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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데뷔골' 김보경, 15개월만에 쓴 부활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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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건 데뷔골' 김보경, 15개월만에 쓴 부활 서곡
  • 임영빈 기자
  • 승인 2015.03.01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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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맨유전 동점골 이후 첫 골맛…팀 잔류 이끄나

[스포츠Q 임영빈 기자] 김보경(26)이 마침내 위건 애슬래틱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1년 3개월 만에 골맛을 보며 활짝 웃었다.

김보경은 1일(한국시간) 영국 블랙풀 불룸필드 로드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34라운드 블랙풀과 원정경기에서 팀의 선제골을 터뜨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위건은 블랙풀을 3-1로 꺾고 2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6승10무18패 승점 28로 리그 24팀 중 23위.

지난달 6일 위건과 입단 계약을 맺은 김보경은 카디프 시티 시절 인연을 맺은 말키 맥케이 감독과 재회한 뒤 꾸준히 출장 기회를 얻었지만, 공격에서 2% 부족했다. 하지만 그는 팀과 자신이 고대하던 골을 넣으며 팀에 힘을 보탰다. 김보경이 골맛을 본 것은 2013년 11월 2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 김보경(가운데)이 1일 영국 블랙풀 불룸필드 로드에서 열린 리그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위건 애슬래틱 공식 트위터 캡처]

하지만 리그 최하위를 이겼기 때문에 여전히 강등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위건은 풋볼 리그1(3부 리그) 강등을 피하기 위해 강등권 마지노선인 로더럼 유나이티드와 격차를 좁혀야 한다. 로더럼은 8승13무13패 승점 37로 리그 21위다.

◆ 위건 입단 후 6경기만에 본 골맛

팀 연패와 강등권 탈출을 위해서라도 공격포인트가 절실했다. 지난달 8일 리그 29라운드 본머스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김보경은 이후 블랙풀전이 열리기 전까지 5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김보경은 전반 추가시간 3분 선제골을 넣으며 포효했다. 기선을 제압한 위건은 후반 22분 해리 맥과이어와 12분 뒤 제임스 맥클린이 연달아 골을 넣어 3-1 승리를 확정했다.

경기 후 맥케이 감독은 “김보경이 선제골을 넣어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며 그의 활약을 극찬했다. 이어 “김보경은 매우 좋은 경기를 펼쳤다. 측면에서 상대를 지속적으로 위협하며 맡은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그는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블랙풀과 경기 전 김보경이 넣은 골은 2013년 11월 25일 맨유전이다.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그 12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작렬,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1년 3개월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영국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김보경에게 평점 7.8을 부여했다. 8.5를 받은 맥과이어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이다.

◆ 결코 녹록지 않았던 EPL 도전기

김보경은 2012~2013시즌 개막을 앞두고 J리그 세레소 오사카를 떠나 카디프 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2부 리그 진출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입단 후 한 시즌만에 팀이 1부 리그에 승격해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하지만 51년 만에 맛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의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카디프는 7승9무22패 승점30으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며 한 시즌 만에 2부 리그로 재강등됐다.

김보경은 팀의 강등과 함께 인종차별 논란에도 시달렸다. 말키 맥케이 감독이 당시 팀의 전력 보강 책임자였던 이언 무디와 나눈 문자메시지에서 김보경을 ‘칭크(Chink)’라고 표현한 것이 공개됐다. 칭크는 중국인을 가리키는 비속어다.

데이브 웰런 위건 구단주도 맥케이 감독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에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1월 맥케이 감독에게 6개월 자격정지와 5만 파운드(8464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 김보경(가운데)이 1일 영국 블랙풀 불룸필드 로드에서 열린 챔피언십 34라운드 블랙풀전에서 팀의 첫 번째 골을 넣었다. [사진=위건 애슬래틱 공식 트위터 캡처]

김보경은 맥케이 감독 이후 새로 부임한 러셀 슬라이드 감독 밑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리그 2경기 출전에 그쳤으며 공격포인트도 없었다. 스코틀랜드 셀틱 이적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는 팀 잔류를 선택했다.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김보경은 지난 1월 25일 카디프와 상호 계약 해지에 합의하며 2년 6개월 만에 결별했다.

◆ 위건 '잔류의 아이콘'으로 등극할까

올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면치 못한 위건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꾀했다. 팀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영입한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김보경이다.

카디프를 떠나 위건에 부임한 맥케이 감독은 다시 한 번 김보경과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그는 지난달 11일 구단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김보경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맥케이 감독은 “김보경은 볼을 아름답게 다루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날 승리 뒤에도 그는 "우리는 이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지난달 많은 준비를 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6주간 잘 준비했다. 이제는 팀에서 절실하게 잘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건은 2005년 구단 역사상 최초로 EPL 승격에 성공했으나 2012~2013시즌 리그 18위로 2부 리그 강등의 쓴맛을 봤다. 이후 EPL 승격을 노렸지만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다. 2선에서 팀 공격을 담당하고 있는 김보경의 활약이 앞으로도 필요한 이유다.

3부 리그로 떨어질 걱정을 하는 위건에 블랙풀전 승리가 분위기 반전의 계기로 작용할지, 그 과정에서 김보경이 잔류의 아이콘으로 등극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sqplanet@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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