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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시안컵이 가져다준 선물 "K리거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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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시안컵이 가져다준 선물 "K리거도 할 수 있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2.0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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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의 현장주의·능력 우선주의, 이정협 선례로 남아…동아시안컵서 대거 발탁 기대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값진 준우승을 차지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K리그에도 큰 선물을 가져다줬다. 바로 'K리거도 언제든지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다'는 강한 신뢰와 자신감이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호주에서 벌어졌던 아시안컵에서 1988년 대회 이후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하고 금의환향하면서 이제 관심은 K리거들에게 모아진다.

아시안컵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슈틸리케호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한다. 오는 6월부터 시작할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표팀의 선수층을 두껍게 할 필요가 있다. 아시안컵을 통해 경쟁력을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보다 많은 선수들을 발굴해 경쟁력을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호주와 아시안컵 결승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과 동아시안컵을 위해 K리그 선수들을 집중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물론 손흥민(23·바이어 레버쿠젠)이나 기성용(26·스완지 시티) 등 몇몇 선수들은 '대체 불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주전을 일찌감치 꿰찼지만 여전히 확실하게 주전을 예약한 선수가 없는 포지션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원톱 공격수와 차두리(35·FC 서울)의 은퇴로 빈자리가 생긴 오른쪽 풀백이다. 이 포지션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K리거가 도전할 수 있고 주전까지 도약할 수 있다.

특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근호(30·엘 자이시, 당시 상주 상무)와 김승규(25·울산 현대) 등이 가능성을 보인데 이어 아시안컵에서도 맹활약함으로써 K리그 선수들이 어깨를 펴고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다.

◆ 월드컵 예선 장기레이스·동아시안컵 위해 '인재 풀' 구성 필요

월드컵 예선은 장기레이스다. 예선 2라운드와 최종라운드를 치르는데만 2년이 걸린다. 이 기간에 어떤 선수가 갑작스럽게 컨디션이 뚝 떨어질지 알 수 없다. 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예선을 치를 때마다 선수 구성은 계속 바뀔 수도 있다.

장기레이스를 무리없이 치르려면 선수층이 두꺼워야 한다. 정규리그 레이스에서도 선수층이 두꺼워야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듯 월드컵 예선도 마찬가지다.

또 오는 8월에는 중국 우한에서 동아시안컵이 벌어진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하는 공식 A매치이긴 하지만 A매치 주간에 벌어지는 대회가 아니어서 유럽 구단의 차출 의무가 없다. 결국 K리그나 동아시안컵과 직접 관계가 있는 중국, 일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 된다.

▲ 슈틸리케 감독의 현장주의로 발굴돼 철저한 능력 우선주의로 출전한 이정협의 성공으로 K리그 선수들도 대표팀 발탁에 대한 욕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서귀포 전지훈련을 실시한 것도 장기 포석의 일환이었다. 이정협(24·상주 상무)처럼 '신데렐라'를 발굴하는 성과가 있기도 했지만 대표팀의 선수층을 두껍게 하려면 K리거의 힘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한국에 계속 머물면서 꾸준히 K리그는 물론이고 대학축구 U리그 결승전까지 관전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도 계속 현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을 정도로 철저한 현장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현장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K리그 경기 장면이 담긴 영상을 모두 수집해 돌려보기 때문에 모든 K리그 경기에는 그의 눈이 번뜩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K리그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은 실력 위주로 선수를 뽑는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선수들도 '나도 대표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뛸 수밖에 없다.

◆ 아시안컵 바라본 K리거들, 태극마크 도전장

이미 선수들은 슈틸리케의 철저한 현장주의와 실력 위주 발탁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런만큼 국내외 전지훈련을 통해 2015 시즌을 준비하는 K리거들의 다짐에서 대표팀이라는 말은 빠지지 않는다.

오른쪽 풀백 요원인 최효진(32·전남)은 "대표팀에 다시 들어가겠다는 목표는 넣지 않았지만 잘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 뿐 아니라 오범석(31·수원 삼성), 신광훈(28·안산 경찰청), 이용(29·상주 상무), 최철순(28·전북 현대) 등 경쟁할 후배들이 많다.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지난해 12월 서귀포 전지훈련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아시안컵 대비 및 동아시안컵까지 슈틸리케 감독의 장기 포석으로 뽑힌 선수들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공격요원 이종호(23·전남) 역시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며 "최근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K리그 득점왕에 오르거나 성인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 인정을 받은 뒤 유럽으로 진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재성(23)을 적극 추천한다.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 주역인 그는 서귀포 전지훈련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아시안컵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는 같은 포지션의 기성용 등에 밀려 탈락했지만 유럽파가 나설 수 없는 동아시안컵에서는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강희 감독은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대학에서 미드필더 플레이의 정석을 터득하고 프로에 온 선수는 이재성이 처음"이라며 "왕성한 활동량과 성실함으로 지난해 팀 우승에 기여한 선수다. 김남일이 없는 2015 시즌에 팀 전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을 향한 욕심은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를 가리지 않는다. 신생팀 서울 이랜드 수문장 김영광(32)도 "아시안컵을 보면서 후배 골키퍼들이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끼어들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새로운 팀에서 열심히 해서 다시 한번 대표팀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이 번뜩일수록 K리거들의 발은 더욱 바쁘게 움직이고 발끝은 매서워질 것이 분명하다. 이정협과 같은 또 다른 신데렐라는 분명 K리그에서 나온다.

▲ 김승규(왼쪽)과 차두리 등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하고 있다. 김승규와 차두리도 모두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사진=스포츠Q DB]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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