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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킹키부츠' 신은 샛별 윤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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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킹키부츠' 신은 샛별 윤소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09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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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 기자] 2011년 12월6일.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2인극 뮤지컬 '쓰릴미'의 '그'로 데뷔했다. 3년이 흘러 2014년 12월6일. 같은 공연장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킹키부츠'의 주인공 찰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톱스타 김무열 지현우와 함께 캐스팅된 그의 나이 불과 스물 셋이다. 훈훈한 외모와 신인답지 않은 옹골찬 연기력으로 무대를 휘젓고 있는 그를 공연 직후 인터뷰로 마주했다. "오늘이 두 번째 공연이었는데 이렇게 또 한 회를 마쳤구나"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 [사진= CJ C&M 제공]

◆ 브로드웨이 최신작 '킹키부츠'서 폐업위기 구두공장 일으켜 세우는 젊은 사장 찰리 열연

2일 개막한 '킹키부츠'는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초연돼 토니어워즈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쓴 '핫'한 작품이다.

1980년대 영국 노스햄프턴의 한 공장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영화화를 거쳐 뮤지컬로 제작됐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폐업 위기의 구두공장 '프라이스 & 선'을 떠맡은 찰리가 우연히 만난 자유분방한 드랙퀸(여장남자) 롤라를 만나 그들을 위한 '킹키부츠' 제작으로 틈새시장을 공략, 공장을 일으켜 세운다는 내용이다.

브로드웨이 유명 안무가이자 연출가 제리 미첼의 감각적인 연출력, 팝스타 신디 로퍼의 흥겨운 음악과 더불어 가슴 뭉클한 부성애, 차별과 편견을 녹여내는 따뜻한 메시지가 시어터고어들을 매료시킨다.

▲ '킹키부츠' 중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부르는 'Everybody Say Yeah!' 장면[사진= CJ E&M 제공]

"개막 전 연습과정 내내 관객이 어떻게 보실지 궁금했어요. 성 소수자를 다루고 있지만 기존 작품들과 달리 불편함 없이 몰입할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인데다 신디 로퍼의 멋진 음악과 화려한 안무 등 보고 들을 거리가 많은 작품이에요. 찰리와 롤라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살지만 아버지에 대한 감정 등 교집합이 많아요. 그런 설정도 매력적이죠. 심플한 세트에서 유닛이 움직이며 시공간의 변화를 주는 것도 신기하고요."

신디 로퍼가 작곡한 팝음악은 평소 즐겨 듣는 장르라 낯설진 않았다. 다만 그녀 특유의 색깔이 짙은 노래를 한국어로 연기하며 소화하는 것과 노래 곳곳에 배치된 고음역대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게 관건이다. 특히 찰리는 1막과 2막 내내 많은 양의 대사와 노래를 하며 싸우고 뛰어다닌다, 막판에는 킬힐 부츠를 신은 채 공연까지 해야 한다.

"연출께서 찰리가 부르는 노래는 깔끔해야 한다고 해서 비브라토를 빼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고음처리는 정말 힘들었고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괴로워하고 있어요. (웃음) 공연을 끝내고 나면 훅~방전되는 느낌이에요."

◆ "김무열 열정적 '리얼 레드' 찰리, 지현우 순진 찌질함 잘 살린 찰리"

▲ [사진= CJ C&M 제공]

'킹키부츠'는 찰리의 이야기라 찰리 역 배우가 잘 이끌어가지 못하면 관객이 몰입하기 힘들다. 바른생활 청년 찰리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가업을 이어받는 대신 약혼녀와 런던으로 건너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려다 구두공장을 운영하게 되는 캐릭터다. 순진한 청년이 강단 있는 사업가로 성장하는 대목이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오랜만에 뮤지컬로 복귀한 김무열, 연기자 겸 록밴드 리더인 지현우 그리고 풋풋한 신인 윤소호의 3색 대결이 흥미를 자아낸다.

