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1 16:44 (수)
[뷰포인트] '스크린셀러' 범람하는 1월 극장가
상태바
[뷰포인트] '스크린셀러' 범람하는 1월 극장가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12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용원중기자]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영화로 인해 원작소설이 주목받는다는 의미의 ‘스크린셀러’가 2015년 1월 극장가에 넘쳐나고 있다.

스크린셀러 경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1차원 텍스트를 2차원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창작자에게 있어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하지만 소설과 끊임없이 비교당할 처지에 놓인다. 원작의 향기에 익숙한 대중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큰 부담이다. 자칫 잘못 ‘건드릴’ 경우 “원작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안은미 영화 프로듀서는 “소설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 2시간 안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냐, 재현을 넘어서 새로운 상상이 가능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한다.

◆ 美배우들 감독·제작자로 ‘언브로큰’ ‘아메리칸 스나이퍼’ ‘와일드’ ‘유아 낫유’

지난 7일 개봉한 ‘언브로큰’은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로라 힐렌브랜드의 동명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미국 국가대표로 출전해 8위의 성적을 거둔 루이스 잠페리니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전투기 사고로 고무보트 하나에 의지, 태평양을 40일간 표류한 끝에 구조돼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 3년 동안 고문을 당하면서도 살아남은 실화를 담았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메가폰을 잡았다.

▲ '언브로큰' '와일드' '유아 낫유' '아메리칸 스나이퍼'(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신작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적군에게는 ‘악마’였으나 아군에게는 ‘영웅’이었던 남자,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저격수의 실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전쟁터 한 가운데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엮었다. 공식 160명, 비공식 255명을 저격 사살해 미군사상 최다 저격 기록을 가진 미 해군 네이비 실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실화로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부문 20주간 1위를 기록한 동명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다. 1월15일 개봉.

리즈 위더스푼 제작·주연의 ‘와일드’는 미셸 스트라이드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했다. 알코올중독 아버지의 학대, 삶의 전부였던 어머니의 죽음, 뿔뿔이 흩어진 가족, 마약중독과 이혼까지 26세의 젊은 나이에 인생의 모든 것을 잃은 셰릴이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4000km가 넘는 극한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로 도보여행에 나서면서 인생의 희망과 용기를 되찾는다는 감동 스토리를 담아냈다. 1월22일 개봉.

영화 ‘유아 낫 유’는 미셸 와일드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와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로 선정됐을 만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절망의 순간에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감동 스토리에 독자의 호평이 쏟아졌다. 어느 날 갑작스레 루게릭 선고를 받게 된 유명 피아니스트 케이트(힐러리 스웽크)와 천방지축 가수 지망생 벡(에미 로섬)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힐러리 스웽크가 제작에 참여했다. 1월22일 개봉.

◆ 한국영화 ‘허삼관’ ‘내 심장을 쏴라’ ‘화장’ 줄줄이 개봉

배우 하정우의 두 번째 연출작인 ‘허삼관’(14일 개봉)은 중국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한국적으로 재탄생시켰다. 원작은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관통하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혈을 하며 살아간 허삼관의 일대기를 풍자와 위트로 묘파했다.

반면 영화는 방대한 이야기를 가족애에 초점을 맞춰 대폭 압축했다. 1950~60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11년 동안 친자식인 줄로만 알고 3형제 중 장남을 끔찍이 아끼며 살아온 허삼관(하정우)이 사실을 안 뒤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와 사건들을 희비극의 롤러코스터로 그렸다. 이를 위해 하정우는 시나리오 각본과 각색 작업해 다른 작가들과 함께 참여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허삼관' '화장' 그리고 '내 심장을 쏴라'의 이민기 여진구 정유정 작가(왼쪽부터)

‘허삼관’의 홍보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소설에 최적화된 스토리텔링을 영화문법에 맞게 옮기느냐가 스크린셀러 성패의 핵심 포인트다”라며 “‘허삼관’의 경우 방대한 이야기를 많이 쳐내고 일부를 밀도 높게 담아내는데 주력했다”고 전한다.

‘허삼관’에 이어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의 소설을 영화화한 ‘내 심장을 쏴라’(감독 문제용·1월28일 개봉), 김훈 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화장’(감독 임권택·2월 개봉)이 연이어 관객과 만난다.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원에서 특별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두 청춘의 이야기를, ‘화장’은 생명과 소멸 사이에 놓인 한 중년 남자의 번민과 욕망의 굴레를 다룬다.

‘화장’의 홍보를 맡은 김태주 올댓시네마 실장은 “원작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건조한 문체의 소설이라는 게 최대 강점인데 이를 영화적 감성으로 어떻게 녹여낼 지가 키워드”라며 “유명 작가의 화제작이라 압축과 재창조, 소설의 묵직한 주제를 영상으로 어떻게 옮기느냐를 두고 각색 및 연출에 공을 들였다”고 귀띔한다.

소설의 탄탄한 텍스트는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영감의 원천 역할을 해왔다. 대신 소설의 영화화는 1차원을 2차원으로, 읽을거리를 볼거리로 단순히 전환시키는 게 아님이 분명하다. 독자의 기대라는 허들을 뛰어넘어 원작의 묘미를 살리면서 새로운 작품을 들고 결승점을 통과해야 한다. 소설과 영화의 교류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