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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트투하트' 천정명, "'커프' 놓친 아쉬움 씻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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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트투하트' 천정명, "'커프' 놓친 아쉬움 씻었죠"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3.23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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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천정명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지난 7일 종영한 tvN 드라마 '하트 투 하트'를 통해 배우 천정명(35)을 새롭게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극중 천정명이 맡은 역은 허세 가득한 정신과 의사 고이석. 집안, 학벌, 외모 등 다방면에서 뛰어나 주목받는 것을 당연시했던 그는 환자를 죽였다는 오해를 받으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후 안면홍조증 환자 차홍도(최강희 분)를 만나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있던 상처를 치유해간다.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치유로 이는 '힐링 로맨스'라고 불렸다. 천정명 역시 이 드라마에서 연기하며 '힐링'했다. 그는 "정말 재밌었고 너무나 만족했던 작품"이라며 소년처럼 웃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천정명은 인터뷰 내내 '하트투하트'를 연출한 이윤정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수작으로 꼽는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출한 감독으로, '커프'에서 공유가 연기한 최한결 역 제의를 천정명 역시 받은 적 있다. 당시 스케줄을 이유로 드라마에 함께할 수 없었던 천정명은 "너무나 아까워 군대에서 계속 생각이 났다"고 했다.

 

◆ '커프' 놓친 아쉬움 해소한 '하트 투 하트'

"'커프'를 놓쳐서 아쉬웠던 점이, 이번 '하트투하트'를 통해 좀 해소됐느냐"는 질문에 그는 동의했다.

"정말로요.(웃음) '하트 투 하트'는 데뷔 후 출연작 중 손꼽을 만큼 좋았던 작품이었어요. 이윤정 감독님과는 '여우야 뭐하니'의 B팀 감독이실 때 처음 만났어요. '커프'를 놓친 것에 대해 후회를 크게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때 만났다면 지금과는 느낌이 또 달랐을 것 같아요. 둘 다 성숙해진 상태에서 만나서 코드가 더 맞았던 것 같기도 하거든요. 감독님도 '커프'를 연출하실 때 첫 장편 미니시리즈 시작을 하셨던 때라 힘드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어서요."

천정명은 '이윤정 예찬론'을 늘어놨다. 모두 힘들고 지쳐있는 상황에서, 늘 웃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는 것. 연출에는 세심하고, 배우들의 연기에는 일방적인 요구가 아닌 서로 소통하는 디렉션을 펼쳤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감독님과 배우들끼리 모임을 갖기로 했어요. 저는 이런 일이 처음이에요. 대부분은 촬영이 끝나자마자 떠나기 바빴죠. 이번에 함께한 사람들은 서로 잘 맞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 '하트투하트'에서 호흡을 맞춘 최강희와 천정명. [사진=tvN 제공]

촬영장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듯 그의 SNS에는 출연진과 함께한 일상이 가득하다. 이번에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최강희는 그의 '최고의 여성 파트너' 명단(?)에 올랐다. 그는 지금껏 함께 했던 여배우 중 최고로 고현정, 문근영, 최강희를 꼽았다.

"강희 누나는 배려의 차원이 남달라요. 대부분은 자신이 돋보이고 싶어하거든요. 누나는 제가 카메라에 잡혀 자신은 화면에 등만 보이는 상황에서도 제 연기를 위해 실제로 우는 리액션까지 해 줬어요. 감독님도 그걸 보고 놀라셔서 괜찮겠냐고 물어보시기도 했고요."

이런 촬영장 분위기는 그에게도 '힐링'의 시간이었다. 배우에게 힐링이란 어떤 의미일까.

"촬영을 하다 보면 일적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는 촬영하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부당한 처사를 당하곤 했어요. '내가 뭘 잘못했을까' 생각해 봐도 전혀 납득이 안 가고 억울할 때가 많았죠. 이번 촬영장에서는 전혀 그럴 일이 없어서 촬영 자체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 까칠·달콤한 고이석으로 보여준 매력, 거칠고 강한 모습 뒤 대인기피증 과거도

천정명은 군 복무 당시 조교였고,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에 출연한 적이 많다. 그 때문인지 그를 과묵하거나 아주 강한 모습으로만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번 드라마를 찍으며 그는 겉으로 틱틱대지만 상대에게 잘 해주는 귀여운 면모도 드러냈고, 라이벌 장두수(이재윤 분)와는 거친 액션이 아니라 주먹으로 투닥거리고 다리를 물기도 하는 '개싸움'을 벌였다.

"홍도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사랑해!" 하면서 돌담길을 뛰는데, 저는 닭살스러운 걸 못 하는 편이라서 너무 어려웠어요.(웃음) 무척 어색하긴 했는데 재밌기도 했어요."

