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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결핍 많은 세 남녀가 만들어낸 소우주 '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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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결핍 많은 세 남녀가 만들어낸 소우주 '마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12.10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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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로렌스 애니웨이'(2012) 등으로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데 이어 올해 칸 국제영화제 최연소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캐나다의 천재 감독 자비에 돌란(25)이 한층  깊고 풍부해진 감성으로 돌아왔다

그의 신작 '마미(Mommy)'는 강인한 모정, 소년의 고통스런 성장담, 모자와 한 여인의 우정이 결핍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촘촘히 엮여진다.

 

3년 전 남편이 죽은 뒤 빚더미에 올라앉은 디안(안느 도발)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후군을 겪는 아들 스티브(앙투안 올리비에 필롱)가 보호시설에서 불을 내 쫓겨나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데려온다.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는 스티브지만 때로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해 엄마에게 욕설을 퍼붓고 목을 조르기까지 하는 폭력성을 드러낸다.

모자의 앞집에 사는 안식년 중인 고교 교사 카일라(쉬잔느 클레몽)는 2년 전부터 말을 더듬는 증상이 생겨 남편과 딸, 세상과 단절된 채 무료한 일상을 보낸다. 우연히 디안과 눈인사를 건넨 뒤 디안의 제의로 스티브의 홈스쿨링을 돕게 된다.

저마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세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 의지하고, 여느 행복한 가족 못지않게 지낸다. 스티브는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하겠다는 꿈을 키우며 카일라와 공부를 하고, 카일라는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는다. 하지만 스티브의 방화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학생 부모로부터 거액의 소송이 들어오면서부터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천재성은 2시간이 넘는 영화를 전혀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게 숨가쁘게 이끌어간다. 생업전선에 뛰어든 불같은 성격의 엄마, 거칠지만 사랑스러운 아들, 교양있고 착한 중산층 주부이면서도 삶의 허무에 허덕이는 교사라는 입체적인 캐릭터 배치부터 결핍 많은 세 남녀의 기묘한 '한가족 되기'는 훈훈한 휴먼 드라마로 자리하는가 싶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이들이 만들어낸 소우주 내부에서 이뤄지는 갈등은 격렬하다. 더욱이 아름다운 판타지로 그득한 상상 장면과 잔인한 현실이 포개지는 영화 후반부는 날카로운 통증에 숨이 막힐 정도다.

세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이 개성 뚜렷하고 멋진 앙상블을 이뤄낸다. 영화는 에너지 충만하다. 돌란 감독은 캐릭터의 감정을 오아시스, 다이도, 사라 맥라클란, 셀린 디온, 라나 델 레이의 아름다운 음악, 도발적인 영상미를 앞세워 그야말로 가지고 논다. 답답한 현실을 반영하듯 시종일관 1대1 정사각형 비율 화면으로 상영되다가 주택가 도로에서 너무나 자유롭게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스티브와 자전거를 탄채 뒤를 따라오는 디안·카일라 장면에서 스티브에 의해 풀 화면으로 확장되는 기발한 편집기법은 가히 혁명적이다. 인상적인 이 기법은 빠르게 흘러가는 미래장면에서 다시 등장한다.

 

"언젠간 엄마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 그래도 나는 항상 엄마를 위해 살게" "엄마가 아들을 덜 사랑하게 될 일은 없어. 시간이 갈수록 엄마는 너를 더 많이 사랑할 거야. 넌 갈수록 엄마를 덜 사랑하겠지만…". 두 모자가 나누는 대사는 쉬 잊히지 않는다. 기묘한 모자관계지만, 예측 불가능한 성격의 모자지만 결국은 사랑이다. '마미'는 고통 속에서 아름다움을 잉태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창적인 영상언어로 풀어낸 작품이다.

12월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38분.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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