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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우즈벡 축구 결승 중계] 승부사 박항서의 아름다운 도전, 베트남을 웃기고 울렸다 (2018 AFC U-23 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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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우즈벡 축구 결승 중계] 승부사 박항서의 아름다운 도전, 베트남을 웃기고 울렸다 (2018 AFC U-23 챔피언십)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1.2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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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박항서(59) 베트남 감독의 아름다운 도전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베트남이 우즈벡과 결승전을 치를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으랴.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은 이미 베트남의 축구영웅으로 등극한 박항서 감독의 아름다운 도전으로 점철된 대회였다.

베트남은 27일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센터에서 열린 우즈벡과 대회 결승전에서 1-1로 정규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으로 돌입해 경기 막판 골을 내주며 1-2로 석패했다.

 

▲ 박항서 감독이 2018 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에 준우승을 안겼다. [사진=AFC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은 동남아 국가들 중 최초로 대회 4강에 진출한 데 이어 준우승을 이뤄내며 베트남 축구사를 새로 썼다.

정말 아쉬운 결과다. 앞서 이라크와 8강, 카타르와 4강에서도 연장 승부 끝에 승부차기에 돌입해 연승을 거뒀기에 기대감을 키웠다. 우승이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로 가까이 와있었다. 그러나 연장 후반 14분 통한의 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창저우의 영하의 날씨와 폭설은 무더운 기후에 익숙한 베트남 선수들에게 생소한 광경이었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인 전반 7분 만에 우즈벡에 선제골을 내줬고 전반 내내 끌려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코치로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했던 박항서 감독은 히딩크를 쏙 빼닮은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 위해 라인을 끌어올리며 압박의 정도를 높였다.

적극적인 대처는 결실로 이어졌다. 전반 39분 아크 왼쪽에서 얻어낸 기회에서 응우옌 꽝 하이가 완벽한 궤적의 왼발 프리킥 골을 넣었다.

후반에도 우즈벡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버텼고 연장에 돌입했다. 골이 나오지 않았다. 모두가 머릿속에 승부차기를 그리고 있을 즈음인 연장 후반 14분 시도르프에게 골을 내줬다.

 

▲ 베트남이 준우승으로 자국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사진=AFC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베트남과 박항서 감독 입장에선 얻은 게 훨씬 더 많은 대회였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은 불과 3개월 만에 베트남 축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돼 버렸다.

베트남은 A대표팀보다 U-23 대표팀의 인기가 더욱 많다. 황금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유망한 자원이 많아 이들에게서 베트남 축구의 미래를 찾고 있다. 심지어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까지 나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고 박항서 감독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선수빨’에 힘입어 운 좋게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건 결코 아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고 베트남 축구의 현실적 수준을 고려해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역습 축구를 펼쳤다. 체구는 작지만 발기술이 좋고 패스 센스가 있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카운터 어택은 위협적이었다. 이러한 박항서 감독의 지략이 베트남 축구와 만나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경기 후 베트남 관중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간절히 바랐던 우승이었다. 그러나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다는 말은 박항서 감독에겐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이 성과만으로도 박항서 감독은 이미 베트남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박 감독의 확실한 성과에 3급 노동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선수단 베트남 입국과 함께 대규모 카퍼레이드도 진행될 예정이다.

우승을 코앞에서 놓쳤기에 아쉽지만 어느 팀보다 잘 싸웠고 확실한 색깔을 보였다.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했던 한국 대표팀과 대비돼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베트남이 결코 만만하게만 봐서는 안되는 아시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중심에 베트남 축구의 새 역사 박항서 감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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