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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주인공' 사파타-'졌잘싸' 강동궁, 퍼펙트 시나리오 [PBA 월드챔피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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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주인공' 사파타-'졌잘싸' 강동궁, 퍼펙트 시나리오 [PBA 월드챔피언십]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1.03.07 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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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1년 3개월만의 리매치. 피를 말리는 4시간 4분간 명승부. 단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던 다비드 사파타(29·스페인·블루원리조트 엔젤스)가 완벽한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됐다.

사파타는 6일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0~2021시즌 왕중완전격인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강동궁(SK렌터카 위너스)을 세트스코어 5-4(10-15 15-6 15-14 8-15 15-13 8-15 15-6 10-15 15-4)로 꺾고 정상에 섰다.

[사진=PBA 투어 제공]
다비드 사파타가 6일 2020~2021시즌 SK렌터카 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정상에 오른 뒤 울컥하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대회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쉽게 예상하긴 힘든 매치업이었다. 한국 스리쿠션 강자 중 하나였던 강동궁은 첫 시즌 6차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자존심을 세웠으나 올 시즌엔 8강 진출 한 차례를 제외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이어졌다. 랭킹포인트 또한 23위에 그쳤다.

사파타 또한 첫 시즌 준우승을 경험했지만 이번 시즌엔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랭킹포인트 25위로 32명이 나서는 월드챔피언십에 가까스로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둘의 반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사파타는 조별리그(32강)에서 3승을 거두고 16강에 나섰다. 이후 한동우에 이어 마민캄(웰뱅피닉스)마저 잡아내더니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TS·JDX 히어로즈)를 꺾은 김재근(크라운해태 라온)을 제치고 결승에 올랐다.

강동궁은 조별리그에서 2승 1패,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더니 오태준을 셧아웃시키며 8강, 프레드릭 쿠드롱을 제압한 글렌 호프만을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김종원도 강동궁의 기세를 막아내진 못했다.

우승 트로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파타. [사진=PBA 투어 제공]

 

흥미로운 대결이었다. 둘의 최고 성적은 2019년 12월 PBA 투어 첫 시즌 6차전 SK렌터카 챔피언십. 당시 강동궁이 사파타를 제치고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5개월 만에 만난 둘은 명승부를 펼쳤다. 사파타는 한 세트씩 주고 받은 3세트 첫 이닝부터 10점을 몰아쳤다. 그러나 강동궁은 4이닝 만에 14점을 만들어내며 역전했다. 위기에 몰렸던 사파타는 7이닝 1점, 8이닝 3점을 내며 흐름을 뒤집었다. 강동궁도 반격에 나섰다. 4세트 4이닝 만에 승부를 끝냈다. 5세트 치고 받는 승부 끝에 사파타가 승리하자 강동궁은 6세트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사파타는 또 한 번 달아났다.

경기가 막판에 다다르자 승부는 더욱 치열해졌다. 8세트 사파타가 경기를 끝내려는 듯 1이닝부터 하이런 6점을 내며 달아났는데 강동궁은 4이닝 연속 득점하며 12-10으로 역전했다. 연속 공타가 이어진 뒤 강동궁은 7이닝 3득점, 승부를 마지막까지 끌고 갔다.

스페인에서 지켜보던 여자친구 오초아(위)도 사파타의 우승을 지켜보며 감격의 눈물을 짓고 있다. [사진=PBA 투어 제공]

 

9세트 선공에 나선 사파타의 샷 하나하나에 시선이 집중됐다. 4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혈투에도 놀라운 집중력으로 득점을 이어갔다. 이번 대회 자신의 최고 하이런인 12점을 연속으로 냈다. 강동궁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보지도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해야 할 판이었다. 긴 득점이 끝나자 강동궁도 4연속 득점하며 사파타를 뒤쫓았다. 

그러나 사파타의 기세를 잠재울 순 없었다. 스리 뱅크샷 기회를 완벽히 살려낸 사파타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옆돌리기 득점으로 3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15개월 전 패배까지도 완벽히 설욕했다. 2시즌 동안 4800만 원을 수확했던 사파타는 첫 정상 등극만으로도 2회 우승자 필리포스(2억5650만 원), 쿠드롱(2억4950만 원)을 단숨에 넘어서며 누적 상금 1위(3억4800만 원) 영예를 차지하게 됐다. 스페인 현지에서 영상을 통해 열렬한 응원을 보내던 여자친구 오초아 또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준우승자 강동궁은 상금 3000만 원과 웰컴저축은행 PBA 톱 에버리지 1위에 오르며 400만 원도 추가로 챙겼다.

유례 없이 큰 규모의 우승상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완벽했던 경기력에 팬들도 매료됐다. 고정팬 층이 탄탄한 PBA 투어는 정규리그 결승전 때 1만 여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왔는데, 이번엔 무려 3만5000여명이 몰리며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올 시즌 도중 아마 최강으로 군림했던 조재호와 김민아(이상 NH농협카드 그린포스), ‘캄보디아 당구영웅’ 스롱 피아비 등이 합류한 PBA 투어는 이번 PBA-LPBA 월드챔피언십까지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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