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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인 프로젝트의 개가 '망원동 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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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인 프로젝트의 개가 '망원동 인공위성'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2.0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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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지난해 청춘의 배낭여행기를 다룬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노년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같은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중의 폭 넓은 사랑을 받은 데 이어 신년 초 극장가에 독특한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망원동 인공위성'은 서울 망원동 지하 작업실에서 혼자 힘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띄운 30대 설치미술·음악작가 송호준의 5년에 걸친 OSSI(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 프로젝트, 인공위성 제작 공개 운동 과정 중 2년의 기록이다. 모두가 반신반의했던 프로젝트에 거침없이 뛰어든 괴짜 아티스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꿈과 희망, 가치관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경쾌한 위안을 전한다.

 

송호준은 티셔츠 1만장을 팔아 1억원의 발사 비용을 충당, DIY 방식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예상과 달리 티셔츠는 도통 팔리지 않고, 발사 일정은 거듭 연기된다. 까다로운 기술적 문제까지 돌파해야 하는 등 프로젝트는 점차 '무한'이 아닌 '무모한' 도전이 되어 간다.

'망원동 인공위성'은 여러 지점에서 독특하다. 무엇보다 기존 한국 다큐멘터리에서 줄곧 견지해오던 관찰자 시점을 여지없이 비틀어버린다. 연출 겸 촬영을 맡은 김형주 감독은 수시로 송 작가에게 카메라를 든 채 질문하고, 딴지를 걸기도 하며 영화에 적극 개입한다. 그동안 인물과 스토리에 집중하느라 국내 다큐멘터리가 소홀히 했던 다양한 테크닉의 촬영, 편집, 음악 등에서 높은 완성도를 이뤄낸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꿈과 도전'이 절대선이나 최고의 가치임을 웅변하지 않는다.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충과 희생이 수반되는 '프로젝트' 도전이 과연 합리적인지, 청춘의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에 틈틈히 물음표를 찍는다.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거니까" "아프니까 청춘이다" "네 꿈을 펼쳐라"와 같은 구호가 기득권을 틀어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들에게 그들의 꿈과 좌절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기 위해 씌우는 덫일 수 있음을 고민하도록 만든다.

 
 

송 작가는 프로젝트에 착수한 이유를 “그냥 하고 싶으니까!”라고 간단 명료하게 말한다. 어플리케이션, 모바일, 콘텐츠, SNS 등 분야를 막론하고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창조적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한국사회와 경제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그의 태도는 이 시대 청춘의 톤 앤 매너를 이해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송 작가의 프로젝트는 미완으로 끝났다. 인공위성은 우여곡절 끝에 로켓에 실려 우주로 쏘아 올려지는데 성공했지만 지구와 교신에는 실패했다. 그 이후 개인 인공위성 발사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기획, 제작, 연출, 촬영, 편집, 색보정 등을 전담한 김형주 감독은 최근 화제가 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비롯해 '말하는 건축가' '오늘' '가족시네마' '페니 러버' 등의 촬영감독 출신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아르헨티나, 프랑스, 러시아, 카자흐스탄을 오가며 지난 2011년부터 2년 동안 촬영한 '망원동 인공위성'은 2013년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상과 특별언급상, 지난해 10월 모스크바 컨템포러리 과학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다. 러닝타임 1시간48분. 2월5일 개봉.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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