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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백지선 효과', 유럽 공포증 털어낸 '승리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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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백지선 효과', 유럽 공포증 털어낸 '승리 DNA'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4.20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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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승격, 전방위 압박 경기력 일취월장

[스포츠Q 민기홍 기자] ‘백지선 효과’가 입증됐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로 다시 올라섰다.

세계랭킹 23위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아이스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5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 5차전에서 크로아티아에 9-4 대승을 거뒀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영국이 리투아니아에 2-3으로 패함에 따라 한국이 극적인 뒤집기 우승을 거뒀다. 4승 1패(승점 12)로 대회를 마친 한국은 3승 1연장승 1패(승점 11점)에 그친 영국을 가까스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었다.

▲ NHL에서 스탠리컵을 두 차례나 들어올린 백지선 감독 부임 후 한국 아이스하키는 환골탈태했다. [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지난해 4월 고양 세계아이스하키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홈 링크의 이점을 살리지 못한 채 5전 전패로 최하위에 그치며 강등당했던 굴욕을 1년 만에 만회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자동 출전하는 한국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 명성 높은 사령탑의 카리스마, 선수단을 휘어잡다

고양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맛본 좌절은 한국 아이스하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큰 상처였다. 빙상 종목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동계올림픽 강국으로 거듭났지만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아이스하키에서의 졸전은 대회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위기는 기회였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새 사령탑으로 백지선 감독을 선임했다. 서울 태생으로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간 그는 1990년대 초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피츠버그 펭귄스에서 수비수로 활약하며 1990~1991, 1991~1992 시즌에 스탠리컵을 든 스타다.

백지선 감독은 2005년부터 NHL 최고 명문팀 디트로이트 레드윙스 산하 아메리칸하키리그(AHL) 그랜드 래피즈 그리핀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13~2014 시즌까지 9년간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지난 7월 고국의 부름을 받은 그는 침체된 한국 아이스하키를 구원할 구세주로 등장했다.

두 달 후에는 박용수 코치도 한 배를 탔다. 백 감독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2호로 NHL 무대를 밟아 10년간 활약했던 그 역시 백 감독을 돕기로 마음먹고 고국행을 결정했다. 선수들은 NHL 출신들의 지도 속에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김종빈 스포츠Q 편집위원은 “한국 선수들은 꿈도 꾸지 못할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무대에서 활약했던 백 감독과 박 코치 아닌가”라며 “더군다나 백 감독은 스탠리컵을 두 차례나 들었던 스타다. 선수들이 지시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유럽만 만나면 맥을 추지 못했던 한국은 덴마크,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폴란드 등을 연달아 제압하며 '승리 DNA'를 갖추기 시작했다. [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 ‘승리 DNA’가 생겼다, 유럽 공포증은 없다 

두려울 것이 없다. 유럽만 만나면 맥을 추지 못했던 한국이 달라졌다.

한국은 고양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6개 팀 가운데 최소 득점(12점) 최다 실점(30골)을 기록했다.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를 상대로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했다. 평창에 출전했다가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백 감독과 박 코치 부임 이후부터는 확 달라졌다. 빠른 스케이팅으로 경기 내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선취골 여부와 관계없이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며 유럽팀과 공격력으로 대등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가 시발이었다. 18위 이탈리아를 4-3으로 눌렀고 지난해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 우승팀 24위 폴란드를 6-3으로 제압했다. 이달 초에는 2003년 이후 한 번도 세계선수권 톱 디비전에서 강등된 적이 없는 15위 덴마크를 4-3으로 물리쳤다.

▲ 한국 아이스하키가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B에서 우승하며 1년 만에 그룹 A로 승격하게 됐다. [사진=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이번 대회를 앞두고 NHL 출신 선수들을 무려 7명이나 귀화시킨 크로아티아를 상대로도 맹폭을 가했다. ‘안양 한라 4인방’ 김기성(2골 1어시스트), 김상욱(1골 3어시스트), 김원준(2골 1어시스트), 마이크 테스트위드(2골 1어시스트)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9골을 터뜨렸다.

아직 세계적인 팀들과 격차는 크다. 캐나다, 러시아, 스웨덴, 핀란드 등과는 두자릿수 점수차가 날 전력이다. 선수층이 얕아 부상자가 나올 경우 대체할 만한 자원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늘상 변방에 머물러 있던 한국 아이스하키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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