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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결산 ⑰] 윤성빈 金-이상호 銀 대성공 이유, 이용-이상헌 감독-든든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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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결산 ⑰] 윤성빈 金-이상호 銀 대성공 이유, 이용-이상헌 감독-든든한 지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3.0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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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이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는 빙상만이 아닌 새로운 종목들에서도 메달 나왔다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불모지로 불렸던 봅슬레이·스켈레톤, 설상 스노보드에서 챙긴 메달은 어느 것보다 값졌고 그 의미도 컸다.

봅슬레이·스켈레톤은 괄목할 성과를 냈다. 스켈레톤 윤성빈(24·강원도청)은 쟁쟁한 경쟁자들과 큰 격차를 벌리는 압도적 레이스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봅슬레이에선 4인승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김동현(31·강원도청)이 은메달 쾌거를 이뤄냈다.

 

 

◆ 봅슬레이·스켈레톤이 이뤄낸 ‘평창 드림’, 이용 총 감독 그리고 든든한 지원있으매

이용 총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루지에 강광배, 이기로와 함께 출전했던 한국 올림픽 최초 썰매 선수인 그는 누구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을 펼쳤다. 2011년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제안으로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이번 봅슬레이·스켈레톤의 영광 뒤엔 든든한 지원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이용 총 감독은 선진 기술과 다양한 경험을 전수받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고개를 숙이고 찾아갔고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비법을 얻기 위해 애썼다.

열악한 훈련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시·도 체육회를 찾아가 실업팀 창단도 요청했고 훈련비 마련을 위해선 대한체육회와 후원사를 직접 찾아다니며 사정을 했다. 이와 함께 한국 썰매도 서서히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코칭스태프의 수도 확연히 늘었다. 2011년 단 2명이었던 게 평창올림픽엔 17~18명까지 늘었다. 담당을 철저히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였다. 그는 “철저히 계획에 맞춰 선수들을 관리했다”며 “영양부터 웨이트, 피지컬, 의무 등 모든 부분에서 하나가 됐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1년에 300일 이상을 합숙하며 평창올림픽만을 기다렸지만 그는 더 했다. 근 몇 년간 집에 들어간 날을 꼽을 정도였다. 그만큼 많은 애정을 쏟아부었고 그 결실을 맺게 됐다.

이 감독의 노력 속에 숨은 부분이 바로 ‘돈’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 썰매도 사고 날도 사야하고 돈이 들어갈 일이 너무 많다. 지원이 없으면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3년까지 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후원사는 포스코대우 단 하나였다. 해외 훈련 연간예산도 5억 원에 불과해 값비싼 썰매 장비 구입과 코칭스태프 충원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 감독은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진=스포츠Q DB]

 

그러나 점차 지원은 늘어갔고 이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면서 이젠 남부럽지 않을 힘을 얻게 됐다. 현대자동차·LG·포스코·KB·아디다스·효성 등 후원사도 9개까지 늘었다. 이로 인해 외국인 코치를 새로 영입하고 장비를 고쳐나갔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합쳐 50명에 이르는 대가족이 거리낌 없이 전지훈련을 다니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이용 총 감독은 “이전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이젠 현실이 됐다. 이제는 우리가 썰매 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현장과 행정이 어우러져야 스포츠의 미래가 발전한다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여전히 '불모지'인 종목이 정말 많다”며 “그 종목들도 우리처럼 많은 지원 속에 3~5년 정도만 체계적으로 잡아준다면 베이징 올림픽 때는 스키와 같은 설상 종목에서도 충분히 금메달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배추보이’ 이상호가 새로 쓴 한국 설상 역사, 부드러운 리더십 이상헌-후원사 지원

이상호(23·한국체대)는 1960년 스쿼밸리 올림픽부터 시작된 한국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의 새 역사를 썼다. 4년 전 소치 대회까지 한국의 모든 메달은 빙상에서만 나왔다. 윤성빈이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달라진 현실을 보여줬지만 그는 이미 세계랭킹 1위로 어느 정도 그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상호는 달랐다. 기적과도 같은 일을 이뤄낸 그다.

그가 일궈낸 기적엔 든든히 뒤를 받쳤던 이상헌 감독의 역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총 감독과 마찬가지로 1세대로 활약했던 이상헌 감독은 열악한 지원 속 자비로 훈련과 대회에 나섰지만 이로 인해 결국 선수 생활을 오래 이어갈 수 없었다.

