 원하는 관종(관심 종자)”이라며 그녀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심슨은 방송을 통해 “자신 역시 피해자이며 콜린에게 사과한다”면서도 “만약 자신이 콜린의 입장이었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사생활이 대중매체를 통해 모두 공개되고 주변 인물들의 거친 언쟁이 이어지면서 루니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다.

영국을 비롯한 축구 주요 외신 매체들은 루니가 지난 18일 법정으로 들어서는 장면을 취재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 속 루니에게서 한 때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던 때의 당당함은 사라졌고 범죄자의 고개 숙인 쓸쓸한 면만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번 파문이 터지기 전 현지 매체들은 루니가 에버튼으로 이적한 이후 개막전을 제외하고는 이따금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그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주로 보도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피치 위가 아닌 법정에서의 모습만이 언론에 실리고 있다. ESPN은 루니가 체포될 당시 상황을 말줄임표로 대신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영웅으로 추대 받기까지는 오랜 과정 속 노력이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루니는 맨유로 이적한 직후부터 경기력으로 곧바로 증명해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래서인지 빠른 시간에 스타가 된 그는 올라오고 내려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또 쉬운지를 알지 못했다.

루니의 이번 스캔들은 어쩌면 영웅이 되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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