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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4인승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감동의 도전정신 "목표 없는 게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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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 4인승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감동의 도전정신 "목표 없는 게 장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3.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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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모두가 주목하지 않았던, 불가능이라고 말했던 이들의 쾌거.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강원도청)과 함께 한국 썰매의 새 역사를 쓴 봅슬레이 4인승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김동현(31·강원도청)의 이야기다.

슬라이딩 종목의 불모지로 불렸던 한국이 이토록 날아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포기를 모르는 도전 정신에 있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브레이크맨 김동현은 “장애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안 들리는 게 아니라 목표가 없는 게 장애”라며 “장애는 이겨내는 게 아니라 받아들이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감동적인 말을 남겼다.

 

▲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이 2일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올림픽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왼쪽부터 서영우, 원윤종, 주영진 앵커, 김동현, 전정린. [사진=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화면 캡처]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은 2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나란히 출연했다. 달콤한 열매를 얻기까지 어떤 고난의 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해 밝혔다.

한국 봅슬레이는 썰매도 없어 다른 나라의 장비를 빌려 타고 아스팔트에서 훈련을 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선수를 수급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의 결성 과정을 봐도 그렇다. 육상 선수로 활약하다가 2010년 9월 종목을 전향하게 된 서영우를 제외하면 모두 운동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원윤종도 평범한 대학생으로 캠퍼스를 누비던 8년 전 서영우와 함께 봅슬레이를 접하게 됐고 김동현은 그보다 조금 빠른 2008년 가을, 정정린은 2012년 5월에 시작했다.

소치 올림픽 2인승에선 18위, 4인승에서 20위에 그쳤지만 그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그렸다. 2015~2016시즌엔 2인승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파죽지세를 달렸다. 그러나 이후 코치진의 이탈, 부상, 국산썰매와 외국산 썰매 사이에서 고민 등으로 인해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400여 차례가 넘는 홈 트랙 주행을 통해 강점을 살렸지만 1차 주행에서 부진을 뒤집지 못해 6위에 머물렀다.

4인승은 2인승에 비해 크게 기대를 받지 못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사고를 쳤다. 첫 주행부터 2위를 차지하더니 마지막 독일 팀의 끈질긴 추격 속에도 100분의 1초까지 동률을 이루며 공동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일럿 원윤종은 “많은 분들이 4인승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온 결과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정린은 “외신 등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마지막 날 열심히 해서 국민 여러분께 좋은 장면을 만들어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고 김동현은 “우리 4명이 아니라 40명에 가까운 팀이 함께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원윤종은 “경기에 나선 건 4명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준 이용 총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진, 전담 팀과 후원해주는 분들, 연맹 등 모든 분들이 대한민국 봅슬레이 팀이라고 늘 생각했다”며 “모두 하나의 목표로 정말 열심히 달려왔기 때문에 거둘 수 있었던 성과다. 4명만의 성과라고 생각지 않는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서영우도 감동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경기 후 이용 총 감독에게 “탈의실에서 다같이 만났는데 이렇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다 같이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며 “8년 동안 한 가지 목표로 달려왔는데 이렇게 결실 맺게 돼 감격의 눈물이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합숙으로 인해 1년에 300일 이상을 함께 지내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낼 기회도 많지 않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팀 워크가 뛰어날 수밖에 없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한 번 해봤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원윤종은 “겨울 종목이다보니까 시즌은 겨울에 시작한다”며 “당분간은 쉬면서 정비를 하고 이게 끝이 아니니 새로운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이들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드라마 미생의 OST이기도 한 이승렬의 ‘날아’를 꼽았다.

“모든 것이 무너져있고 발 디딜 곳 하나 보이질 않아. 까맣게 드리운 공기가 널 덮어 눈을 뜰 수 조차 없게 한 대도.”

그간 봅슬레이 대표팀이 겪어도 수많은 고초와 열악했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 있지마. 그곳은 네 자리가 아냐. 그대로 일어나 멀리 날아가기를. 얼마나 오래 지날지 시간은 알 수 없지만 견딜 수 있어 날개를 펴고 날아.”

이를 딛고 힘껏 일어선 봅슬레이 대표팀과 꼭 들어맞는 가사다. 앞으로 남은 4년, 베이징 올림픽을 바라보는 봅슬레이 4인승 팀이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하며 더욱 높이 날아오를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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