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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① 대물 윤성빈 '번개 스타트', 빨라지는 '코리아 쿨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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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① 대물 윤성빈 '번개 스타트', 빨라지는 '코리아 쿨러닝'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1.01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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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드림' 스타트, 2015 양껏 꿈꾸다] 썰매 - 윤성빈, 스켈레톤 첫 월드컵 동메달 '골드 러닝' 자신감'…봅슬레이 2인조도 급성장세

[편집자주]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이제 3년이 남았다. 결코 길지 않은 3년이라는 시간동안 동계올림픽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도전자들의 질주가 새해 첫 해가 밝으면서 동시에 시작됐다. 금메달 8개 이상을 따내 종합 4위 안에 들고 개최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약세 종목에서도 일정 수준의 이상의 성적을 올린다는 '평창 프로젝트'의 핵심은 역시 3년 뒤 스타로 발돋움할 유망주들이다. 스포츠Q는 썰매 종목과 스키, 컬링, 아이스하키, 쇼트트랙·스피드·피겨스케이팅 등 7회에 걸쳐 '청양의 해'부터 양껏 도약을 꿈꾸는 유망주들의 도전을 조망한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평창 동계올림픽 대비 동계종목 경기량 향상 대책 보고회에서는 금메달 8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획득해 종합 4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금메달 7개가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등 전통 메달 종목의 목표다.

나머지 금메달 하나는 바로 썰매 종목에서 나온다. 목표는 높다. 아니 높다 못해 원대하다. 역대 동계올림픽 썰매 종목에서 한국은 메달은커녕 10위 안에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다.

아니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메달 입상권에 들었던 사례가 없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에서 북미,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국가에서는 단 한명도 메달권에 근접하지 못했다. 역대 메달은 모두 미국이나 캐나다 아니면 유럽이었다.

동계올림픽을 두번이나 개최했을 정도로 아시아권에서 동계스포츠에 있어서는 강호로 꼽히는 일본 역시 썰매 종목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 어려운 목표를 한국 선수들이 해내겠다고 나섰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이미 썰매 종목의 유망주들이 쑥쑥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등 썰매 종목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해 '쿨 러닝'을 하기 시작했다.

◆ 스켈레톤 에이스 윤성빈, 월드컵 입상으로 평창 금 기대

한국의 썰매 종목 역사는 이제 갓 20년 정도다. 강광배(42)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FIBT) 연맹 부회장이 한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1995년 첫 인연을 맺은 강광배 부회장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루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와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스켈레톤에 이어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4인승 봅슬레이에 출전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강 부회장은 한국 스켈레톤의 에이스를 탄생시켰다. 바로 윤성빈(21·한국체대)이다. 강 부회장이 한국 썰매 종목의 씨를 뿌렸다면 윤성빈은 강 부회장이 뿌린 씨에서 발아한 떡잎이다.

한국의 썰매 종목 여건은 황무지나 다름없다. 아직 한국에는 썰매 경기를 치르기 위한 슬라이딩 센터 하나 없다. 국내 대회를 치르려면 가장 가까운 일본 나가노로 가곤 한다.

슬라이딩 센터 하나 없는 한국에서 메달, 그것도 금메달을 따겠다고 하니 다른 경쟁국가들이 들으면 속으로 웃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여태껏 북미와 유럽 선수가 아니면 입상권도 들지 못했던 종목이다. 이처럼 유럽의 헤게모니가 가장 확실한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에 근접한 기대주가 윤성빈이다.

윤성빈은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4~2015 FIBT 월드컵 2차 대회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1분52초23의 기록으로 전체 3위에 오르며 동메달을 따냈다. 윤성빈의 동메달은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최초의 메달이다.

그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부터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한국 스켈레톤 최초로 결선까지 올라 16위에 랭크됐다. 윤성빈의 월드컵 첫 동메달 의미는 남다르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겠다는 목표가 허황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만 하더라도 체대 입시를 준비하던 평범한 고교생이었으나 입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주위 말만 듣고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한국체대에서 강 부회장을 만난 윤성빈은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켈레톤 사상 최고 기록인 16위에 올랐고 이후에도 성장에 가속을 붙이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조인호(37) 스켈레톤 감독은 "윤성빈은 지금도 100%, 150% 자신의 몫을 잘해주고 있다. 선수로서는 최고"라며 "이번 월드컵때 장비 부분에서 외국인 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평창 때까지 장비와 관련된 기술적인 도움을 계속 받는다면 메달은 충분하다. 윤성빈 역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 스타트 훈련장에서 피나는 훈련, 스타트 속도는 상위권

윤성빈의 최고 경쟁력은 빠른 스타트다. 아직 정규 경기장 하나 없는 가운데에서 빠른 스타트를 할 수 있는 것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스타트 훈련장을 마련, 맹렬한 훈련을 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소치올림픽 때 그의 스타트 속도는 4.6초대로 당시 금메달을 따냈던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의 4.47초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동메달을 따낸 월드컵 대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윤성빈은 1차 시기에서 4.91초, 2차 시기에서 4.83초의 스타트 속도를 기록했다. 은메달을 따낸 토마스 두쿠르스(라트비아)가 기록했던 4.95초, 4.90초보다 훨씬 빨랐다.

