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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늘의 연애' 이승기 "자극이 날 성장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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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늘의 연애' 이승기 "자극이 날 성장케 해"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1.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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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노민규기자] “누난 내 여자니까”라고 속삭이던 고교생 가수가 서른을 목전에 둔 듬직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가 데뷔 13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한 영화 '오늘의 연애'는 14일 개봉, 13만 관객을 동원하며 동시기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썸’ 타느라 사랑이 어려워진 오늘날의 남녀를 로맨틱 코미디로 그린 작품에서 이승기는 18년 동안 친구 현우(문채원)를 좋아해온 착하고 성실한 초등학교 교사 준수를 연기했다. 가수, 탤런트, 예능인에 이어 ‘영화배우’ 타이틀을 추가한 이승기(28)를 개봉 전날 만났다.

 

- 오늘(13일) ‘오늘의 연애’가 예매율 1위에 올랐더라.

▲ 공교롭게 오늘이 내 생일인데 예매율 1위에 오른 소식이 전해져 기분이 더욱 좋다. 개봉 후에도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그동안 영화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을 텐데 한 작품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의외였다.

▲ 스스로를 ‘영화 늦둥이’라고 표현한다.(웃음) 드라마-예능-가수활동이 쉴 틈 없이 맞물리며 돌아가 물리적 시간이 없었다. 예능프로그램을 끝내고 나서 여유가 생겼을 때 때마침 ‘오늘의 연애’라는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 출연하게 됐다.

- '오늘의 연애’의 소재는 그간 숱하게 다뤄져온 ‘사랑과 우정사이’ 이야기다. 장르 역시 로맨틱 코미디라 딱히 차별화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소위 남자배우들은 폼 나는 누아르나 액션, 블록버스터로 강렬한 인장을 남기고 싶어 하는데.

▲ 엄청난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부분을 상쇄해줄 박진표 감독님을 신뢰했다. ‘내 사랑 내 곁에’ ‘너는 내 운명’ ‘죽어도 좋아’에서 연애와 사랑을 대하는 감독님의 관점이 참 좋았다. 익숙한 장르지만 괜찮은 로코를 만들기 쉽지 않은데 국내에도 워킹타이틀(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인 영화제작사) 스타일 로코가 나왔으면 했다. 또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진부하다고 치부해버리는 우직한 사랑 이야기가 고귀하게 여겨졌다.

 

- 지난해부터 연애도 아닌, 사귀지 않는 것도 아닌 ‘썸’이 청춘의 트렌드로 부상했다.

▲ 개인적으로 ‘썸’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판타지인 사랑을 너무 가볍게 만드는 말 같아서다. 우리 영화의 카피는 ‘새해에는 썸 끝내고 진짜 연애하자’다. 관객과의 대화 때 들어보니 요즘 젊은 친구들이 온오프라인, SNS 등을 통해 이성을 만나는 루트가 많아졌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더 좋은 상대를 기대하다보니 ‘썸’을 타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분은 그러더라. 취업난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애인이 생기면 시간, 경비의 부담이 커지고, 본능적 감정은 막을 수 없으니까 관계를 ‘유지’해야 해서 ‘썸’이 유행이라고. 그 말은 충분히 와 닿았다.

- 준수를 보면서 절로 ‘엄친아’ ‘바른생활 사나이’ 이승기가 떠올랐다. 싱크로율이 높다는 얘기다.

▲ 무난한 인물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비쳐지게 할까를 고민했다. 나와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면 수월함과 부담이 공존한다. 못 하면 “저것도 못해”란 비판이 쏟아진다. 현장에 가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하려고 했다. 감독님도 “느껴지는 대로 연기해 달라”고 주문하셨다. 준수와 난 이미지는 비슷하나 행동은 다르다. 준수처럼 제대로 고백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질 않는다. 상대가 마음에 들면 단도직입적으로 고백한다. 될 때까지 해보고 안 되면 바로 접는 스타일이다.

