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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가 직접 매긴 아시안컵 채점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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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가 직접 매긴 아시안컵 채점표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3.11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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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율·조직력·투지 뛰어나…당황하는 플레이 많고 침착성과 상황 판단력 떨어져

[파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명쾌했다. 한국이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이기고 진 이유를 한 경기에 한 문장씩 단 6개의 문장으로 정리했다. 귀에 쏙쏙 들어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11일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2015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에 참석, 한 시간여에 걸쳐 아시안컵에 대한 분석을 영상으로 발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세미나 직전에 벌어진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 출범식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AFC 아시안컵에 대한 리뷰를 단순한 프리젠테이션이 아닌 영상으로 만들어왔다. 아마 기억에 많이 남고 이해가 잘 될 것"이라며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리긴 했지만 부족한 것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기술적인 발전에 대해 중점을 뒀다"며 "아시안컵에서 수비 조직력은 우수했고 그 결과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거뒀지만 공격에서 상대팀을 위협하는 상황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고 정리했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2015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에서 아시안컵 당시 보여준 대표팀 경기력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하며 강의하고 있다.

◆ 아시안컵 준우승 거뒀지만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분석

슈틸리케 감독은 프리젠테이션을 언론에 단 5분만 공개했다. 이에 대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취재진들의 관심이 많아 공개를 요청했지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반대했다.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 위주로 얘기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설명을 하다보니 선수 개개인의 실수 장면이 많이 보이고 이에 따라 선수들이 잘못 비쳐질 것을 우려해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잘한 것보다 못한 것 위주로 얘기가 많았다는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경기 분석이 상당히 비판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자를 통해 전달된 슈틸리케 감독의 발언은 아시안컵 결과에 대해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

슈틸리케 감독은 "초반부터 부상 선수들도 많이 나왔고 감기 몸살 때문에 팀 전체적으로 선발 명단을 많이 바꾸는 어려움 속에서도 준우승까지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기쁘다. 하지만 아시아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며 "스위스 대표팀에서 처음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경기마다, 대회마다 스스로 기술보고서를 작성하는 습관이 있다. 이번에도 경기를 끝난 뒤 기술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 아시안컵 6경기 한줄 정리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6경기에 대한 분석을 한 경기에 한 문장씩 정리했다.

"오만전은 문전 25m 지점에서 기술, 적극성, 창의력이 더 필요하다."

"쿠웨이트전은 기술적 실수로 인해 많은 역습과 기회를 무산시켰다."

"호주와 조별리그 3차전은 공을 뺏은 뒤 우리의 실수로 다시 공을 뺏겨 수비에 어려움이 많았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은 지속적으로 수비 조직력에만 의존했다."

"이라크와 준결승전은 우리의 실수 때문에 결정적 기회를 수차례 헌납했다."

"호주와 결승전은 잘한 팀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실수를 더 많이 한 팀이 지는 거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와 결승전은 비록 지긴 했지만 경기력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2015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적극적인 수비와 조직력 호평, 침착성과 상황 판단력은 부족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드러난 선수들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그는 "선수들은 규율이나 조직력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 투지 강한 선수들이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며 "미드필더들의 투쟁심이 많아 앞부터 적극적으로 수비를 해줬고 수비라인 간격도 잘 유지가 돼 전술적인 조직력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선수들의 문제점 인식이 부족하고 당황하는 플레이가 너무 많았다"며 "침착성과 상황 판단 능력도 떨어졌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또 "우리가 수비할 때 상대팀의 공을 뺏은 다음 역습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뺏자마자 다시 뺏기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역습 기회를 자주 허용해 수비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이런 플레이가 자주 나오는 원인은 역시 문제점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공을 뺏은 뒤 다시 뺏기면 전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책임성도 부족했다. 공을 가로챘을 때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는데 이는 침착성과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점을 슈틸리케 감독은 유소년 축구 교육의 강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문제는 성인이 되기 전에 유소년부터 좋은 교육을 해야만 선수들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게 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후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2015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에서 아시안컵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를 평가하고 있다.

◆ 이정협 뽑은 이유, 상대 수비 뒷공간 노리는 움직임 탁월

슈틸리케 감독은 이와 함께 이정협(24·상주 상무)을 깜짝 발탁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정협의 좋았던 움직임을 직접 영상으로 보여준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가 공을 빼앗았을 때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노리는 직선적인 움직임이 뛰어나다"며 "물론 움직임이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지만 일단 좋은 움직임인 것은 분명해 선발했다"고 말했다.

또 "너무 일찍 들어가서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등 판단력 부족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상대 수비수와 우리 동료들의 움직임을 잘 보면서 경기를 해야 한다. 영리함이 더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밖에도 "오만처럼 거의 올라오지 않고 9백, 10백으로 일관하다가 상대의 실수에 역습하는 전술에 대해 영리하게 헤쳐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축구는 기술, 정신력, 체력이 모두 중요하지만 짧은 시간에 복잡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좋은 선수가 되고 이런 선수가 모여야 좋은 팀이 만들어진다"고 결론내렸다.

▲ [파주=스포츠Q 노민규 기자] 경기도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11일 오후 열린 2015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 참석자들이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아시안컵 경기 리뷰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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