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4 11:00 (토)
무너진 현대캐피탈, 투혼은 빛났건만
상태바
무너진 현대캐피탈, 투혼은 빛났건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2.28 2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라이벌전' 명승부에도 '판독불가' 불운 겹치며 역전패...삼성화재 '우승 -1승'

[스포츠Q 민기홍 기자] 간절함이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홈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돌아온 것은 패배였지만 투혼만큼은 박수 받아 마땅했다. 모처럼 라이벌전다운 명승부가 펼쳐졌다.

현대캐피탈은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홈경기에서 삼성화재에 풀세트 접전 끝에 2-3(25-23 23-25 25-20 24-26 9-15)로 패했다.

2005년 V리그 출범 후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 적이 없었던 현대캐피탈은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무조건 승점 3점이 필요한 상황. 하필 상대가 라이벌 삼성화재라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삼성화재를 상대로 승리 일보직전까지 가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결국 돌아온 것은 패배였다. [사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나선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움직임은 살아있었다. 악착같이 몸을 날려 공을 건져냈고 케빈과 문성민은 순도 높은 강타를 날리며 팀원들이 사기를 북돋웠다. 그렇게 1세트를 잡았다.

2세트도 대접전이었다. ‘배구수도’ 천안을 메운 팬들의 함성도 더욱 높아졌다. 땀을 쏟아낸 김호철 감독은 자켓을 벗어던지고 지휘에 나섰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였지만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의 반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한 세트를 내줬다.

3세트는 압권이었다. 초반에는 끌려갔지만 무서운 집중력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다른 팀들의 외국인 선수에 비해 늘 모자란 활약을 보이던 케빈이 무려 11점을 폭발시키며 레오를 압도했다. 문성민 역시 6점을 보태며 희망을 살렸다.

운명의 4세트. 대한항공을 넘어 한국전력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는 그림이 눈앞에 왔다.

힘이 잔뜩 들어간 현대캐피탈은 레오의 강타를 감당하지 못하고 리드를 내줬다. 21-24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은 상황서 윤봉우가 레오의 공격을 잡으며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레오의 범실까지 이어졌다. 턱밑까지 추격한 현대캐피탈은 여오현의 2단 토스를 케빈이 마무리하며 승부를 듀스로 돌렸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최태웅이 택한 속공은 지태환의 블로킹에 막혔고 문성민의 파이프 공격은 이선규라는 벽을 뚫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 수비진이 안테나 위로 살려낸 공이 ‘판독불가’ 판정을 받는 불운까지 겹치며 결국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힘은 빠졌지만 홈팬들 앞에서 무너질 수는 없었다. 파이널 세트 초반, 현대캐피탈은 서브에이스에다 강타를 연이어 성공시킨 박주형의 맹활약으로 앞서나갔지만 4세트까지 잘 막았던 레오를 봉쇄하는데 실패하며 쓴잔을 마셔야만 했다.

▲ 최민호(가운데)가 블로킹을 성공시킨 후 케빈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제공]

승점 1점을 따냈지만 의미가 없었다. 14승18패(승점 47)로 대한항공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지만 한국전력(승점 59)이 너무 멀리 있다. 남은 4경기에서 승점 12점을 추가하더라도 한국전력이 4경기에서 승점 4점만 얻으면 준플레이오프가 좌절된다.

삼성화재가 우승의 9부능선을 넘은 점을 보는 것 또한 아픈 일이었다. 승점 2점을 보탠 삼성화재는 26승6패(승점 76)로 2위 OK저축은행(승점 65)과 격차를 11점까지 벌렸다. 한국 배구를 책임져왔던 라이벌은 이제 4경기에서 승점 2점만 추가하면 또 정규리그 우승컵을 든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