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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팬질, 정말 할 맛 나겠다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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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팬질, 정말 할 맛 나겠다 [현장메모]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0.02.20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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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팬질 할 맛 나겠다.’

김연경(32‧엑자시바시)을 보면 절로 드는 생각이다.

‘배구 여제’가 복근 부상을 털고 20일 오전 소속리그 터키로 떠났다. 출국 비행기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인터뷰는 이른 편인 7시 30분경에 진행됐음에도 팬 10여 명이 김연경이 떠나는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자리했다.

팬이 가져온 셀카봉을 들고 사진 찍어주는 김연경. 

15분에 걸친 취재진과 대화가 끝나고 팬들이 몰려들었다. 김연경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동하다 한 팬의 셀카봉을 직접 쥐더니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물었다. 신장(키) 192㎝인 그가 다리를 양쪽으로 찢었다.

‘눈높이’ 팬서비스였다.

팬질이란 ‘운동경기나 선수 또는 연극, 영화, 음악 따위나 배우, 가수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여 팬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일’을 뜻한다. 아이돌 팬덤에서 널리 쓰인다. ‘김연경에 빠지면 출구가 없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파이팅 외치는 김연경. [사진=연합뉴스]

김연경이 누구인가. ‘배구계의 리오넬 메시’라 불린다. 연봉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130만 유로(17억 원)으로 추정된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0위 한국 여자배구가 국가대항전에서 다크호스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김연경의 존재다.

이런 대선수가, ‘여제’라 불리는 사람이, ‘배구의 아이콘’으로 15년을 버텨온 ‘국보’가 팬과는 거리를 두지 않는다. 그가 코트에서 뱉는 욕설이 ‘식빵 언니’의 남다른 승부욕으로 포장되는 결정적 까닭이다.

김연경은 유쾌하다. 지난해 8월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기자회견에선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됐다. 기사화 부탁드린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MBC '나 혼자 산다',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끼를 폭발한 적도 있다.

김연경의 '눈높이' 팬서비스. [사진=연합뉴스]

넉살이야 말할 것도 없다. 김연경이 페네르바체에서 뛸 때 아지즈 일드림 회장의 배를 만진 사진이 터키 신문 1면에 실린 사례는 유명하다. 아지즈 회장이 “아직도 결혼을 안하고 있냐? 김연경의 남자친구를 공개 모집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 유쾌함이 어디 갈까. 출국 현장에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뽐낸 김연경이다.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미소를 머금은 채 “너무 자주 연락하셔서 귀찮기도 하다"며 "‘선수들이 너무 보고 싶다’고 말씀하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파이팅은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모든 카메라 앵글을 배려해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돌아봤다. 

타 프로스포츠 종목에서 서운한 팬서비스로 원성을 산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더군다나 김연경은 세계가 인정하는 클래스이니 후배들은 그의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자배구 인기가 치솟은 데는 배구계 대들보의 적극적 태도가 한 몫 단단히 했음을 알 수 있는 현장이었다.

기량이면 기량, 인품이면 인품. 김연경 팬질해 후회할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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