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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보여준 속구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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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보여준 속구의 역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6.0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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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KIA전 8이닝 1실점 '시즌 7승'…"평균자책점 낮추며 승리, 큰 의미"

[잠실=스포츠Q 이세영 기자] 느린공을 잘 던지기로 유명한 유희관(29·두산 베어스)이 선택한 결정구는 역설적으로 속구였다. 노련한 피칭으로 벌써 7승째를 수확한 유희관이 개인 최다승을 넘어 15승에 도전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0일 한화전 완봉승 이후 최고의 피칭이었다. 직전 경기에서 9점을 뽑아낸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 3연승-3연패-3연승 공식을 쓰다 전날 패한 두산은 유희관의 역투로 연패에 빠지지 않았다. KIA를 8-1로 꺾은 두산은 보다 안정적인 궤도로 올라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유희관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전에서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2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7승(2패)째를 수확한 유희관은 자신의 시즌 평균자책점을 종전 3.53에서 3.27로 낮췄다.

▲ 유희관이 KIA전에서 8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7승째를 달성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잠실 SK전에서 역투하는 유희관. [사진=스포츠Q DB]

경기 후 유희관은 “지난해에는 타선의 도움 받아 올린 승수가 많았는데, 올 시즌에는 평균자책점을 낮추면서 승을 챙기고 있어 이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1회초 위기를 벗어난 것이 컸다. 공이 느린 대신 빼어난 제구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이날 만큼은 공이 마음먹은 대로 잘 들어가지 않은 듯 했다. 선두타자 신종길에게 볼넷을 내준 유희관은 2사 후 브렛 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 실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다음타자 이범호를 2구 만에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워 실점하지 않았다.

김주찬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4회를 제외하면 큰 위기에 몰리지 않았다. 5회엔 1사 후 김호령에게 2루타를 허용했지만 신종길, 김민우를 나란히 삼진으로 제압하며 웃었다. 2회와 3회, 6회, 7회, 8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매조지은 유희관은 탁월한 완급조절 능력과 역으로 가는 투구로 KIA 타선을 농락했다.

유희관은 “지난해보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이 는 것 같다”며 “주자 유무에 따라 강약 조절을 하는 등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겼다. 기분파라서 타자들이 점수 뽑아주면 흥이 나는데,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집중력을 높여 투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 유희관이 KIA전 승리 후 "원래 기분파라 타자들이 점수를 내주면 잘 던지는 스타일이다"고 호투의 비결을 밝혔다. [사진=스포츠Q DB]

제구가 잘된 시속 130㎞대 속구의 위력은 강했다. 유희관은 KIA 타자들이 싱커 타이밍에 맞춰 타격한다는 것을 간파, 역으로 승부했고 이것이 주효했다.

유희관은 “상대 타자들이 타석 앞쪽에 서서 승부하려는 게 보였다. 싱커를 노리고 들어오는 거라 판단해 속구로 승부했는데, 이게 맞아떨어졌다”고 웃었다.

8회까지 유희관의 투구를 편안하게 지켜본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발로 나온 희관이가 호투했고 모든 선수들이 어떻게든 출루하려 노력했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면모를 본 게 오늘 경기의 수확이다”라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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