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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사회, '위로'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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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의 사회, '위로'의 손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0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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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 주말 이후 MBC 예능프로 ‘무한도전’의 ‘극한 알바’편이 화제가 됐다. 시청자는 석탄 캐기를 비롯해 굴 까기, 텔레마케팅, 택배, 고층빌딩 외벽청소 등 극한 아르바이트에 도전한 무한도전 멤버들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소중함과 더불어 고충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 온 이들의 노고를 되새김질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지난 5일 미국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1등석 땅콩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승무원 사무장을 향해 고함을 지르다 이륙 직전 램프리턴까지 강행하며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그룹 총수 딸의 슈퍼 갑질에 ‘땅콩 부사장’ ‘땅콩 리턴’의 조소 어린 닉네임이 뒤따르는 중이다.

불과 이틀 새 치열한 삶의 터전이자 신성한 노동의 현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두 ‘사건’으로 인해 감동과 분노가 교차하고 있다.

▲ MBC '무한도전-극한 알바'편

시즌13까지 방영된 케이블채널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부터 시작해 최근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미생’, 대형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해고 무효투쟁을 그린 영화 ‘카트’, tvN 관찰예능 ‘오늘부터 출근’과 KBS2 ‘개그콘서트’의 ‘렛잇비’에 이르기까지 직장인을 소재로 한 예능과 드라마, 영화가 만만치 않은 반향을 일으킨다.

화이트 칼라라고 불리는 사무직 노동자, 인턴·계약직원·알바생인 비정규직, 블루 칼라의 육체노동자, 자영업자 모두 노동의 대가로 생활하는 소시민들이다. 직장인이건 자영업자건 강도 높은 노동과 불안정한 미래만으로도 힘든 현실인데 이들은 갑을관계의 폐해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본사-대리점, 경영진-직원, 상사-부하, 건물주-세입자 등 경제·사회적으로 지위 격차가 있는 관계에서 벌어지는 갑의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 드라마 '미생'의 스틸컷

검정고시 출신의 고졸이라는 이유로 멸시당하는 사회초년생 장그래나 자기 일마저 떠넘기며 갈구는 대리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인턴 한상율의 모습은 직장에선 비일비재하다. 느닷없이 휴대폰을 통해 해고 통보를 받는 ‘카트’의 비정규직 계산원·청소원도 낯익은 풍경이다. 마침내 기내 책임자가 이륙 직전의 비행기 밖으로 쫓겨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고용 계약관계의 상대를 상하관계로 취급하는 기득권층의 천박함이 빚어낸 웃픈 코미디다.

이런 부조리를 규제할 법·제도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의 거울 역할을 하는 대중문화가 이를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런 소재의 작품과 프로그램들에 대중이 몰입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노동현실이 심각하다는, 직장인(노동자)의 현재가 아프다는 방증이다.

‘미생’이나 ‘무한도전’ 등으로 인해 잠시나마 우리는 위안을 느끼고 감동을 얻는다. 갑갑한 현실이 바뀌진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위안을 얻는 이유는 ‘미생’이 장밋빛 판타지 드라마가 아니고, ‘무한도전’이 웃음으로 적당히 덮어버리는 버라이어티 예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을 대중매체를 통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느 땐 큰 용기가 된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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