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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의 '사망유희'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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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의 '사망유희' 유감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05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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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 보고 돌진하다가 먼저 피하는 쪽이 패배하는 경주에서 유래한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의 청춘, 주도권 쟁탈을 벌이던 70년대 갱들 그리고 국제정치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일종의 사망유희다.

지난 2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사무국 직원들의 호소문 언론 배포에서부터 시작해 5일 폭언·성희롱·인사 전횡 의혹에 휩싸인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반박 기자회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노라면 치킨게임의 전형적 양상으로 비쳐진다.

박 대표는 이날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호소문의 배후라는 의혹제기와 함께 자신은 정치적인 희생양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 행정감사에서 드러났던 "정 감독이 10년간 140억원을 가져가고, 지휘 한번에 49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중순께 박 대표에 대한 서울시향 사무국 일부 직원들의 탄원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박 대표가 지난 10월 한차례 사의를 표명했다가 뒤집었다고 전했다. 반면 박 대표는 서울시향에 회의를 느껴 시의회가 끝나는 이달 안에 사퇴하려고 했는데 지난 1일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이 바로 사퇴를 요구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그날 오후부터 (자신에 대한 성희롱·인사 전횡 의혹) 보도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서울시향은 재단법인이지만 서울시 출연기관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향에 110억원을 지원했다. 이 돈은 서울시민의 혈세다. 공공기관, 그것도 예술을 다루는 공연단체 직원들과 수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의혹 들추기, 서로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어떨까. 답답한 한편 익숙할 테다. 정치권의 정윤회 인사전횡 의혹 파동이라는 너무나 비슷한 타이틀, 속속 드러나는 권력집단 내부의 추악한 암투와 닮은 꼴이어서다.

문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서울시향 스캔들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을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 이상 징후가 계속 노출됐기 때문이다. 일단 양측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상황이고, 각자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서울시, 감사원 차원의 진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책임을 물을 건 물으면서 사태 해결 및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9년 동안 세계 수준 오케스트라로의 도약, 시민 곁으로 찾아가는 음악회 안착 등 서울시향이 이뤄온 가치는 충분히 의미 있으며 서울시향은 서울시민의 문화 자양분이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면서 파문의 당사자를 비롯해 지켜보는 이들 모두 권력, 조직, 공직자와 리더의 자세를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권력은 사유화 대상이 아니라 잠시 위임받은 것이며 공정하게 쓰여야 한다. 조직은 가치를 공유하며 움직여야 한다.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공직자는 공공의 선에 복무해야 한다. 리더는 무한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단순한 이치다.

박 대표는 기자회견 모두에 서울시민에 대한 사죄를 언급했지만 사무국 직원들의 업무 미숙과 정 예술감독 의혹 들추기에 몰두했다. 자신에 대한 의혹은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만 주장했다. 사실이 아닌 부분을 밝히면 됐을 텐데 지나친 느낌이다.

한편으론 나와는 무관하다는 유체이탈 발언이지 리더의 화법은 아니다. 사무국 직원들이나 정 예술감독 모두 그가 수장으로 있는 서울시향 사람들이며, 그들의 문제는 1차적으로 박 대표의 책임이다. 질타에 앞서 스스로 리더로서의 자질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 또 공개적 폭로가 아닌 내부 감찰, 상벌위원회라는 조직적 방법으로 처리할 사안이다.

“너 죽고 나 죽자”식, “갈 때까지 가보자”는 치킨게임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온다. 전설적인 무술배우 이소룡의 ‘사망유희’는 재미라도 있었지만, 서울시향이 벌이는 사망유희는 소름 돋을 뿐이다. 이제 무차별 의혹 제기는 접고, 이성적으로 진실을 규명하는데 협조하면 된다. 서울시는 산하기관인 서울시향의 곪아터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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