- 한국의 대표적인 로맨시스트, 박진표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 감독님의 영화는 감정의 결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촌스러울 수 있지만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해오셨는데 리얼한 톤으로 전달하는 게 좋았다. 이번엔 초 내추럴하게 촬영이 이뤄졌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살려 한 방에 끝내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한 두 테이크(Take)로 가기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신 사전에 많은 대화를 나누고 리허설에서 세심하게 맞췄다. 그러다보니 보고나면 기분 좋은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단순히 가볍지 않고, 메시지를 끝까지 가져간 것 같아서 기쁘다.

 

- 상대역 문채원과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공연한 적이 있어서인지 이번에 호흡이 무척 좋더라. 실제 연인처럼.

▲ 워낙 멜로 감성이 풍부한 배우라 나중에 함께 멜로나 로맨스를 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5년 만에 현실화돼 너무 기뻤다. 동갑내기 친구인데 이번에 작업하면서 많이 친해졌다. 극중 현우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두루 갖췄는데 실제 채원이도 여성스럽고 애교 많으면서 활달하다. 덕분에 현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완성됐다.

- 준수 캐릭터 역시 전형적인 해바라기 남과는 다르다. 현우를 좋아하면서도 꾸준히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돌리고, 연애한다. 이채로웠다.

▲ 준수의 그런 점이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요새 남자들이 그러지 않을까. 꼭 한 사람과의 사랑만이 지고지순한 건 아니지 않나.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 게 ‘오늘날의 연애’가 아닌가 싶다.

- 촬영 중 가장 난코스는 무엇이었나?

▲ 영화 엔딩에서 자이드롭을 타는 장면이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롤러코스터를 타지 못한다. 처음엔 감독님께 빼달라고 했었다. 하하. 촬영에선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많이 탔다. 그래도 기분 좋은 느낌의 엔딩 장면이 나와서 만족한다.

- 영화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 앞으로 출연이 많아지지 않겠나?

▲ 드라마와 예능은 순발력을 요구하는 반면 영화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전문직 느낌을 살린 작품도 해보고 싶고, 유머와 유쾌한 코드가 있었으면 한다. 아직은 재밌는 게 좋다.(웃음) 나이를 더 먹으면 진지한 게 충분히 어울릴 테니.

 

- 오랫동안 가수 이승기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언제쯤 신보가 나오나.

▲ 녹음 중인데 3월이면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 팝 느낌이 많이 나는 발라드다. 음악성 있고 세련된 사랑노래로 인사드리려고 한다.

- 가수와 연기자, 모두 매력적인 직업이다. 어떤 차이점이 있나?

▲ 100% 다르다. 가수는 3~4분의 드라마를 혼자 책임진다. 짜릿한 전율이 있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반면 연기는 다양한 캐릭터를 살면서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 여러 인생을 살아보는 희열이 있고, 궁극적으로 사람을 궁금하게 한다.

- 데뷔 12년이다. 짧지 않은 세월이다. 되돌아보면 어떤가.

▲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지금도 처음 하는 느낌이 들곤 한다. 난 아직도 긴장하는 내 자신이 좋다. 관습에 젖어들지 않는 거니까. 그 이유는 주변에 열심히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다. 그들을 보면서 자극을 얻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게 된다. 대학원(동국대 영상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에 재학 중인 것도 새로운 자극을 얻는 게 재밌어서다. 현장에서 체화한 것들을 학교에서 이론화할 수 있어서 좋다.

[취재후기] 이승기를 두고 방송·가요 관계자들은 ‘노력하는 천재’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만큼 두뇌가 비상한데 소처럼 열심히 노력하고, 일한다는 의미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공유하는 인터뷰에서도 관계자들의 평가가 확연히 수긍된다. TV에서 보여지는 모습 그대로다. 1월 극장가에 한국영화들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혈투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대 남녀가 주인공인 로맨틱 코미디의 출현은 아주 반갑고 대단한 일인 것 같다”는 특유의 긍정 멘트가 돌아왔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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