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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천만시대 영화계 양극화 그늘 짙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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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천만시대 영화계 양극화 그늘 짙어져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07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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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가히 ‘1000만 시대’다.

몇 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하던 1000만 관객 영화가 지난 한해만 ‘변호인’ ‘겨울왕국’ ‘명량’ ‘인터스텔라’ 4편이 나왔고, 지난 12월17일 개봉한 ‘국제시장’이 800만을 돌파해 1000만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불과 1년 남짓 사이 5편의 1000만 영화가 등장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한국영화는 3편이다.

◆ 천만 영화 한해 5편 양산 이면 10억~20억원대 중소규모 영화 존립 위태 

한국영화계에 황금기가 도래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다. 양극화 심화로 인해 사회·경제의 버팀목인 중산층과 중소기업이 급속히 몰락하듯 영화계에도 10억~2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중소규모 영화 존립이 날로 위태로워지는 상황이다.

한국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는 35억원. P&A(Print & Advertising·배급 및 홍보마케팅) 비용을 보탠 총 제작비는 50억원 안팎에 이른다. 관객 150만~200만명이 손익분기점이다. 이에 비해 중소규모 영화는 80만~120만명이 들면 손익분기점(BEP)을 넘긴다. 리스크는 훨씬 적은 반면 수익률은 높다.

▲ 1000만 관객을 모은 대규모 영화 '변호인' '명량'과 다음주 중 1000만 돌파가 유력시되는 '국제시장'

그런데 국내 영화계는 대규모 상업영화인 ‘명량’(180억원), ‘국제시장’(170억원)이나 저예산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1억2000만원)가 극단에 존재할 뿐 중간 지대의 작품들은 그리 많지 않다. 설령 간판을 내건다 하더라도 저조한 흥행으로 관객의 뇌리에 남질 않는다.

지난해 중소규모 상업영화로 ‘우아한 거짓말’ ‘또 하나의 약속’ ‘소녀무덤’ ‘찌라시’ ‘방황하는 칼날’ ‘내 연애의 기억’ ‘도희야’ ‘터널 3D’ ‘맨홀’ ‘봄’ ‘레드카펫’ ‘우리는 형제입니다’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패션왕’ '카트' 등이 관객과 만났으나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영화는 ‘우아한 거짓말’ ‘소녀무덤’ 정도에 불과했다.

◆ 천편일률적 영화 한계 극복, 다양성 확보, 제작 선순환 구조 위해 필요

그렇다면 왜 위험부담이 적으며, 효율적 수익이 가능한 중소규모 영화들은 죽을 쑤는 것일까. 이유는 복합적이다.

적은 제작비로 인해 티켓파워를 지닌 톱스타를 캐스팅할 수가 없으며 개봉 시 스크린 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개런티가 4억~5억원에 이르는 이들의 개런티를 지불하면 제작비의 80%를 차지하게 된다. 정상적 영화 제작이 불가능하다. 여전히 톱스타 출연 여부를 영화 선택 시 중요한 잣대로 여기는 풍토에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P&A 비용은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극장수 확보, 노출(홍보)의 확대는 관객동원력과 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순제작비를 대폭 줄이면 작품의 퀄러티가 떨어진다. 따라서 돈이 많이 드는 액션, SF, 사극 등의 장르는 피하게 된다. 차 떼고 포 뗀 채 장기 두는 격이다.

▲ 지난해 개봉한 중소규모 영화 '우아한 거짓말' '소녀괴담' '패션왕' '도희야'.

영화홍보사 워너비펀의 김영심 대표는 “관객의 눈엔 실험적 독립영화, 볼거리 풍성한 블록버스터 영화만 들어온다. 이들 영화는 고정 마니아층이 지지하거나 대중이 몰린다. 이 와중에 중소규모 영화의 변별점은 사라졌다. 내용과 형식에 있어 어정쩡한 모습이다”라고 우려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흥행 참패한 중소규모 영화 대부분이 이런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규모 영화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학원생 강승훈(29)씨는 “지난해 상업영화를 보면 제작비에 대한 압박감 탓인지 흥행 요소를 답습하는 뻔하고 안전한 작품들로 넘쳐났다. 관객 취향은 다양한데 이를 충족시켜줄 영화들이 나와야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영화사 숲의 조옥경 대표는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중간급 영화들이 많이 나와야 영화계가 건강해진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다양한 영화가 나온다. 기형적 구조라 그러지 못하는 거다. 제작비를 낮춤으로써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화에서 수익을 거둬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 "공감 가는 이야기 발굴, 상업영화 틀 안에서 엣지 있게 만들어야"

최근 100억 이상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가 연이어 1000만 잭팟을 터뜨리자 일부 제작자 사이에 “역시 돈을 들여야 관객이 몰린다”는 얘기도 새어나온다. 하지만 이런 물신주의적 사고는 영화계의 획일화, ‘도 아니면 모’ 식 투기심리, 양극화를 심화할 뿐이다.

▲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노동현실을 다룬 '카트'는 순제작비 30억원(마케팅 비용 포함 40억원)을 들여 제작됐으며 손익분기점이 130만명 선이었으나 최종 관객수 81만3000명에 그쳤다.

그렇다면 중소규모 영화들은 만만치 않은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야 할까.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은 좋은 시나리오다. 관객의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 발굴, 이를 상업영화 틀 안에서 엣지 있게 엮어내는 방법이 최선이다.

특히 제작자는 경제성 확보와 다양성을 통해 관객에게 질 높은 영화 제공, 건강한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 배우들의 마인드 변화도 필요하다. 할리우드 스타의 경우 유의미한 저예산 영화에 개런티를 대폭 줄여서라도 출연하는데 반해 국내 스타들은 ‘흥행 결과= 몸값·이미지’ 강박으로 인해 출연을 기피한다.

관객 역시 천편일률적인 영화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중간급 영화가 자생력을 갖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제작자, 배우, 관객은 ‘상생 관계’이기 때문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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