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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이 "신이 내게 주신 건 재능 아닌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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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이 "신이 내게 주신 건 재능 아닌 열정"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04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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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가수 겸 배우 소이(35)가 지난 2월26일 개봉한 독립영화 ‘조류인간’의 여주인공 소연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화는 15년 전 사라진 아내를 찾아 헤매는 한 소설가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욕망을 탐구한다.

극중 소이는 묘령의 여인 소연 역을 맡아 소설가 정식(김정식)과 동행하며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외교관 자녀로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 체류하며 습득한 유창한 영어 중국어 실력, 인기 걸그룹 티티마를 거쳐 인디밴드 라즈베리 필드의 리더, 작사·작곡 능력, 작가·MC·배우에 이르기까지 관심의 촉수는 다방면에 뻗쳐 있으며, 능력은 평범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재능 많은 엔터테이너를 지난 26일 홍대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 음악영화 ‘올댓 크루즈‘ ‘도화지’ ‘보물섬’, 로맨스 영화 ‘오하이오 삿포로’에 이어 주연을 맡았다. 어떤 이유로 ‘조류인간’을 선택했나?

▲ 신연식 감독님의 전작 ‘페어 러브’(안성기 이하나 주연)와 ‘러시안 소설’을 보며 신뢰가 쌓였다. 이후 ‘배우는 배우다’에 특별 출연하며 인연을 맺었다. ‘조류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단 얘기를 듣고 오디션인 줄 알고 긴장해서 갔는데 일상의 얘기들만 나눴다. 그러면서 소연이란 캐릭터는 나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며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선택받고, 배우의 영향을 얻어서 시나리가 쓰여진다는 건 일생일대의 행운이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고 정말 많이 울었다. 만만치 않은 이야기를 동화책처럼 재밌게 쓰시는 게 대단하더라.

- 이 영화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무언가.

▲ 2005년 공포영화 ‘가발’로 데뷔한 뒤 10년 동안 열심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으나 자기 검열이 심해서 스스로 인정을 잘 안하는 편이다. 그런데 ‘조류인간’을 통해 배우로서 자존감이 높아졌다. 영화 속에서 타임 갭(Gap)은 15년이다. 공교롭게 영화를 찍던 지난해 데뷔 15년을 맞았다. 자연스레 나를 되돌아보게 되더라. 영화에서처럼 나도 그동안 엄청난 여행을 했다. “나는 누구인가?”란 영화 속 대사처럼 24세부터 해답을 찾는 여행을 시작했다. 과거엔 방향성이 공중에 산산히 흩어져 있었다면 지금은 화살표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살다보면 목표에 도달하지 않을까 싶다.

- 소연은 부침이 많은 인물이다. 당신 역시 명문대 학벌에 유복한 집안, 여러 능력을 갖추고 있어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도 되는데 ‘꾸역꾸역’ 이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살아간다. 그런 점에서 소연 캐릭터와 소이가 겹쳐진다.

 

▲ 소연을 보는 순간 내 속은 헤집은 느낌이 들었다. 소연은 현실에 쩔쩔맬지언정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꿈에 다가갈 수 없어 불행할지언정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람이다. “나밖에 할 수 없겠구나”란 생각이 났다. 자신감이 생겼다. 잘 해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재능과 환경에 감사하지만 예측 가능한 틀에 맞춰 살았다면 내가 아니었을 거다. 열정의 게이지가 왔다갔다 했으나 현실이 힘들어도 늘 꿈을 꿨고, 행복했다. 신이 진정으로 내게 주신 건 열정이지 싶다.(웃음)

- 소연과 다른 점이 있다면?

▲ 그녀는 “나는 새야!”라고 확고히 말할 수 있을 만큼 방향이 뚜렷하다. 흔들리질 않 그녀로부터 용기를 얻었다. 엔딩에서 소연이 꿈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2편이 나온다면 또 여행을 하겠구나, 싶었다.

- 겨울 설산을 헤매는 장면이 이어진다. 소연의 감정은 간단치 않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았나.

저질 체력인데다 등산을 해본 적이 없어서 산행에 적합한 의상을 갖추지 못했다. 어그 부츠 신고 산타는. 후후. 산에 오르는 것과 추위가 힘들었으나 망각의 선물 덕분에 다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감정적으론 인물에 워낙 체화돼 있어서 늘 소연이었다. 소연이 겪는 감정이 힘들었으나 연기가 힘들진 않았다.

 

- 이 영화에 대한 관람 팁을 준다면.

▲ 소재는 자칫 어렵게 다가올 수 있고, 판타지 장르이지만 영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여러 가지 질문이 머리 속에 남게 되는 작품이다. 시놉시스를 읽지 말고 본다면 전혀 다른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거다.