스스로 '닭살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은 달콤하고 따뜻하게 그려졌고, 이로 인해 꽤 많은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천정명의 재발견'이라고 평했다. 홍도를 대하는 폭 넓은 감정 연기 또한 극중에서 빛을 발했다.

"정말 감독님이 디렉션을 잘해주셨어서요. 충분한 설명을 해주시고 나서 '이석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식으로 질문하듯 말씀해주시는데 감독님과 소통하며 연기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어요."

 

그는 고마움을 다른 쪽에 돌렸으나, 이런 '힐링 로맨스'에서의 '물 만난 연기'는 그의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면이 있기도 하다. 극중 차홍도가 대인기피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 얼굴이 온통 빨개져 숨어들듯, 천정명 역시 사람을 대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생 때, 선생님이 일어나 책을 읽어보라고 시켰는데 많은 시선에 집중을 받는데 숨이 턱 막혔어요. 지금도 약간 그런 게 있어서 영화 시사회처럼 사람이 많은 곳은 웬만하면 잘 안 가려고 해요. 극장에도 심야 영화를 보러 찾는 편이고요. 출연 영화의 무대 인사를 돌 때도 관객이 맨 앞까지 차 있으면 긴장해서 말을 많이 더듬어요. 무대 공포증이 좀 있나 봐요."

고등학생 때까지 그랬던 증상은 연기를 하며 나아졌다. 속 안의 것을 겉으로 표출하는 연기를 시작하며 어색함과 긴장이 조금씩 나아졌다. "본인의 경험상 차홍도를 보다 더 이해할 수 있었겠다"는 말에 그는 긍정의 답을 하기도 했다.

지금 그를 새롭게 본 이들이 많듯, 천정명은 차기작에 대한 생각도 많은 상태다. 이윤정 감독의 권유처럼 '로코'를 한 번 더 선보이고 싶기도 하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세븐'같은 묵직한 스릴러도 해 보고 싶은 게 지금의 생각이다.

 

◆ 열심히 해도 분량 없었던 '진짜 사나이', 솔직한 면모 빛나는 답변

요즘은 배우의 예능 출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천정명 또한 지난해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합류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내 그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프로그램 성격상 주어진 훈련에 열심히 임하고 잘 하는 출연진은 주목받기 힘들었다. 그는 1년만에 하차했다.

"한번은 유격 훈련을 갔는데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제 장면은 후루룩 그냥 지나가버린 적이 있어요. 저와는 안 맞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허당' 모습이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재밌는데 저같은 타입은 재미가 없는 거예요."

데뷔 초 '엑스맨' 등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스스로 예능적 스킬은 없다고 했다.

"그때도 유재석 형님이 잘 이끌어주신 덕분이었어요. 저 스스로는 예능적 스킬이 없어서 그런지 좀 어려워요. 저 혼자 나가서 하는 데는 압박감이 있어요."

요즘 예능에서 뜨는 캐릭터는 무엇보다 '솔직한' 인물이다. 늘 거침없이 솔직하게 발언하는 천정명이 예능을 만나면 꽤 재밌는 풍경이 만들어질 듯하기도 하다.

"하하. 예능 출연이요? 요리는 못 하니까 '삼시세끼'는 무리겠지만, 친한 사람들과 여행을 가는 '꽃보다' 시리즈는 재밌을 것 같아요.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정재형, 개리 형들과 친분이 있거든요. 즐겨듣는 장르는 힙합이에요."

 

[취재후기] 소년같은 '큭큭' 웃음소리와 반짝이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워낙 솔직하게 답하다 보니 악의없는 말이지만 글로 옮겨졌을 때는 오해를 받기도 했을 것 같아 물으니 역시(?) 예상대로 몇 차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그는 "억울하다"는 투정 대신 대담한 반응으로 유쾌함을 보였다.

"에이. 근데 뭐 그런 걸로 그래요? 인터뷰하다 보면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힙합을 즐겨듣는다는 그에게 추천곡을 부탁했더니 금세 휴대전화 트랙리스트를 곰곰이 살핀다. 제이 지의 '홀리 그레일(Holy Grail)', 위즈 칼리파의 '블랙 앤 옐로우', 마리오의 '렛 미 러브 유(Let me in love you)', 마이클 잭슨의 '러브 네버 펠트 소 굿(Love Never Felt So Good)', 프랭크오션의 '수퍼 리치 키즈(super rich kids)'. 천정명에게 빠져든 이들이 그와 취향을 같이 해 볼 수 있는 추천곡들이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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