한국의 스노보드 올림픽 첫 역사가 2010년 밴쿠버 대회(하프파이프 김호준) 때가 된 이유도 올림픽 때 그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찌감치 은퇴를 한 이상헌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러나 지도자는 그 한 명뿐이었다. 필수적인 경기 영상 촬영, 장비 점검까지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심지어는 운전까지 맡으며 슈퍼맨이 돼야 했다.

 

▲ 이상헌 스노보드 대표팀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통해 선수들에게 애정을 아끼지 않는다. [사진=스포츠Q DB]

 

이후 지원이 차츰 늘어갔지만 이 감독의 역할은 여전히 지대했다. 선수들의 기를 살리는 것도 그의 큰 강점 중 하나다.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은 두 선수가 나란히 출발해 승자를 가리는데, 이번 대회에선 눈에 띄게 레드 코스가 기록이 좋게 나왔다. 예선 3위를 차지한 이상호는 줄곧 레드 코스를 택해 승승장구했지만 준결승에선 예선 2위 얀 코시르(슬로베니아)를 만나 블루 코스를 타야했다. 16강 토너먼트부터 블루 코스를 탄 13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레드 코스에서 승자가 나왔던 상황. 그러나 이상호는 차츰 격차를 좁히더니 0초01 차이로 결승에 올랐다.

이 감독은 “스노보드(평행대회전)는 결국 멘탈이다. 자신의 테크닉에 자신이 있어야 한다”며 “블루 코스를 탄 선수는 다 졌는데 경기 전 ‘너 오늘 최고다. 테크닉을 믿고 타면 누구도 널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탔다”고 흐뭇해 했다.

이상호를 위한 맞춤 전략도 주효했다. 그는 “컨디션 관리가 필요했다. 월드컵 일정이 빡빡했고 상호가 베스트 컨디션으로 뛰지 못했다”며 “1월 30일에 한국에 돌아왔는데 훈련을 하는 것보다 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8일 정도 휴가를 줬다”고 말했다.

이것이 큰 효과를 냈다. 그는 “상호가 2월 8일에 첫 훈련을 하는데 몸이 너무 가볍더라. 멘탈도 정리가 돼 있었다. 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메달에 대한 자신감도 더 생겼다”며 “월드컵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걱정들 하셨겠지만 확신이 있었다. 몸이 너무 좋았고 연습 때 기록을 재는데, 상위 랭커들보다 월등히 이기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확고한 믿음이 이상호에겐 큰 힘이 됐다.

첫 출전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남기며 대회를 마친 정해림(23)은 “모든 분들이 알파인(스노보드)팀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며 “(이상헌) 감독 말고 선생님이라고 하는데 선수들 말 귀담아 들어주고 소통을 해서 불화도 없고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감독은 “우린 1년에 8~9개월을 같이 산다. 국내 정상인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기질이 강하다”며 “처음엔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노하우가 생겼다. 답은 사랑하는 것이었다. 상호도 그렇지만 다섯 손가락(출전 선수들)을 전부 사랑했다”고 따뜻한 리더십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감독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지원이 없었다면 꿈꾸지 못했을 일이다. 후원사로 나선 CJ대한통운 과감한 지원을 했고 롯데그룹이 회장사인 대한스키협회도 아낌없는 지원을 보냈다. 2014년 대한스키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신동빈 회장은 2020년까지 100억 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약속했고 이로 인해 스노보드 팀은 해외 전지훈련을 대폭 늘리며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게다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파격적인 보너스를 제시하며 이상호에게 더욱 동기부여를 했다. 은메달을 수확한 이상호는 2억 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든든한 지원 속 기술, 장비, 치료, 체력 등을 담당하는 지도자 5명과 추가 지원 스태프까지 구성할 수 있었다.

물론 큰 지원 없이 동화를 쓴 여자 컬링 대표팀 같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확실한 지도자의 존재가 있었고 재정적 지원을 많을수록 좋다는 게 지배적인 현장의 목소리다. 지원이 아무리 많다고 한 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완벽히 만족할 만한 환경이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다.

아무런 투자도, 제대로 된 지도자도 없이 뛰어난 성과를 이루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고 불가능한 일이다. 모두가 기적, 꿈 같은 일이라고 하지만 그 뒤에선 확실한 지도자의 지휘 속에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대업을 이루기 위한 치밀한 사전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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