-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고 있다. 지금은 연기에 매료된 것처럼 느껴진다.

▲ 어렸을 때부터 집착했던 게 음악과 영화였다. 주말만 되면 신문에 실린 상영작들을 스크랩해 혼자 영화를 보러 다녔다.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연극 공지를 접한 뒤 주인공 역에 도전했는데 LA타임스에도 실렸다. ‘가발’을 하면서는 캐릭터와 내가 하나가 되는 카타르시스를 느껴 평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랑했던 걸 현재 업으로 삼고 있다는 게 행복하고 감사하다.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도 그 열정은 지속될 거다. 지금은 연기에 매진하는 단계다. 연기 열정이 엄청나게 커져 있는 상태다. 연기와 노래로 표현해낼 수 있는 게 많이 다르다. 노래가 인생의 한 순간을 현미경으로 확대한 내 이야기라면 연기는 내가 아닌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분출해내므로 카타르시스가 대단하다. 연기에 빠져들었을 때 사용하는 ‘연기벌레에 물린다(You Got Bit By The Acting Bug)’란 영어 표현이 있는데 내가 지금 딱 그렇다.

- '조류인간’은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 당신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 10년차 신인배우다. 그간 카타르시스보다 질책의 순간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충분히 희열을 만끽했고 자신이 생겼다.

- 연기에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 계획을 세우지 않은 채 무작정 도시 여행에 나선다. 그곳에서 잡지를 구입해 작은 클럽의 공연을 보러 다니고 전시를 찾아다니며 현지 문화를 체험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시야가 넓어짐을 느끼고, 캐릭터 구축도 가능해진다.

 

- 2011년 단편영화 ‘검지손가락’의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감독에 대한 꿈도 품고 있나?

▲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하는 분들, 정말 대단하다. 연기, 편집점, 촬영 컷 고민을 동시에 하느라 난 정신분열이 일어나는 줄 알았다. 다음에 또 연출을 한다면 배우는 기용할 계획이다. 연기가 작가, 감독의 이야기를 내게 투영시켜 표현하는 거라면 연출은 글 쓸 때처럼 오롯이 내 이야기를 하는 거라 다르더라. 지금 단계에선 장편 상업영화 감독은 못할 것 같다.

- 장편 상업영화, 독립영화, 단편영화 그리고 주조연, 특별출연을 가리지 않더라.

▲ 좋은 캐릭터라면 가리지 않고 다작하고 싶다. 독립영화 출연은 앞으로도 내 필모그래피에서 계속 볼 수 있을 거다. 우리나라 문화는 중간이 없다. 미국은 다양성영화 필드가 존재한다. 대중이 이 분야를 리스펙트해 배우들도 기꺼이 출연한다. 안타깝게 국내는 그 필드가 아직 조성되지 않았다. 문화예술인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풀어나갈 숙제다.

- 영화와 음반 계획은 어떻게 잡혀져 있나?

▲ 신연식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프랑스 영화처럼’ 가운데 ‘남아있는 시간’ 편에서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스티븐 연과 주연을 맡아 촬영을 끝냈다. 부모의 결혼 반대에 부딪힌 두 연인이 서로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남자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멜로다. 미국 영화·드라마 출연을 염두에 두고 오디션을 계속 보고 있다. 라즈베리 필드의 새 미니앨범은 곧 발매될 예정이다. 기존의 싱글들과 신곡을 담았다. 곡은 모두 내가 썼고 프로듀서들과 편곡작업을 함께 했다. 누군가와 사랑하고 이별할 때 곡이 쏟아져 나온다(웃음).

- 단편소설집 ‘아무도 몰라’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출간 스케줄도 궁금하다.

▲ 그간의 삶을 정리해보고 싶어서 에세이 ‘꿈, 틀’(가제)를 집필 중이다. 탈고한 뒤 5차례나 수정했고 최근 경주에서 마무리 작업을 했다. 올해 안에 펴낼 계획이다.

- 새해 초다. 소망을 빌어본다면.

▲ 죽을 때까지 표현했으면 한다. 연기와 노래로. 그게 내 방향이다. 항상 표현하면서 열정을 지닌 채 살고 싶다.

 

[취재후기] 인터뷰 내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이야기를 쏟아내는 스타일이다. 관심사가 방대하고, 콘텐츠가 알토란처럼 충실하다. 아직까진 그가 지닌 재능만큼 대중의 평가를 받진 못했으나 긴 호흡으로 임하겠다고 하니, 그의 열정이 빛을 볼 날이 시나브로 오지 않을까 싶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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