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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은퇴, 과감한 결단 그리고 뜨거운 눈물 [SQ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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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은퇴, 과감한 결단 그리고 뜨거운 눈물 [SQ인물]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4.01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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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손힘찬 기자] 93% 출전, 10득점 4.6어시스트 1.2스틸.

한국 나이 마흔이 된 선수의 기록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양동근(울산 현대모비스)가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그리고 떠나는 그에게 기쁘게만 박수를 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동근은 의연했다. 10년여 전부터 이 순간을 생각해왔다는 건 의외였지만 그렇기에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를 지켜보는 팬들과 유재학 감독, 동료들로선 아쉬움이 남을 법한 결정이다.

 

양동근이 1일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 발표 도중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다.

 

타 팀 주전 가드들과 견줘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1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에 나선 양동근은 “이젠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내린 결론”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재학 감독은 “몸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라고 했을 정도로 애제자의 은퇴는 큰 충격이고 타격일 수밖에 없었다.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농구계 전설을 쓴 주인공이다. 대방초-삼선중-용산고-한양대를 거쳐 2004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전주 KCC에 선발된 양동근은 직전 외국인 선수와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맞바꾼 트레이드로 인해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데뷔 시즌부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던 양동근은 신인상과 수비 5걸상을 동시 수상했고 이후 14시즌 동안 활약한 그는 665경기(6위) 출전, 7875득점(8위) 1912리바운드(13위) 3344어시스트(3위) 981스틸(2위)을 기록하며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각각 4회, 3회 수상했다.

시즌 베스트5는 상무 입대로 인해 빠졌던 2005~2006시즌을 제외하고 무려 9시즌 연속 차지했다. 유일한 챔피언 반지 6개의 주인으로 한 손에 모든 반지를 다 낄 수 없는 독보적인 클래스를 자랑한다. 2014년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금메달 또한 그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기자회견엔 팀 후배인 함지훈과 이종현, 서명진은 물론이고 대표팀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조성민과 함께 현대모비스의 전성기를 이끈 유재학 감독과 조동현 코치까지 자리를 빛냈다. 선수단 전원이 참석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몇몇 선수만 대표로 함께 했다.

 

양동근(오른쪽)이 함께 자리를 빛내 준 유재학 감독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포옹을 하고 있다.

 

준비한 소감문을 꺼내든 양동근은 말문을 열면서부터 울컥했다. 아무리 의연하다고 해도 정든 코트를 떠나는 데 감정이 북받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모든 구단 관계자는 물론이고 숙소를 관리해주는 ‘어머님들’께도 고마움을 표한 양동근은 “팬 여러분들이 가장 아쉬워하셨을 것 같다. 동천체육관의 팬분들 앞에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죄송한 마음”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은퇴 결정까지도 지지해준 아내와 “무득점하고 와도 잘했다고 박수를 쳐준다”는 아들과 부모님덕분에 마흔까지 선수생활을 이어왔다며 또 한 번 울컥했다.

그러나 스스로에겐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었다. 양동근은 “은퇴 생각은 매년 FA 때마다 했다. 만약 작년에 은퇴했더라도 나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팀 가드나 우리 팀 선수들과 경쟁하며 포지션을 차지해야하는 것이다. 여태껏 해온 것으로 뛴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젠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은퇴를 미리부터 준비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상무 시절 겪은 큰 부상. “발목 수술하면서부터 은퇴 생각을 많이 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순간이었다”며 “(은퇴할 때)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미련이 남는다거나 아쉬운 마음을 갖지 않게 다쳐서 못 뛰게 되더라도 오늘 열심히 하고 미련 없이 은퇴할 수 있게 하자고 마음 먹었고 그걸로 만족하자는 마음으로 뛰었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은퇴를 앞둔 대선수를 향해 은퇴 투어 등 성대한 예우를 갖춰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양동근은 “그런 꿈은 많이 꿨지만 내가 받아야 대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또 은퇴를 정해놓고 뛰는 시즌은 어떨까 생각해봤지만 동기부여도 안 될 것 같고 별로더라. 꿈만 꿔봤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혼란한 상황임에도 양동근 은퇴 기자회견엔 많은 취재진이 찾았다.

 

화려한 커리어에 맞게 현대모비스에선 양동근의 백넘버 6번을 영구 결번한다. 김유택, 우지원에 이어 현대모비스 3번째 영예를 안게 됐다. KBL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11번째다. 역대 최고 선수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겐 한 없이 냉정하다.

“내 입으로 최고라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 그런 기사들이 올라와서 보면 욕을 많이 하시더라. 속상하다. 덜 미워해주셨으면 좋겠다. 나뿐 아니라 선수들도 마찬가지”라면서 “팬 분들께는 있을 때 믿음이 가고 이기든 지든 한 번이라도 뛰었으면 좋겠고 열심히 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 선수들에겐 ‘함께 뛰었을때가 참 좋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성공하는 인생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앞으론 지도자로서 제2의 농구 인생을 살 계획이라는 양동근은 “아직 구체적인 건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힘든 상황이라 결정된 건 없다”며 “(유재학) 감독님 밑에서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하고 이해시키는지 지금도 배우고 있다. 어떤 지도자가 될 지는 지금 판단하긴 어렵지만 더 많이 배워서 나만의 스타일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자신만의 지도자상을 공개했다.

향후 1년 간 코치 연수를 떠날 예정인 그지만 전설을 향한 응당한 대우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2020~2021시즌 홈 개막전에서 공식 은퇴식이 치러질 예정. 이날 은퇴식과 함께 양동근을 상징하는 등번호 6번 영구 결번식도 함께 진행된다.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물러서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지만 아직도 충분히 더 활약할 수 있는 그이기에 떠나보내는 이들로선 아쉬움을 금하기 어려운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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