윤성빈의 금메달 전망이 더욱 밝은 것은 평창 올림픽은 홈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평창에 슬라이딩 센터가 완공되면 윤성빈은 남들보다 더 유리하게 코스에 적응할 수 있다. 코스를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지를 일찌감치 터득한 뒤 경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에 남들보다 유리하다.

윤성빈은 "지금처럼만 한다면 평창에서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월드컵 동메달은 내가 가장 자신있던 경기장에서 이제 겨우 한발짝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남은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윤성빈의 기량이 급성장한 것은 장비의 발달과 도움도 무시할 수 없다. 윤성빈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에서 장비관련 전문가를 섭외해 조언을 받은 영향이 컸다.

조인호 감독은 "윤성빈이 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장비 부분에서 외국인 코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평창 때까지 장비와 관련된 기술적인 도움을 계속 받는다면 메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 한국 봅슬레이 국가대표 서영우(왼쪽), 원윤종이 지난해 12월 24일 전지훈련과 2014~2015 FIBT 월드컵 2차 대회를 마친 뒤 귀국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월드컵 대회에서 5위에 올라 사상 첫 아시아선수 월드컵 입상에 성공했다. [사진=스포츠Q DB]

◆ 원윤종·서영우 앞세운 봅슬레이 2인승, 월드컵 메달로 평창 메달 예감

스타트 훈련장에서 피나는 스타트 훈련을 하는 것은 비단 윤성빈뿐이 아니다. 슬라이딩 센터가 없는 여건 속에서도 스타트 훈련장에서는 내일의 봅슬레이어들이 자라나고 있다.

한국 봅슬레이의 올림픽 도전은 겨우 두번에 불과하다. 2010년 강 부회장이 4인승 종목에 출전한 것이 첫 사례였다. 당시 파일럿 강광배를 비롯한 4인승 대표팀은 결선까지 진출, 19위에 올랐다. 슬라이딩 센터를 갖고 있는 일본은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2인승 종목도 출전했다. 이 가운데 원윤종(30)-서영우(24·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조가 결선까지 올라 18위를 기록했다. 원윤종, 서영우 등이 중심이 된 4인조 역시 1~4차 시기 합계 3분44초22로 20위에 올랐다.

현재 한국 봅슬레이의 에이스는 원윤종-서영우 조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014~2015 FIBT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남자 2인승 5위를 차지, 6위까지 주어지는 메달을 획득했다.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봅슬레이 역사에서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 대회에서 5위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 일본도 하지 못했던 대기록이다. 물론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첫번째 월드컵 메달(6위까지 수여)이기도 하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평창에서 시상대 위에 서는 것이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자신들이 세운 기록을 계속 경신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들이 메달을 목에 건다면 역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선수들이 봅슬레이 메달을 따는 역사가 만들어진다.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이용(37) 감독도 고무적이다. 이 감독은 지난해 12월 24일 귀국하면서 "당초 목표가 3년 안에 톱5 성적을 거두고 평창에서 승부를 보자는 것이었는데 너무 빨리 이뤄서 당황했다"며 "3년 빨리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스타트와 드라이빙 기술을 연마해 올림픽 메달을 따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원윤종도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이 조금씩 쌓이는 것 같다"며 "조금 더 업그레이드시키면 더 높은 순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브레이크맨을 맡고 있는 서영우는 "월드컵을 통해 스타트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평창 때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아시아 루지 최강, 지난달 아시안컵서 사상 첫 종합우승 쾌거

루지는 봅슬레이, 스켈레톤에 비해 다소 덜 알려진 편이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이 주관하는 반면 루지는 대한루지연맹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루지 역시 아시아에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루지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루지 아시안컵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1998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여자 1인승에서 성은령(23·용인대), 최은주(24·대구한의대)가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왔고 남자 2인승에서 박진용(22·한국체대)-조정명(22·삼육대)조가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루지 에이스 김동현(24·용인대) 역시 1인승 종목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루지는 강광배 부회장의 나가노 동계올림픽 출전 이후 남자 1인승 종목만 출전했지만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남녀 1인승과 2인승 , 팀 계주까지 네 종목에 모두 참가하며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아직 루지 종목은 봅슬레이, 스켈레톤과 비교했을 때 세계와 경쟁은 다소 거리가 있다. 평창 메달 가능성은 다소 낮은 편이다. 하지만 루지의 모든 세부 종목을 출전한다는 점에서 아시아 썰매 종목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기에 충분한 기록을 내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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