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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장거리 강한 한국 쇼트트랙, 3000m 전략종목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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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장거리 강한 한국 쇼트트랙, 3000m 전략종목 예감
  • 박현우 기자
  • 승인 2014.12.20 2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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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차 대회 시범종목, 최민정 금메달…경기 초반 느린 속도로 흥행 가능성 미지수

[스포츠Q 박현우 기자]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 위치를 자리하고 있지만 1000m 이상 중장거리에 국한되고 있다. 남녀 모두 500m 종목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한다.

현재 쇼트트랙 개인 종목에서 가장 긴 거리는 1500m 종목이다. 3000m가 있긴 하지만 국내대회인 전국동계체육대회와 세계선수권 슈퍼파이널에만 있는 종목이다.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4차 대회에서는 3000m 종목이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3000m 종목은 '쇼트트랙 마라톤'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여기에 1000m와 2000m 선두로 들어온 선수는 월드컵 포인트 5점이 더해져 전략싸움과 스피드 경쟁도 더욱 치열하다.

3000m 종목이 만약 동계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다면 한국으로서는 메달밭 하나가 더 추가되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중장거리에 강했기 때문에 체력과 전략싸움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의 전략 종목이 될 수 있다.

▲ [목동=스포츠Q 이상민 기자] 한국 최미정(왼쪽)과 이은별(오른쪽)이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여자 3000m 준결승전에서 질주하고 있다.

◆ 홈에서 열린 첫 경기, 괴물 여고생의 무대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서는 올 시즌 월드컵부터 매스스타트와 팀 스프린트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됐다. 이 중 매스스타트에서 이승훈(26·대한항공)이 발군의 기량으로 세계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승훈은 올 시즌 4차례의 월드컵대회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내 4번의 대회에서 모두 3위 안에 드는 괴력을 발휘했다.

ISU는 지난 6월 매스스타트를 평창 동계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로 결정한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ISU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는 정식종목으로 포함돼 있어 올림픽 정식종목 결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매스스타트가 정식종목이 된다면 4년 후 30세로 충분히 활약이 가능할 이승훈에게 또 다른 메달을 기대할 수 있다. 평창 올림픽에서 7개의 금메달(쇼트트랙 5개, 빙속 2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서는 좋은 출발이다.

마찬가지로 '쇼트트랙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는 개인 3000m 종목 역시 금메달 전략종목이 될 수 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심석희(17·세화여고)와 함께 '괴물 여고생'으로 불리는 최민정(16·서현고)이다.

최민정은 19일 여자 개인 3000m 준준결승에서 조 1위(5분32초285)로 들어와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20일 준결승에서도 조 1위를 차지해 결승에 오른 후 5분45초733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타오지아잉(중국, 5분46초781)에 1초 앞선 기록이었다. 전날 1500m에서 패자부활전으로 떨어진 것을 만회하는 멋진 레이스였다.

▲ [목동=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민정이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 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여자 3000m 결승전에서 선두로 들어온 뒤 기록을 살피고 있다. 최민정은 19일 여자 3000m 준준결승을 마치고 "체력소모가 큰 경기인 만큼 체력을 비축한 후 치고나가는 전략을 썼다"고 말했다.

전날 3000m 준준결승을 통과한 후 "국내(동계체전)에서 3000m를 타본 적이 있다"며 경험을 밝힌 최민정은 "체력소모가 큰 경기인 만큼 체력을 비축하다 치고나가는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도 이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준결승에서는 마지막 5바퀴를 남기로 1위로 올라왔고 결승에서는 6바퀴를 남기고 선두권 경쟁을 시작한 후 3바퀴를 남기고 차이를 벌려 여유있게 금메달을 차지했다.

최민정과 함께 이은별(23·고려대), 노도희(19·한체대)도 각각 5분46초949와 5분47초117로 3위와 4위로 골인,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경우 새로운 메달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 지루한 초반 레이스, 흥행 가능성에는 의문부호

문제는 쇼트트랙의 인기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장거리 레이스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 초반 매우 느린 속도로 경기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쇼트트랙으로서는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다.

정식 종목 채택을 추진하고 있는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도 쇼트트랙 3000m와 마찬가지로 페이스가 중요하고 마찬가지로 경기 초반 매우 느린 속도로 경기를 진행한다.

그러나 매스스타트는 이를 일정 바퀴마다 선두로 들어올 때 포인트를 더하는 방식으로 경기가 처지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했다. 반면 쇼트트랙 3000m는 승부처가 1000m와 2000m 두 번밖에 없기 때문에 선수들이 승부를 거는 시점이 그만큼 줄어든다.

▲ [목동=스포츠Q 이상민 기자] 최민정(왼쪽)이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4~2015 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대회 여자 3000m 준결승전에서 바깥쪽 추월을 노리고 있다.

실제로 준결승전에서는 선수들이 27바퀴 중 20바퀴를 돈 후에야 최고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결승전에서는 그나마 더 빠른 시점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중반까지 경기의 긴장감이 처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으로 대회를 관람하러 온 윤여상(23)씨는 "장거리는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페이스가 유지되지 않으면 레이스를 진행할 수 없다"며 초반 레이스가 느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쇼트트랙이 스피드가 중요한 경기인데 초반 느린 레이스가 팬들이 지루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느린 레이스 후 마지막의 치열한 레이스가 팬들에게 희열을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매스스타트에 이어 ISU가 쇼트트랙 월드컵에 내놓은 개인 3000m가 한국과 쇼트트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parkhw88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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