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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태극 유망주에서 성조기 품은 빙판제비로, 유수안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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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인터뷰] 태극 유망주에서 성조기 품은 빙판제비로, 유수안의 5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12.2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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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수로 한국 방한 기분 묘해…쇼트트랙 시키는 교포 많아 더 늘어날수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때는 한국의 대표팀 후보였는데 지금은 미국 대표팀 선수로 한국을 찾았네요. 기분이 묘해요."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시리즈에서 출전한 각 나라의 대표팀 명단을 보면 유난히 한국 이름이 많이 눈에 띈다. 한국 출신 지도자로 각 나라로 진출한 사례도 있지만 선수로 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탁구에서 중국 출신 선수들이 다른 국가로 진출하듯이 최근에는 양궁이나 쇼트트랙 등에서 한국 출신 선수들이 태극기가 아닌 다른 나라 국기를 달고 뛰는 사례가 많아졌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던 2014~2015 ISU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시리즈 4차 대회에 출전한 유수안(22)도 이런 경우다. 유수안은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를 가슴에 달고 미국 대표팀 선수로 뛰었다.

이전에도 한국 출신 선수들이 다른 나라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는 사례가 있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사이먼 조(23·한국명 조성문)가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뛰었다.

▲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때 대표팀 선수 후보였다가 미국으로 이민간 뒤 미국 대표팀에 발탁된 유수안이 2014~2015 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 4차 대회 출전을 위해 5년만에 한국을 찾았다. 유수안은 이에 대해 "기분이 묘하다"며 웃음지었다.

하지만 사이먼 조의 경우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쇼트트랙은 미국에서 배웠다. 세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이 길러낸 선수다.

하지만 유수안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길러지고 미국 대표선수가 된 경우다. 유수안은 동북고에 재학 중이던 2009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시민권을 따내 미국 국적자가 됐다. 그리고 미국에서 쇼트트랙 훈련을 받으며 올해 처음으로 미국 대표팀에 선발됐다.

◆ "이은별·심석희·서이라, 모두 같이 탔던 동료들이죠"

유수안은 서울 동북중과 동북고에서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했다. 유수안은 "잘 타진 못했다. 그냥 그저 그런 선수였다"고 말하지만 한국에서도 유망주로 손꼽혔던 선수였다.

2009년 6월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쇼트트랙 후보선수 하계 합숙 훈련을 실시했는데 유수안도 여기에 포함됐다. 당시 함께 합숙 훈련을 받은 선수 가운데 한승수(23·고양시청), 서이라(22·한국체대), 이은별(23·고양시청)이 현재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수안은 "월드컵 시리즈에 처음으로 참가하면서 예전에 함께 훈련받았던 선수들과 모처럼 만났다"며 "서이라도 나를 알아보더라. 그런데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그는 "서이라보다는 이은별과 심석희와 더 친했던 것 같다"며 "중·고등학교 때 유망주 선수들은 '체대조'에서 훈련한다. 대학생 그룹, 고등학생 그룹, 초중학생 그룹으로 나눠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인데 당시 이은별, 심석희와 함께 탔다. 이 가운데 석희는 꼬마였을 때 봤는데 체력도 뛰어나고 너무 잘 타는 것 같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 유수안이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14~2015 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 4차 대회에서 혼신의 질주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집안 사정으로 이민, 쇼트트랙은 계속 해왔다"

보통 한국 선수들이 다른 나라로 갈 때는 현지 올림픽위원회나 빙상경기연맹에서 제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유수안은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그저 집안 사정으로 이민을 가게 됐다. 5년 전에 그린카드가 나왔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말했다.

쇼트트랙에 대한 미련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유수안은 미국에 건너가서도 쇼트트랙에 매진했다. 이후 다수의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을 배출한 애시워스 커뮤니티 칼리지로 진학했다. 애시워스 커뮤니티 칼리지는 사이먼 조의 모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훈련은 어땠을까.

유수안은 "일단 미국은 미국만의 장점이 있다. 미국만의 특유의 것도 있는 것 같고 다른 나라의 장점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미국의 것으로 만들어낸다"며 "특히 스포츠 과학이 뛰어난 것 같다. 미국은 단거리용, 장거리용으로 날을 깎는 방법도 제각각"이라고 말했다.

또 애시워스 커뮤니키 칼리지에서 학업과 운동을 함께 병행하고 있는 그는 "미국은 한국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것 같다. 선수들은 운동만 중점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어린 재미교포 2세 선수들 많아지고 있다"

유수안은 향후 한국 출신 선수들이 미국 대표팀에 대거 포함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함께 전했다.

그는 "미국에 수많은 유소년 클럽이 있는데 한국 출신 지도자가 적지 않다. 또 스케이팅을 배우는 학생 가운데 절반이 한국인 2세일 정도로 쇼트트랙에 대한 관심도 높다"며 "어린 학생들이 소규모 또는 유소년 클럽에서 쇼트트랙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성장하고 발전한 선수들이 언젠가는 미국 대표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미국 대표팀 선수로 한국을 찾은 유수안이 지난 19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진 2014~2015 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 4차 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미국 대표팀의 일원으로 5년만에 한국을 찾은 유수안은 "미국으로 건너간 뒤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기 때문에 내가 미국 대표팀 선수로 뛴다는 걸 아는 친구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대표팀 선수로 한국을 찾으니 기분이 묘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내가 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기분이 지금보다 더 묘해질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유수안은 "아직까지 내가 어떤 선수가 될지는 모른다. 이번에 처음 월드컵에 출전했을 정도로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며 "하지만 쇼트트랙은 내가 사랑하는 운동이다. 계속 발전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도 함께 전했다.

유수안은 월드컵 4차 대회에서 1500m와 3000m에 출전했지만 좋은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다. 1500m와 3000m 모두 패자부활전까지 가며 준결승 진출을 노려봤지만 메달권에 근접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유수안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계속 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직 그는 젊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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