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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대표팀 보약 먹은 현대모비스 전준범, 스승 채찍에도 웃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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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대표팀 보약 먹은 현대모비스 전준범, 스승 채찍에도 웃는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0.27 0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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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공수에서 이상한 짓하다가 마지막에 결정 지어줬다.”

유재학(54)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의 승리의 주역 전준범(26)에 대한 평가다. 20점을 올리며 팀에 승리를 안긴 수훈선수를 향한 유재학 감독의 평가는 야박했다.

전준범은 26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방문경기에서 3점슛 6방을 포함, 20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 팀의 89-88 역전승을 이끌었다.

 

▲ 울산 현대모비스 전준범이 26일 고양 오리온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방문경기에서 3점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KBL 제공]

 

현대모비스는 시즌 첫 연승에 성공하며 3승 3패로 5할 승률에 도달했다. 그러나 주축 전준범을 바라보는 유재학 감독의 평가는 인색했다. 더욱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준범도 이 같은 유 감독의 높은 기대를 잘 알고 있다. 경기 후 전준범은 유재학 감독의 평가를 듣고는 옅은 미소를 보인 뒤 “수비에서 몇 가지 약속했던 게 경기 중에 잘 안됐다”며 “공격에서는 감독님이 주문하신 것을 하지 않아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준범은 현대모비스의 희소한 외곽 자원이다. 데뷔 초 경기 중 집중력을 잃고 돌발행동을 하며 유재학 감독을 뒷목 잡게 만들기도 했지만 매 시즌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성장하고 있다. 지난 시즌엔 평균 28분59초간 코트를 누비며 10.4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경기 당 3점슛 2.5개는 테리코 화이트(서울 SK)에 이어 리그 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올 여름엔 레바논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안컵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섰다. 아시아 정상급 선수들과 맞붙으며 실력도 향상됐고 자신감을 얻었다. 유재학 감독은 “대표팀을 다녀온 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고 전준범도 “국제대회를 치르며 많은 걸 배웠다. 특히 슛 쏘는데 있어 개인적으로 요령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올 시즌 초반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은 “미국 전지 훈련 때는 컨디션이 좋았는데 선수 구성 때문인지 자리를 잘 못 잡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날은 앞선 경기들과는 달랐다. 5경기에서 평균 9.4득점 3점슛 2.6개를 넣었던 전준범은 이날 올 시즌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무엇이 문제였고 이날은 뭐가 달랐던 것일까.

 

▲ 울산 현대모비스 전준범(왼쪽에서 2번째)이 26일 고양 오리온전 도중 유재학 감독(왼쪽에서 3번째)의 지시를 받고 있다. [사진=KBL 제공]

 

전준범은 “대부분 2번(슛팅가드)으로 출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빅3와 함께하다보니 이들과 동선이 안 겹치게 밸란스를 잡아주면서 움직였어야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며 “감독님께도 말씀드렸는데 어렵게 생각하지말고 빈 곳을 찾아다니면서 슛 기회를 노리라고 하셨고 그걸 떠올리며 경기에 나섰다”고 맹활약의 비결을 공개했다.

유재학 감독은 리그에서 가장 강도 높은 수비훈련을 통해 ‘짠물농구’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시즌 경기 당 74.6득점으로 이 부문 전체 꼴찌에 머물렀지만 76실점하며 최소실점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정규시즌 5위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수비였다.

그러나 올 시즌 변화를 가했다. 득점은 84점으로 뛰어올랐다. 실점(86.3)이 더 크게 늘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더 강한 공격으로 상대에 어려움을 안긴다는 게 목적이다.

전준범은 이러한 변화를 반겼다. “(팀의 변화에 대해) 힘든 점은 전혀 없다”며 “수비는 농구의 기본이고 올 시즌엔 공격 농구를 하기 시작했는데 슛터 입장에서 찬스가 나면 주저 없이 슛을 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사실 이날 전준범의 활약에는 또 다른 숨의 비결이 있었다. 고양체육관이 주는 좋은 기운이다. 그는 “신인 때부터 고양에만 오면 플레이가 잘 됐다. 슛감도 좋았고 자신감 있게 던지다보니까 잘 들어갔다”며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이 근처에서 살기도 했다”고 비밀을 공개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26일 고양체육관에서 중국과 2019 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예선 홈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전준범에겐 ‘약속의 땅’과 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은 대표팀 발탁과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전환점을 마련한 전준범이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대표팀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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