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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변형 스리백' 고집하는 신태용 감독, 콜롬비아-세르비아전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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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변형 스리백' 고집하는 신태용 감독, 콜롬비아-세르비아전이 중요한 이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0.3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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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신태용 3기가 출범한다. 이달 초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후 치러진 러시아, 모로코전에 K리거들이 제외됐던 것을 고려하면 정예 멤버로 꾸린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다음달 10일 콜롬비아, 14일 세르비아와 두 차례 평가전에 나설 23명으로 꾸려진 명단을 발표했다.

선수 선발 배경에 대해 밝힌 신 감독은 앞선 ‘변형 스리백’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앞서 성공하지 못한 전술에 왜 그리도 집착하는 걸까.

 

▲ 신태용 감독은 30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변형 스리백을 버리지 않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밝혔다. 다음달 콜롬비아, 세르비아전을 통해 이 전술의 존폐가 결정될 전망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7월 갑작스럽게 대표팀의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된 신 감독은 2차례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에선 그동안 사용해 온 포백시스템을 가동하며 안정감에 중점을 뒀다. 공격에서는 답답함이 보였지만 2경기에서 모두 무실점하며 제1목표였던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달 초 열린 러시아, 모로코와 평가전에선 달랐다. 우선 측면 수비수 자원이 부족했다. 임시방편으로 측면 공격수가 주 포지션인 이청용을 오른쪽 풀백으로 내세우는 스리백을 가동했다. 공격시에는 스위퍼인 장현수가 앞으로 나와 빌드업에 힘을 보태는 ‘변형 스리백’ 형태였다. 이 실험은 모로코전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는 대 실패였다. 러시아전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 활발한 공격가담으로 2도움을 올리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 대가가 더 컸다. 2경기에서 7실점했다. 그 과정에서 상대는 수비가 허술한 이청용 쪽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이는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신 감독은 ‘변형 스리백’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월드컵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변형 스리백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유럽 2연전에선 실패했지만 내가 원하는 선수단 구성이 아니었다. 양쪽 풀백 자원이 부족했다. 내가 생각하는 선수들이 구축되면 포백과 변형 스리백을 같이 사용해야 한다. 변형 스리백 카드는 절대 버리지 않을 것이다. 상대에 따라 꼭 필요한 전술”이라고 설명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세계적인 트렌드만 봐도 요새 얼마나 스리백 열풍이 불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첼시의 지휘봉을 잡고 스리백을 도입하며 우승 탈환을 이끈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시작으로 아스날, 토트넘 핫스퍼까지 스리백을 곧잘 활용하고 있다. 신 감독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상대의 전력과 전술 등에 따라 포백과 스리백을 유동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얼핏 스리백이라고 하면 포백에 비해 수비가 한 명 적다고 생각하지는 이는 오해다. 한 명의 스위퍼를 중심으로 3명이 전문 수비 역할을 맡고 양 측면의 윙백은 수비와 공격을 오간다. 상대가 약할 경우 조금 더 공격적인 역할에 집중하고 그 반대라면 수비적으로 물러서 5백을 구축하기도 한다.

 

▲ 지난달 10일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윙백으로 나선 이청용(오른쪽). 당시 2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에선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수비에서는 크게 흔들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그러나 5백이 되면 공격 시에는 더욱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윗선의 숫자가 줄어 공이 원활히 돌아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위퍼가 공격 시에는 위로 올라와 빌드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게 변형 스리백이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신 감독의 말처럼 이번에 대표팀은 정예 멤버를 꾸렸다. 지난 번 가장 문제가 됐던 측면 수비에도 김진수, 최철순(이상 전북 현대), 고요한(FC서울), 김민우(수원 삼성)이 합류하며 안정감이 높아졌다. 변형 스리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에도 경기력을 회복해 가고 있는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이명주, 주세종(FC서울) 등의 합류도 신 감독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분명 10월 전지훈련 때에 비해서는 선수 운영의 폭이 넓어졌고 제대로 전술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신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치른 4경기에서 대표팀은 이렇다 할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유럽 평가전에서는 아시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팀들을 만나 수비 불안을 노출했다.

한국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으로만 봐도 참가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비는 조직력이 가장 중요시된다. 일각에서는 자주 모일 수 없는 대표팀 특성상 월드컵 무대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안정적인 수비를 보이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실험을 하기 보다는 하나의 틀을 정하고 그에 맞게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줄곧 포백을 사용하던 유럽의 빅클럽들도 스리백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보며 이를 고집하다가 큰 코를 다치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 그만큼 수비 전술에 쉽게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기에 이번 2연전은 중요하다. 콜롬비아는 FIFA 랭킹 13위, 세르비아는 38위다. 4포트에 속한 한국과 모두 다른 포트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즉 월드컵에서 직접 만날 가능성이 있는 예비 상대들인 셈이다. 이들을 상대로 변형 스리백을 사용해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앞으로 이를 계속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이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과감히 내려놓아야만 할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그토록 고집하는 변형 스리백이 과연 현재 대표팀에 맞는 옷일까. 콜롬비아, 세르비아전을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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