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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광기의 사회, 임성한의 '수영장 난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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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광기의 사회, 임성한의 '수영장 난투극'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08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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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사랑에 빠진 조나단(김민수)과 백야(박하나)는 수영장 데이트를 즐겼다. 나단에게 차인 재벌가 딸 도미솔(강태경)과 어머니 원종례(황유라)가 이를 목격했다. 종례가 둘의 관계를 묻자 나단이 “사귀는 사이”라고 대답하면서부터 사달이 났다. “고작 이런 거 때문에 우리 딸 찬 거야?”라며 분노한 종례는 백야의 머리채를 휘어잡았고, 풀로 떨어진 세 사람은 육탄전을 벌였다.

잠시 기절했다가 스르르 깨어난 미솔은 풀로 뛰어들어 수중에서 백야의 허벅지를 쥐어뜯었다. 이를 본 육선지(백옥담)는 헤딩으로 응징한 뒤 종례에게 머리끄덩이를 잡혔다. 기세등등하던 종례는 갑자기 뒷목을 움켜쥔 뒤 물속에서 실신, 119 응급구조대까지 출동했다. 그런데 정작 들것에 실려나간 건 이마에 작은 상처가 난 미솔이었다.

▲ 일일극 '압구정 백야'의 수영장 난투극 장면.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떼굴떼굴 구르며 웃었다. 비단 나뿐일까. 7일 방송된 MBC 일일극 '압구정 백야'의 3분의1은 수영장 신이었다. 그 중 5명의 출연자가 민망한 수영복 차림으로 벌인 난투극이 5분 가까이 이어졌다. 남자와 여자, 50대 중년 여성과 20대 청춘이 뒤엉켰다. 이성은 실종되고 광기만이 흥건했다. 일부 시청자는 ‘수영장 개싸움’이라는 제목을 달아줬다.

최근 들어 드라마 작가들의 시트콤 코스프레 시도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왔다! 장보리’ 마지막 회의 점하나 찍은 연민정을 비롯해 최근 ‘가족끼리 왜 이래’ ‘백발마녀전’ 등에서의 희화화된 캐릭터 및 상황설정은 시트콤을 방불케 한다. 시청자의 웃음과 재미를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막장의 대가’ 임성한 작가는 7일 방송에서 이를 극한으로 밀어부쳤다. 하지만 시트콤의 묘미는 개성 강한 캐릭터와 자연스러운 상황 설정에서 나오는 웃음이다. ‘수영장 개싸움’은 아귀다툼 자체가 한 편의 코미디라,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압구정 백야’는 새해 첫 날 방송에서도 극 전개랑 아무 관계도 없는 장면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극중 거실에서 가족이 TV를 시청하는 도중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이 '뉴스 톱 스페셜'의 앵커로 등장해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단독 인터뷰하는 장면이 2분가량 방영됐다. 뜬금없는 방송 효과 탓인지 시청률은 13.2%를 기록했다. 7일 방송 역시 13.9%를 찍었다.

 

황당하고 개연성 없는 극 전개와 자극적 소재, 극 전반에 깔린 주관적 시선으로 인해 숱한 비판에 직면해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임 작가나, 그의 드라마를 연이어 골든타임에 편성해주는 MBC의 뚝심과 용기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하긴 그들뿐이랴. 사용자, 임직원,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위임받은 권력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이들이 범람하는 '광기의 시대'를 살고 있는데. 임성한 작가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더 황당한 시트콤을 내놓을 지가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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