"두 선배 모두 이번에 처음 공연했는데 무열이 형은 열정적인 '리얼 레드'의 찰리를 뽑아내시더라고요. 현우 형은 정말 순수하고 착하신데 순진하다 못해 찌질하기까지 한 찰리를 잘 표현하세요. 두 선배한테 자극을 많이 얻고 배울 게 많아서 좋죠. 전 초반에 찰리의 때묻지 않고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게 포인트라고 여겼어요. 멋져 보이면 안된다! 중반 이후 열정적인 인물로 반전하는 데 주력했죠. 보여줄 게 많은 캐릭터예요. 찰리로 인해 많은 사건이 일어나기에 연기하는데 있어 감정 소모가 심하지만 배우로선 행복하죠."

롤라 역의 강홍석은 대학(서울예대 연기과) 선후배 사이다. 상남자에 열정적인 그가 여장남자 캐릭터를 연기하며 특유의 강인함을 드라마 속에 언뜻언뜻 녹여낼 때 감탄이 터져 나온다. 또 한 명의 롤라인 오만석은 정말 여자같은 분위기로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무대에서 노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얻는다. 후배인지라 선배들의 장점을 눈여겨 본 뒤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킹키부츠'는 윤소호에게 살아 있는 학습의 장이다.

◆ '쓰릴미'로 데뷔 후 예민한 청춘 캐릭터 소화하며 깊은 인상

▲ [사진= CJ C&M 제공]

고교시절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본 뒤 뮤지컬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윤소호는 군입대를 위해 대학 휴학 중 뮤지컬 배우 남경읍이 운영하는 뮤지컬 아카데미에서 레슨을 받으며 오디션을 전전했다. 그러던 중 스타의 산실로 불리는 스릴러 뮤지컬 '쓰릴미'에서 유괴, 납치, 살인을 저지르는 비상한 두뇌의 동성애자 '그'로 인상적인 데뷔를 했다.

이후 '번지점프를 하다'의 미스터리한 고교생 현빈, 록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록 보컬리스트 구본하,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해맑은 병사 류순호, '블랙 메리 포핀스'의 헤르만 디히터와 연극 '데스트랩'의 앤더슨 등 남들보다 예민하게 세상과 마주하는 청춘 캐릭터를 주로 맡아왔다. 남들은 몇년씩 하는 앙상블을 거치지 않은 채 줄곧 주연으로 무대의 행운을 누렸다.

"되돌아보면 나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은 3년이었어요. 열심히는 해온 것 같은데 연기나 가창에서 만족한 적은 없어요. 100% 만족할 날이 올지 모르겠어요. 물론 한 작품씩 할 때마다 캐릭터나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건 있죠. 여러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건 분명 자산이라고 여기고요. 또 과거엔 내 연기하기에 바빴는데 지금은 상대와의 호흡, 디테일한 부분까지 생각하게 되니까요. 다만 표현에 있어서 (오)만석이 형처럼 되려면 정말 한참 먼 것 같아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극중 찰리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성장하듯 자신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성장하고 싶다는. 좋은 연기로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는 찰리를 보기 좋게 만들어야겠다는.

▲ [사진= CJ C&M 제공]

"종연이 내년 2월21일인데 오늘과 2월21일의 내 연기가 달라야 한다"는 앙팡테리블의 각오를 뮤지컬계가 주목하고 있다.

[취재후기] 탤런트 김지훈이 연상되는 마스크다. 부드러운 말투로 활달하게 얘기하는 착하고 평범한 청년이다. 긍정, 성실 마인드다. 대학 신입생 시절까진 찰리처럼 갈피를 못잡고 의기소침해 하던 성격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도 찰리처럼 바뀌었다는 말과 함께. "공연 중에는 잘 먹고 잘 자면서 컨디션 관리를 해야하는데 혼자 살아서인지 그러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에선 소년의 얼굴이 튀어나온다. 극중 '페이버릿 송'을 묻자 쇼적으로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부르는 신나고 화려한 'Everybody Say Yeah!', 드라마적으론 아버지를 회상하며 열창하는 'Not My Father's Son'이라고 귀띔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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