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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가슴 뭉클한 부성애 코드 뮤지컬 '킹키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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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가슴 뭉클한 부성애 코드 뮤지컬 '킹키부츠'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0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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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 2일 전세계 최초 라이선스 한국공연의 화려한 막을 올린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킹키부츠'가 객석점유율 98%를 차지하며 올 연말 공연가 관심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노스햄프턴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BBC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졌다가 무대로 올려진 '킹키부츠'는 제67회 토니어워즈 6관왕을 수상할 만큼 작품성과 화제성을 탑재한 작품이다. 특히 지난해 4월에 초연이 이뤄졌기에 불과 1년6개월만에 작품을 접하는 '핫'한 뮤지컬이기도 하다.

▲ 찰리 역 윤소호(왼쪽)와 롤라 역 강홍석[사진=스포츠Q 이상민기자]

아버지의 죽음 이후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을 물려받은 찰리가 런던의 클럽에서 드랙쇼를 하는 여장남자 롤라를 우연히 만나 여장남자들을 위한 아름답고 튼튼한 신발 '킹키부츠'를 만들어 틈새 시장을 개척, 회사를 다시 일으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80년대 팝디바 신디 로퍼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디스코와 팝음악, 여장남자들이 주도하는 화려한 퍼포먼스, 진한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가 이 작품의 특징이다.

'킹키부츠'는 뮤지컬계의 트렌드인 성적 소수자 소재 공연이다. '렌트' '라카지' '헤드윅' '쓰릴미' '프리실라' 등에서 그랬듯 차별과 편견에 대한 저항, 포용과 화합이라는 메시지는 이 작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젠 진부할 법한 메시지이나 '킹키부츠'는 이를 확장한다. 일반과 이반 사이로 국한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 인간관계에 팽배한 '서로 다름'을 향한 어긋난 시선에 딴지를 걸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노래한다. 찰리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공장 노동자 돈(고창석)의 찰리를 향한 편견, 사업 파트너가 된 롤라에 대한 찰리의 무의식적 평가 등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 킹키부츠를 들고 열창하는 찰리 역 윤소호

특히 이 작품은 올해 하반기 국내 대중문화계의 트렌드인 부성애에 천착한다. 3대째 가업을 이어온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사업에는 관심이 없는 소심한 찰리, 복서인 아버지의 기대를 배신한 채 여장남자의 길을 택한 롤라.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정체성으로 성장했으나 두 사람 모두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아들들이다. 이들이 부르는 'Not My Father's Son(못난 아들)'은 그래서 더욱 절절하다. 가슴을 움직이는 메시지를 담았기에 관객은 치유되는 기분을 안게 된다.

이런 스토리를 '킹키부츠'는 화려한 쇼뮤지컬 겸 친숙한 무비컬 장르로 담아낸다. 미니멀한 무대세트는 유닛을 공장, 사무실, 클럽, 복싱경기가 열리는 링, 런웨이 등으로 전환하며 변화를 준다. 6명의 앤젤과 롤라가 선사하는 드랙쇼 장면은 볼거리가 풍부하며, 'Everybody Say Yeah!'를 부를 때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찰리와 노동자들의 안무는 매우 득특하면서도 신선한 감흥을 안겨준다.

제리 미첼의 빛나는 안무·연출과 더불어 신디 로퍼가 만든 음악은 중장년 세대에게도 어필할 만큼 흥겹다. 기성 뮤지컬 작곡가가 아니기에 뮤지컬 넘버 특유의 문법은 느껴지지 않지만 팝적인 감각이 두드러지고 묘하게 대중을 파고드는 매력이 있다.

▲ 롤라(강홍석)와 6명 앤젤들의 퍼포먼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한선천

소심한 청년에서 젊은 리더십의 구두공장 사장으로 변모하는 찰리 역은 톱스타 김무열·지현우와 함께 신예 강홍석(23)이 맡았다. 강홍석은 찰리의 성장 스토리를 표현함에 있어서 제격이다. 더욱이 변화의 지점을 잘 표현하는 영민함을 발휘한다. 다만 고음역대가 많은 노래들을 소화하는데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롤라는 브로드웨이에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배우 빌리 포터는 이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헤드윅'의 오만석과 함께 더블 캐스팅된 강홍석은 걸걸한 목소리와 우락부락한(?) 몸매로 여장남자 캐릭터를 소화하는데 오히려 중독성이 강하다. 남성과 여성의 내면을 두루 갖춘 롤라에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뮤지컬 신고식을 치른 '댄싱9' 출신 현대무용수 한선천은 '앤젤'을 춤으로 확실히 리드한다. 가창력과 연기력은 미지수이나 선 고운 자태와 클래스가 다른 안무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다. 뮤지컬 배우에게 있어 3요소 중 하나인 춤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다시금 확인하는 기회였다.

내년 2월22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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