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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리더십+쪽집게 용병술' 김기태 동행야구 해피엔딩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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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리더십+쪽집게 용병술' 김기태 동행야구 해피엔딩 [SQ포커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10.3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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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이세영‧사진 잠실=주현희 기자] 2017시즌 김기태 KIA(기아) 타이거즈 감독의 ‘동행야구’는 해피엔딩이었다. 형님처럼 선수들을 다독이는 리더십과 과감한 용병술로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다.

김기태 감독이 지휘하는 KIA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의 추격을 7-6으로 따돌리고 2009년 이후 8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타이거즈 역사상 11번째 우승이었다.

▲ 김기태 감독이 30일 우승이 확정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김기태 감독 개인적으로는 현역 시절과 사령탑 시절을 통틀어 첫 우승이다.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선수로 데뷔한 김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1999~2001년), SK 와이번스(2002~2005년)를 거치며 현역으로 뛰었지만 단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사령탑 시절도 마찬가지. LG 트윈스(2012~2014년) 감독을 거쳐 2015년부터 KIA를 맡았지만 지난 시즌까지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선수와 감독 생활을 통틀어 프로 26년 만에 정상에 올라선 김 감독이다.

▲ 감독상을 받은 김기태 감독(왼쪽)이 구본능 KBO 총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런 김기태 감독에 따라다는 수식어는 바로 ‘형님 리더십’이다. 선수들에게 감독이라는 지위를 이용하기 보다는 형님처럼 편안하게 다가갔고,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한두 경기 부진하다고해서 가차 없이 빼는 일은 없었다.

이런 김 감독의 철학은 KIA의 캐치 프레이즈인 ‘동행’과 맞물려 선수들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일례로 김주찬과 로저 버나디나, 팻 딘은 올해 정규시즌 중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기에 곧 살아날 것”이라며 이들을 믿고 기용했다. 결과는 대성공. 세 선수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KIA의 정규시즌 우승에 일조, 김기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 김기태 감독이 김주찬과 우승 트로피를 들며 환호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김태형 두산 감독에게 벤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기태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첫 포스트시즌이었던 2013년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는 1승 3패로 패퇴했고, 지난해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1차전을 이긴 뒤 2차전을 내줘 탈락했다.

이런 경험이 재산이 됐을까. 김기태 감독은 ‘쪽집게 용병술’로 두산의 허를 찔렀고, 그때그때 흐름을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기본적으로 주전 선수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믿음의 야구’를 유지하면서 적재적소에 변화를 주는 식으로 시리즈를 운영했는데, 이것이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1차전을 내준 뒤 양현종의 완봉승으로 2차전을 따낸 KIA는 잠실구장에서 열린 3차전부터 본격적으로 반격했다.

김 감독은 3차전 선발 라인업에서 나지완을 제외하고 김호령을 넣었다. 낮 경기에 광활한 잠실구장 외야를 막기 위해서는 수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올 시즌 내내 중심타자로 활약한 나지완의 선발 제외는 KIA 선수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준 거나 다름없었다.

김기태 감독의 용병술은 9회초 또 한 번 발휘됐다. KIA는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선두 안치홍이 안타를 쳤고, 김선빈이 희생 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냈다. 김호령이 타석에 들어설 차례. 이때는 김기태 감독이 나지완을 대타로 쓸 거라 예상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대타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김호령은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돼 주자를 3루에 보냈고, 2사 후에야 김 감독은 나지완을 대타로 투입했다.

2사 주자 3루 상황이라 두산 투수 김강률이 포크볼을 던지기 어려웠다. 나지완은 자신이 유리하게 승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강률의 속구를 강타해 쐐기 투런포를 터뜨렸다.

노림수가 적중한 나지완의 ‘승부사 기질’과 김기태 감독의 ‘용병술’이 빛난 장면이었다.

▲ 김기태 감독(왼쪽)이 '패장' 김태형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이튿날 4차전에서도 김 감독은 무실점 호투를 펼치던 선발투수 임기영을 6회말 2사 후 교체했다.

이때까지 임기영의 투구수는 81개에 불과했다. 정규시즌이라면 더 길게 끌고 갔을 김 감독이지만 그는 단기전임을 고려해 불펜을 총동원했다. 시리즈에서 불펜이 나아지고 있음을 확인했고, 4차전을 승리한다면 시리즈를 보다 수월하게 거머쥘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일찌감치 불펜을 가동한 KIA는 6회 실점 위기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나머지 3이닝도 불펜에서 1점으로 막으며 3승째를 수확했다.

1승만 더하면 우승이었지만 김 감독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4차전 후 “5차전도 평소와 똑같이 할 것”이라며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 김기태 감독(왼쪽)이 30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KIA 팬들을 향해 선수들과 큰절을 올리고 있다.

5차전도 쉽지 않았다.

6회까지 이범호의 만루 홈런 등으로 7-0 리드를 잡았지만, 7회말 선발 헥터 노에시 교체 타이밍을 놓쳐 대거 6실점, 턱밑까지 쫓겼다.

여기서 김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바로 양현종이었다. 6차전까지 갈 경우 양현종이 선발로 나와야 하지만, 강력한 승부수를 띄웠다. ‘내일은 없다’는 메시지를 KIA 선수단 전체에 던졌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양현종은 9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김기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단기전 경험을 살려 탁월한 용병술을 발휘한 김기태 감독이 프로야구에 몸담은 이후 가장 화려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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