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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노출'은 신인들의 전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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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노출'은 신인들의 전유물?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3.02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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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사극 영화 ‘순수의 시대’가 3월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언론시사회 이후 화제가 된 대목은 신인 강한나의 파격적인 노출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 걸맞게 영화의 폭력 및 노출 수위는 꽤 높다. 조선 건국 초를 배경으로 지배계층의 권력 쟁탈전과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담은 영화에서 정도전의 사위인 장군 김민재(신하균)를 단박에 매료시키는 기녀 가희 역을 맡은 강한나는 상대방을 바꿔가며 서너 차례의 정사장면을 감행한다. 전라 노출을 불사한다.

지난해에도 멜로영화 ‘인간중독’의 임지연과 ‘마담 뺑덕’의 이솜, 저예산 예술영화 ‘봄’의 이유영은 일약 여주인공을 꿰찼다. 신선한 얼굴 발굴이라는 측면도 있으나 정사장면이나 신체 노출이 핵심인 작품인데 기성 인기 여배우들이 줄줄이 기피했기에 이들이 캐스팅된 이유가 크다. 세 신성은 ‘파격’과 ‘노출’의 꼬리표를 달고 관심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부담이 컸던지 매체 인터뷰도 극도로 자제했다. 2012년 ‘은교’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김고은도 순수한 육체가 내뿜는 매력을 일깨워주며 이제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 잡았다.

▲ 영화 '순수의 시대'의 강한나

어느 순간부터 한국영화에서 노출은 신인의 전유물이 된 느낌이다. 20~30대 스타급 여배우들은 이미지 관리, CF 등으로 인해 한도 이상의 ‘노출 불가’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제작자와 감독은 신인에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톱스타 전도연, 김혜수 정도가 이런 데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인다. 캐릭터, 작품에 따라 온몸을 던진다. 대사만이 아닌 감정을 응축한 육체언어로 관객에게 말을 건다.

물론 여배우들은 “작품이나 이야기 흐름과 무관한 눈요기 식 노출엔 응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불필요한 노출로 배우의 이미지가 소모되는 건 당연히 거부할 사안이다. 문제는 필요한 부분에서도 노출에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성인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 속 남녀의 베드신에서 여배우가 혹여나 노출이라도 될까봐 가슴을 꽁꽁 가리고 있다면 리얼리티는 떨어지고, 관객은 극에 몰입하기 힘들다.

지난해 하반기 개봉된 외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는 중년의 세계적인 여배우 마리아 엔더스 역을 맡은 프랑스 여배우 줄리에트 비노쉬가 알프스 산속에서 비서 밸런타인(크리스틴 스튜어트)과 함께 호수에 풍덩 뛰어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의 갑작스런 올 누드 감행에 놀랐으나, 늘 대중의 주시 속에 살아가던 여배우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만큼은 자유를 만끽하려는 갈망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개봉을 앞두고 이뤄지는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여배우들은 변화 혹은 변신을 이야기한다. 다양한 장르 출연, 답습하지 않는 캐릭터 그리고 연기를 의미한다. 춤이든 연기든, 신체를 도구삼아 이뤄지는 예술 종사자들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싫으면 노출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로맨스의 여왕’으로 추앙받아 온 손예진이 어느 날, 액션 여전사로 출연하는 것이 진정한 변신일까. 벗고 안 벗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느냐 여부의 문제다. 그 프레임 안에 머무는 한 대중은 그들에게 ‘변신’을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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